'H20 中공급 재개' 어떻게 끌어냈나…젠슨 황, 트럼프 설득 막전막후

"中시장 경쟁사에 내주는건 중대실수"…트럼프·측근 집요하게 설득중동순방 동행, 대형계약도 주효…NYT "공학자에서 협상가로 변모"
김태종

입력 : 2025.07.18 10:48:32


젠슨 황 CEO 엔비디아 CEO
[A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최근 철회했다.

지난 4월 중국에 판매 중이던 H20 칩의 판매 중단을 통보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젠슨 황 CEO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어떻게 트럼프의 마음을 돌려놓았을까.

뉴욕타임스(NYT)는 황 CEO가 트럼프를 설득하기 위해 세계를 누비며 협상가로 변모했고, 중국과의 무역에 강경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조용히 글로벌 비즈니스 이익을 지지하는 백악관 인사들과 관계를 다져왔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노력은 결실을 보기 시작해 황 CEO는 지난주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만나 자사 칩의 중국 판매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미국산 칩이 세계 표준이 돼야 한다며 중국 시장을 중국 현지 경쟁사들에 내주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래 로비에는 관심이 없던 전기공학자로, 과거에는 정부 업무를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두 명의 전 직원은 말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AI 칩이 국제 안보 문제와 얽히면서 그는 워싱턴 정가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NYT는 진단했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AI 칩이 군사 작전이나 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중국 판매를 제한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더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 직후 황 CEO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와 첫 대면을 하고 AI 정책과 반도체에 대해 논의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H20의 판매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상무장관인 하워드 러트닉은 황 CEO를 트럼프 사저가 있는 마러라고로 초청해 트럼프와 마지막 협상의 기회를 제공했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H20 칩이 다른 제품보다 훨씬 성능이 낮고 수출 제한은 미국 기업에 손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행정부 관료들은 이 칩의 성능을 황 CEO가 축소 설명했다고 판단했고, 이에 2주 후 엔비디아에 이 칩의 중국 판매를 중단하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황 CEO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실리콘밸리 출신이자 백악관 AI 및 가상화폐 정책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색스였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AI 칩의 판매 제한 조치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미국의 칩 판매를 막지 않고 오히려 미국 기술을 세계에 전파하는 편이 낫다고 봤다.

황 CEO는 그런 색스 및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AI 수석 정책 고문인 스리람 크리슈난과 자주 의견을 나눴다.

중국 화웨이가 지난 4월 발표한 AI 칩(CloudMatrix 384)이 미국 제품과 대등한 성능을 보이면서 색스도 경각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황 CEO는 4월 워싱턴 콘퍼런스에서 칩 판매 규제 완화를 촉구하며 "중국은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바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젠슨 황 CEO 엔비디아 CEO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에서 5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제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트럼프의 리더십, 정책, 지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력한 격려 덕분에 미국의 제조업이 이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트럼프를 치켜세웠다.

다음 날에는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AI 칩 수출 규제를 비판하며, 중국 판매 금지가 미국에 더 큰 해가 된다고 경고했다.

색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칩 수출 수량 제한 규제를 해제하며 엔비디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에 칩을 판매할 수 있도록 길도 열었다.

이에 황 CEO는 5월 트럼프와 함께 중동을 방문했고 색스는 엔비디아의 첨단 칩 수십만 개를 매년 공급해 아랍에미리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허브를 건설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트럼프가 황 CEO를 "내 친구"라고 부르자, 엔비디아 내부에서는 이를 '중대한 돌파구'라고 여겼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황 CEO는 중동에서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중국 시장 복귀를 추진했다.

중동 계약 직후 그는 대만에서 기자들에게 "수출 규제는 오히려 중국 기업만 더 강하게 만들었다"며 "결국 실패한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해 싱크탱크와 백악관 관계자들에게 "미국 기술 스택은 글로벌 표준이 돼야 하며 달러처럼 전 세계가 그것을 기반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에게도 같은 논리를 펼쳤고, 옆자리에 있던 색스도 지원 사격을 했다.

한 시간 가까운 회의 끝에 트럼프는 마침내 엔비디아의 중국 내 칩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했고, 며칠 후 엔비디아는 행정부가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AI 칩 중국 수출 재개는 황 CEO가 기술 산업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엔비디아가 단순한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기업에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 기업이자 AI 붐의 핵심 기업으로 도약했음을 상징한다고 NYT는 평가했다.

taejong75@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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