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있어 한미 관계 든든했는데”…미국 보수 ‘거목’ 세상 떠났다

입력 : 2025.07.21 07:33:13
최중경 한미협회장의 ‘에드윈 퓰너 추도사’

따뜻함과 통찰력 모두 갖춰
재단 출근 첫날 자상한 배려
포용력 있는 큰형같은 모습

바쁜 고위인사 차에서 읽게
연구보고서는 핵심만 담아
미국정가서 막강한 힘 발휘
韓 진심으로 사랑한 지한파


2023년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에 참가할 당시 에드윈 퓰러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의 모습. 그는 당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뱃지를 달고 ‘스트롱맨과 민주주의의 위기’ 세션에 참여했었다. 매경DB


미국 보수의 거목인 에드윈 퓰너(Edwin J Feulner Jr.) 헤리티지재단 창립자가 퇴근길 심장마비로 지난 18일(현지시간) 타계했다. 퓰너 박사는 트럼프 1기 인수위원회에서 외교 부문을 맡았고, 최근까지도 자문 역할을 했다. 지한파인 그는 지난해 12월 한국을 방문했는데 안타깝게도 이것이 마지막 방문이 되고 말았다. 한국을 무척 좋아했던 그는 매년 한국을 방문해 워싱턴의 분위기를 전해 주었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에서 많은 소중한 조언을 해준 한국의 친구였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칼 로브는 2009년 포브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당시 퓰너 박사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 진영 주요 인사 6명 중 1명으로 지목한 바 있다.

[2023 세계지식포럼 오픈세션] 싱크 탱크 라운드 테이블: 스트롱맨과 민주주의의 위기 / 티에리 드 몽브리알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이사장,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로빈 니블릿 채텀하우스 석좌연구원,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 2023.9.14 [한주형 기자]


특히 매일경제신문과의 최근 인연은 각별했다. 세계지식포럼에 개근하면서 통찰력 넘치는 스피치와 친화력으로 행사의 품격을 높여줬다. 헤리티지재단에서는 매년 삼성그룹을 일군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을 기념하는 행사를 연다. ‘B. C. Lee Lecture’로 영향력 있는 거물들이 와서 강연하는 비중 있는 행사다.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끈 상징적 인물인 이 회장을 통해 한국 경제 발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는 효과가 큰데, 1985년 시작된 행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퓰너 박사가 1973년 설립한 헤리티지재단을 세계적인 싱크탱크로 키울 수 있었던 이유를 들자면 그의 따뜻한 인성을 먼저 꼽을 수 있다.

필자가 헤리티지재단 방문연구위원으로 첫 출근을 하던 날 사무실로 가 신고를 했을 때 자상하게 이것저것 배려해 주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한마디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헤리티지재단을 떠나 한국으로 온 이후에도 필자가 몸담고 있는 조직인 회계 사회와 한미협회를 방문해 간담회를 열고 언론 인터뷰도 하고 한미 관계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며 옛정을 나누었는데 이런 모습은 포용력 있는 큰 형님 같은 캐릭터였다.

그는 연구보고서 작성 배포 방식에도 일대 혁신을 기했다. 먼저 연구보고서를 핵심 위주로 짧게 작성해 시간에 쫓기는 고위직 인사들이 퇴근길에 차 뒷좌석에서 읽고 이해하고 결심할 수 있게 했다. 또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전에 연구보고서가 고위직에 전달되도록 서둘렀다. 타이밍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한 것이다. 종전에는 두꺼운 보고서를 의회 표결 직전에 배포해서 아무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바람에 사문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헤리티지재단 연구보고서의 간단명료함과 적시성을 높이 산 상원의원, 하원의원, 행정부 고위직과 그들의 보좌진이 헤리티지재단 보고서를 선호하게 됐고, 이에 헤리티지재단과 퓰너 박사는 워싱턴 정·관계의 중심으로 나아가게 됐다. 정치 거물이었던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원은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헤리티지재단을 파르테논신전에 비유하기도 했다. 깅그리치 식으로 본다면 퓰너 박사는 일국의 향방에 영향을 미쳤던 수석 신관쯤 되는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헤리티지 재단 에드윈 퓰너 박사가 2024 아산플래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고인이 된 퓰너 박사를 누가 대신할 수 있을까? 대체 불가능한 한국의 친구가 우리 곁을 떠났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한국을 위해 기여한 업적을 우리 모두 기억하고 그가 편안한 곳에서 영면하도록 각자의 신에게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천주교 신자인 그를 위해 기도를 드린다.

“May God bless Dr. Feulner, a true friend of Korean people, and allow him to rest in permanent peace(주님께서 한국의 진정한 친구 퓰너 박사에게 은총을 내리시고 영원한 안식을 허락하여 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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