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모두 상대 겨냥 방송 중단…대북 소식통 "체제대결 종식"

"작년 초 北의 대남방송 전면 중단에 대응한 결정"
하채림

입력 : 2025.07.22 18:32:14


이종석 국정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5.6.19 utzza@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국가정보원이 지난 50여년간 이어온 대북 방송을 새 정부 출범 한 달여만에 전면 중단한 데는 작년 초 북한의 대남 방송 전면 중단이 중요하게 고려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22일 국정원의 대북 라디오·TV 송출 중단의 이유에 관해 "정부가 북한의 대남 방송 운영 중단에 대응해 대북 방송을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정부는 극심한 체제 대결 시대를 종식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뒤 통일·동족 개념을 사회 전반에서 지웠다.

그 일환으로 대남 부서를 정리하고 대남 방송과 각종 선전매체 운영도 중단됐다.

북한은 작년 1월 '통일의 메아리' 6개 주파수(FM 3개, 단파 3개), '평양방송' 7개 주파수(FM 3개, AM 2개, 단파 2개) 및 '평양FM' 1개 주파수 등 대남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또 대남 심리전 차원에서 운영해 온 '우리민족끼리'와 '려명' 등 선전매체 웹사이트 9개와 해외 소셜미디어 계정도 모두 폐쇄했다.

국정원 청사
[국정원 제공]

북한의 이런 조치에 대응해 국정원도 대북 방송을 중단했다는 게 이 소식통의 주장이다.

이달 들어 국정원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민의 소리, 희망의 메아리, 자유FM, 케이뉴스, 자유코리아방송 등 대북 라디오 방송과 대북 TV 방송 송출이 순차적으로 중단됐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등 역대 진보정부에서도 방송 시간이 단축되고 보수정부와 내용을 차별화했을지언정 이어졌는데 이번에 끊긴 것이다.

이에 따라 남북이 서로를 겨냥한 선전 방송은 대부분 중단됐다.

KBS와 군의 대북 방송이 남아 있긴 하지만 국정원과는 차이가 있고 향후 중단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간의 대북 방송 활동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북한에 보내는 유화 신호로 활용하려고 북한 주민에 대한 외부 정보 제공을 전면 중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대북 방송 중단이 선제적 유화 제스처라기보다는 북한의 대남 선전 방송 중단에 대응하는 성격이라는 게 정부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방송이 거의 영향력이 없는 반면 대북 방송은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북한이 대남 방송을 중단한 배경에 '두 국가론'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이번 조치도 통일부 부처 명칭에서 '통일'을 삭제하는 변경안과 마찬가지로 '두 국가론'에 호응하고 있다는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한편 기존의 대북 심리전 방송을 담당한 국정원 조직은 앞으로 안보위협 탐지와 조기 경보 및 국익 현안에 관한 글로벌 공감대 확산에 기여하는 조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tre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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