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대출은 된다더니 은행 창구선 “1억까지만”…대출규제 한 달, 현장은 ‘대혼란’

이용안 기자(lee.yongan@mk.co.kr),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입력 : 2025.08.04 20:27:11
규제前 계약 집주인 대출거절
자금계획 틀어져 곳곳서 ‘멘붕’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김호영 기자]


6·27 대출규제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대출 가능 여부를 놓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혼선이 가장 많이 빚어지는 부분은 전세퇴거대출(퇴거대출)이다. 6월 27일 이전 계약에 대해선 1억원 이상 퇴거대출이 가능하지만 6월 28일 이후에 대해선 1억원이 한도다.

규정은 단순하지만 사례가 다양하고 상황도 제각각이어서 수요자와 은행 창구에서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당국이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아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당국은 일선 창구가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시각이어서 당분간 혼선은 지속될 전망이다.

2021년 성동구 아파트를 14억원에 매수한 뒤 전세를 내준 A씨(38). 1주택자로 임대인이자 임차인이기도 한 그는 본인 소유 아파트로 이사해 실거주할 생각이었지만, 최근 은행에서 전세퇴거자금대출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현재 거주 중인 주택이 보증금이 없는 월세다 보니, 1억원 이상 퇴거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는 4일 “A씨의 사례엔 매매와 전세 모두 6월 27일 이전이라 1억원 이상이 가능하다”고 답했으나, 일선 현장에선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현장에서는 부모 집에 거주하거나, 사택 제도를 이용해 보증금이 0원인 경우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1억원이 넘는 퇴거대출을 받기 위해선 6월 27일 이전 계약 조건 외에도 몇 가지 추가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해당 조건이 과거 역전세 특례대출의 내용과 같다 보니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은행에선 당국의 별도 지침 없이는 과거 역전세 특례대출 때의 내용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역전세 특례대출 당시에도 임대인이 살고 있는 곳의 보증금이 0원이면 실거주 목적 퇴거대출이 불가능했다”며 “6·27 대출 규제 이후엔 이 내용을 모든 임대인에 적용하다 보니 대출이 막히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퇴거대출 한도 변경으로 자금 조달 계획이 틀어진 차주도 적지 않다. 이전에는 임차인의 보증금만큼 퇴거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임대인도 세입자라면 임차인의 보증금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보증금을 뺀 금액만큼만 퇴거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임차인에게 6억원을 반환해야 하지만 본인 보증금이 3억원인 경우, 퇴거대출 한도는 3억원으로 줄어든다. 규제 이전까지 6억원 대출을 전제로 계획을 세웠던 임대인들은 자금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강하게 대출 규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도 제각각 행보를 보이면서 대출 자체가 난수표가 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4일 가계부채 관련 회의를 열고 서울 등 규제지역뿐 아니라 전국에 대해 소유권 이전 전세자금대출을 10월까지 막는다고 밝혔다. 또 1주택 이상 보유자는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원천 차단하고, 대출 이동신청건 외 타행 대환자금 용도 취급도 제한했다. 작년 9월 가계부채 관리가 강화된 후 주요 시중은행들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를 막기 위해 소유권 이전 전세자금대출을 막은 바 있다. 최근 들어 일부 은행들은 제한을 풀었는데 6·27 대출 규제로 다시 수도권에 이 규제를 다시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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