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반도체 투자 늘린 금융회사, 규제 풀어줘 자금공급 물꼬 터준다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입력 : 2025.07.30 20:16:21
입력 : 2025.07.30 20:16:21
당국, 감독규정 개편 추진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내부에 묶인 자금을 기업으로 끌어오기 위해 자본 규제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 기업 출자분에 대해 금융사들에 깐깐하게 적용했던 투자 위험도를 낮춰 자금이 공급되도록 물꼬를 튼다.
4대 금융지주가 올 상반기 10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순이익을 내는 등 금융사에는 돈이 몰리는 반면 경기 침체 충격에 다른 제조업 분야 재원은 고갈되는 상황을 의식한 것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감독규정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AI·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투자할 때 금융회사에 적용하던 자기자본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는 것이다.
당국은 국가전략기술과 전력·용수 등 첨단산업 구축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분에 대해 금융사의 자본 위험가중치를 최대 400%에서 100% 선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공공사업 출자분에 대해서도 위험가중치를 낮춘다.
위험가중치는 금융회사가 외부에 자금을 공급할 때 회수 가능성 등 투자 위험을 분석해 계산한 수치다. 현재 금융회사가 기업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때는 위험가중치로 출자분의 250~400%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A은행이 반도체 기업 B사 프로젝트에 100억원을 투자한다면 최대 400억원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은행권 최소 자기자본비율 기준(8%)을 감안하면 100억원을 투자할 때 32억원은 사내에 적립해둬야 하는 것이다.
규제가 계속 늘기만 하면서 4대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은 올해 상반기 1207조원으로 최근 5년 새 23% 늘었다. 기업대출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도 가계대출에 비해 크게 높은 상황이다. 은행권 기업대출에 매기는 위험가중치는 1분기 평균 57.9%로, 주택담보대출(18.9%)의 3배가 넘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위험가중치를 완화하지 않으면 기업금융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도 이 같은 규제가 비효율적이라고 보고 첨단산업 투자분에 대해서는 위험가중치를 낮추기로 했다. 당국 고위 관계자는 “완화된 위험가중치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모아 투자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며 “이를 통해 생산적인 분야로 금융권 자금이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위험가중치가 낮게 적용되는 투자 분야를 정리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종합해 중장기적으로 자본 규제 완화 투자 지침서(룰북)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금융사들이 읽어보고 자금을 집행할 수 있는 일종의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거나 고위험 성장 기업에 대출을 해줄 때 면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놓고도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첨단·성장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다가 향후 일부 부실이 발생해도 중대 과실이 없다면 은행법상 징계 등 제재를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첨단산업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금융회사 재원을 끌어오게 되면 정부 재정 부담을 분산하는 효과도 생길 전망이다.
종전까지 당국은 금융회사가 대형 사업에 출자할 때 국제 룰인 국제결제은행 자본 규정(바젤3)을 깐깐하게 해석해 위험가중치를 높게 설정했다.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선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에 당국은 공공성이 있는 대출·투자에 대해선 위험가중치를 최대 100%까지 낮출 수 있다는 바젤3 특례 규정을 활용해 첨단산업 투자를 촉진하기로 했다. 감독 업무 시행세칙을 바젤3와 비교해 한국이 재량을 갖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발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당국은 조만간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은행·보험·증권 분야별 자본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네거티브 규제(모든 행위를 허용하고 사전 규정된 것만 금지)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규정을 바꾼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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