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트럼프 인하 압박에도 금리 동결했으나 '내부균열' 시작돼
'트럼프 임명' 보먼·월러, 인하 소수의견…다수는 '관망기조' 유지다수위원들 "인플레 다소 높아진 상태"…'관세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이지헌
입력 : 2025.07.31 03:43:52
입력 : 2025.07.31 03:43:52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결정하면서 '좀 더 관망하면서 지켜보겠다'(wait and see)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 속에 조속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개진한 위원이 2명 나타나 연준 내부에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한 모습이다.
연준 발표에 따르면 29∼30일 2일간 이어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먼 부의장이 기준금리를 현 4.25∼4.50%로 동결한다는 다수 의견에 반대해 0.25%포인트 인하가 필요하다고 소수 의견을 냈다.
이들 위원의 반대표 행사는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월러 이사는 최근 공개 연설과 인터뷰에서 관세정책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일회성에 그칠 것으로 본다며 노동시장이 빠르게 약화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당장 7월부터 금리인하를 재개해야 한다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보먼 부의장도 최근 공개석상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억제된 상태를 유지한다면 이르면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3년 주기로 돌아가면서 FOMC 투표권을 보유하는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과 달리 상시 의결권을 행사하는 연준 이사들이 다른 다수 의견에 반대해 소수의견을 개진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블룸버그는 두 명의 연준 이사가 금리 결정에서 소수의견을 낸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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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러 이사와 보먼 부의장과 달리 다수 FOMC 구성원은 이번 회의에서 경제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최근 물가지표가 추가 금리인하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는 있지만, 고용 사정이 아직 양호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경제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분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게 다수 위원의 판단이다.
관세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남은 상황에서 9월 회의 때까지 최신 고용 및 물가 지표를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관세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다"라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 달리 다수 위원 의견이 반영된 통화정책 결정문은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아진 상태에 머물러 있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6월 2.7%로 반등해 관세발 물가 상승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다만, 장난감·가전제품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서 아직은 관세 영향이 광범위한 지표에 뚜렷하게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
관세의 경제 영향이 불확실한 가운데 지난 6월 내놓은 경제전망(SEP)에서 FOMC 구성원 7명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 상승) 진입 위험을 고려해 연내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이런 전망을 택한 위원 수는 3월 전망 때의 4명보다 오히려 더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 속에 연준 내부에서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관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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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월가에선 두 연준 이사의 금리인하 소수의견 행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투자자 노트에서 월러 이사와 보먼 부의장이 소수의견을 낼 것으로 내다보며 "경제 상황보다는 (차기) 연준 의장 임명을 위한 오디션에 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월러 이사와 보먼 부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기 행정부 시절 연준 이사로 임명된 인사로, 경제 기초여건에 부합한 의견이라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 부응한 정치적인 행보라고 본 것이다.
반면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 결정에 가까워질수록 반대의견 출현을 당연히 예상할 수 있다"며 "특히 현재처럼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매우 폭넓게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라고 평가했다.
연준이 이번 FOMC에서 향후 금리인하 행보에 추가적인 힌트를 거의 주지 않은 가운데 금융시장의 9월 금리 인하 기대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이날 FOMC 회의 후 오는 9월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35%로 반영했다.
이는 전날(35.4%) 확률에서 거의 변화하지 않은 것이다.
p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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