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기업 선두주자 …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 어민 골칫거리 불가사리 활용 친환경 제설제·화장품 원료로 8년만에 연매출 300억대 성장 반도체·디스플레이 부산물로 부식 방지제 원료 선보일 예정 탄소배출 감축·국산화 등 기대
버려지는 불가사리로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한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 이진한 기자
폭설과 추위로 악명 높은 강원도 인제군에서 보낸 군 복무 기간은 삶의 궤적을 바꿨다. 과학영재학교 경기과학고등학교 재학 시절 연구했던 소재를 세 명의 군 동기와 '불가사리 제설제'라는 사업 아이템으로 승화시켰다. 기술 수준은 초보적이었지만 독보적인 참신함으로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에서 참모총장상을 받았다. 지난해 약 300억원의 연매출을 거둔 '스타스테크'와 양승찬 대표 이야기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양 대표는 "불가사리는 어민들의 주 소득원인 바지락, 전복 등을 먹이로 삼는데, 기후변화와 함께 개체 수가 크게 늘어 해양 유해생물로 여겨지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러면서 "그물에 잡힌 불가사리는 소각 폐기해야 해 처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스타스테크는 이를 무상으로 수급해 친환경 제설제와 화장품 원료 등으로 활용한다"며 "이렇게 처리하는 불가사리의 양은 연간 400t가량"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스타스테크를 창업한 양 대표는 국내 기후기술(클라이밋테크) 기업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다. 자동차 부식과 콘크리트 파손 등을 초래하는 기존 제설제를 대체한 상품으로 현재 국내 제설제 시장에서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 재학 중 병역 의무를 마치고, 함께 아이템을 고민하던 세 명의 군 동기 가운데 두 명과 약 1억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이룬 성과다.
아이템은 확실했다.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다공성 구조체(뼛조각)는 활용도가 넘쳤다. 다공성은 스펀지처럼 '구멍이 많은 성질'을 말한다. 제설제가 눈을 녹인 뒤 발생하는 염화이온 폐기물을 흡착해 하수도 등으로 흘러가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었다. 초보적이었던 기술 수준도 특정 부식방지제와의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하며 시장 기술을 압도하는 부식 억제 효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는 부식 외에 콘크리트·아스팔트 등 도로 파손을 억제하는 업계 최초 기술까지 상용화하며 시장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양 대표는 "제설제 1t당 피해 복구 비용이 3000달러(약 415만원)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며 "국내 제설제 사용량은 연간 80만t 규모다. 북미 등 해외 진출까지 고려한다면 시장성은 물론 회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도 컸다"고 부연했다. 현재 스타스테크의 제품은 캐나다 도로교통부의 인증을 받아 고속도로 제설에 공식 사용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밖에 일본과 미국, 몽골 등에 수출을 확대하며 연 100만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의 10%가량에 불과한 비료와 화장품 분야는 업사이클링에 대한 양 대표의 집념을 보여준다. 그는 "비료와 화장품 사업은 불가사리를 100%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시작했다"며 "불가사리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얻는 콜라겐이 주력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주요 코스메틱 브랜드에 원료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자체 브랜드 '라보페'도 론칭했다"고 덧붙였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새로운 업사이클링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산(pH 2.0 이하인 산성 액체 폐기물)이 주요 소재다. 현재도 고순도 폐산의 경우 분리 정제 작업을 거쳐 재생하고 있는데, 양 대표는 너무 저순도라 폐수 처리되는 폐산을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친환경 부식 방지제와 수처리제용 스케일 억제재의 원료로 활용할 계획으로, 이르면 내년 1월 생산에 돌입한다"면서 "탄소 배출 감축은 물론 원료 국산화·내재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가 본격화하면서 클라이밋테크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반색하면서도 현 제도에 아쉬움을 보였다. 친환경 제품 전반을 활성화하는 데 있어 정부의 행정이 세밀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양 대표는 "친환경 제설제를 예로 들자면 정부가 관리하는 환경표지인증제도에 융빙 성능은 있어도 친환경성에 대한 등급 구분은 없다는 점이 대표적"이라며 "민간에서의 기술 개발 경쟁을 이끌려면 더 좋은 기술에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제도는 그런 세밀함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회사를 운영하면서 '쓰레기로 환경을 구하자'라는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며 "다만 이를 위해 제도의 효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