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KT 주총…경영진 책임론 목소리 고조
입력 : 2023.03.31 13:05:25
제목 : 혼돈의 KT 주총…경영진 책임론 목소리 고조
주총 직전 사외이사 후보 3인 사퇴…소액주주, 경영 불확실성 지적 잇따라[톱데일리] "개인주주들은 KT가 정부 외압으로 이런 사태를 맞이한 것에 대해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 비상사태에 대해 회사 측은 조금 더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이렇게 대표이사 후보가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밝혀 달라."
31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1기 KT 정기 주주총회장에선 이 같은 소액 주주들의 고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이날 주총을 앞두고 구현모 현 대표,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 사외이사들의 줄사퇴가 이어진 데 따른 불만의 목소리다.
◆ 고개 숙인 박종욱 사장 "KT 정상화 앞당기겠다"
KT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제41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등 4개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됐다. 기존 8개 상정 예정이던 안건들 중 대표이사와 해당 이사들의 사임으로 인해 관련 선임 안건들이 자동 폐기됐다.
주주총회는 의장을 맡기로 했던 구현모 대표이사는 지난 28일 사임함에 따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이 진행했다. 박종욱 사장은 구 대표와 함께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된 윤경림 사장도 사임하며 KT 정관과 직제규정에 따른 관련 제도에 따라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박종욱 사장은 "최근 회사에 발생한 일에 대해서 대표이사 직무 대행으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며 "주주 여러분들의 가장 큰 관심은 회사가 언제 정상이 되느냐 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반영해 KT가 신속히 정상 상태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지난해 말부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여당, 대통령실 등의 거센 압박을 받고 혼란을 겪었다. 연임이 내정돼 있던 구 대표는 정치권의 거센 반대에 물러났고, 이후 재공모 절차를 밟아 윤경림 사장도 차기 대표 후보자로 선정됐지만 정치권의 "이권 카르텔" 비판에 결국 사퇴했다.

◆ 주총 직전 사외이사 3인 사퇴…1인 이사회 비상
KT 이사회는 앞서 이강철, 벤자민 홍 사외이사의 사임에 따라 김용헌 사외이사 1명과 재선임 예정이던 사외이사 3인만 남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총 직전 3인 이사들이 후보 사퇴를 결정하면서, 기존에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8명의 총 10명으로 구성된 KT 이사회는 현재 김용헌 이사 1명만 남게 됐다.
현행 상법 제386조에 따라 퇴임한 사외이사 3명은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 의무를 갖는다. 이에 따라 임기가 만료되면서 재선임 후보에서 사퇴한 강충구, 여은정, 표현명 사외이사는 당분간은 이사회에서 임시 직무를 맡을 예정이다.
KT는 현행법상 최소 3명의 이사를 둬야 한다. 이사회의 의결 과정에 3분의 2 이상의 뜻을 모으는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상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1명의 사외이사만 남게 된 KT 이사회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기가 남은 김용헌 이사도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은 박종욱 사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신속히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최근 4개월 동안 KT 경영에 있어 불확실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며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데까지는 5개월 정도 예상하지만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종욱 퇴진", "자사주 소각 늘려라"…주총현장 시끌
주총 현장에선 일부 주주들이 언성을 높이며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의 퇴진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 소액주주는 "박종욱 의장은 지금 의장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구현모 대표에 가담했던 경영진 모두 사퇴하고 처벌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사주 소각 규모와 배당 성향 확대 요구도 있었다. KT 주가는 최근 3만원 이하로 떨어진 데다 연이어 52주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박종욱 사장은 "분기 배당과 자사주 소각 확대에 대해선 차기 대표이사에게 충분히 전달해드리겠다"며 "비상 상황에서 특별히 뉴 거버넌스 구축 TF를 만들었고 주주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겠다"고 말했다.
전략적 제휴에 따른 단순 투자로 지분을 교환한 현대차그룹이 경영에 개입하는 데 대한 불만도 흘러 나왔다. 앞서 구현모 대표가 지난해 현대차그룹과 상호 지분교환(현대차 4.69%·현대모비스 3.1%)을 했는데 이들이 투자 목적과 다르게 KT의 주총 안건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면서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KT에 대한 불만은 주총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KT전국민주노동회는 "이사회가 깨끗한 인사를 뽑았다면 이런 일은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라며 "차기 대표 선임 조건으로 통신 전문가이면서 범죄에 연루돼 있지 않고 노동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갖춘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카페 KT 주주모임의 카페장은 "경쟁사들은 현재도 성장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데 KT가 이런 경영공백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은 주주입장에서는 주가도 주가지만 걱정이 많이 되는 상황"이라며 "다른 개인주주와 함께 KT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영 불확실성 우려가 고조되면서 현재 KT 주가는 요동하고 있다. KT 주가는 이날 장중 2만8850원까지 떨어지며 신저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주가 3만9300원을 기록하며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돌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반년새 27% 가까이 주가가 주저앉은 셈이다.
KT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5조6500억원, 영업이익 1조6901억원을 달성했다. 매출 25조원을 넘어선 건 KT가 민영화된 2002년 이후 처음이다. 제41기 재무제표 승인에 따라 배당금은 주당 1960원으로 확정했으며 다음달 27일 지급할 예정이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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