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자산 등락률 비교해보니 경착륙·금융 불안 우려 확산 비트코인 19.5%·금 8% 올라 위험·안전자산 동반 상승 전문가 "변동성 확대 대비를"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의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비트코인·금·주식·채권 모두 오르는 독특한 양상을 보였다. 한 달 동안 비트코인(19.5%)이 가장 많이 올랐고 금(8.4%), 코스닥(7.4%), 나스닥(4.9%), 채권(2.4%) 순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성장주와 같은 위험자산과 금·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이 모두 상승한 3월 시장을 두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달 들어 위험 선호 심리가 바뀔 수 있으므로 위험자산 비중은 줄여야 하며 특히 코스닥·가상자산·리츠 등은 피할 것을 조언했다.
2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3월엔 한·미·중을 비롯한 주요 국가 주식시장에서 기술주 위주의 상승이 나타났다.
한국의 코스닥지수는 지난 2월 28일 791.60에서 3월 30일 850.48로 7.4% 껑충 올랐다.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의 9%를 차지하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같은 기간 각각 78%, 36% 오른 영향이 컸다.
3월 미국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4.9% 올라 S&P500지수(2%)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세계 시총 1위' 애플이 지난 한 달 동안 10% 상승하는 등 시총 상위권인 빅테크주(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가 대거 오른 영향이다. 홍콩 항셍테크지수도 8.8% 오르며 홍콩 항셍지수(2.6%)를 큰 차이로 제쳤다.
항셍테크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다. 중국의 다른 IT 기업들도 알리바바의 기업분할 방식으로 성장을 모색할지 기대감이 돌고 있다.
은행 위기 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금을 비롯한 전통적 안전자산과 함께 비트코인으로도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렸다. 비트코인은 3월 한 달간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한 달 동안 19.5% 오르며 3만달러(약 3900만원 선)에 접근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 상승하는 현상을 놓고 비트코인이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부상했다는 주장과 이에 대한 반박까지 등장하며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금은 3월 한 달 동안 8.4% 상승해 트로이온스당 1980.4달러까지 올라서며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2000달러를 넘보는 모습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듀레이션(투자자금 회수기간)이 긴 성장주가 오르면서 안전자산인 금도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향후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도 금 등 원자재 가격은 금리와 달러화 가치에 크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통상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내리면 달러 약세로 연결되면서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 경향이 있다.
또 3월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안전자산인 채권 수익률도 높게 나왔다. 국내 채권시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KIS종합채권지수는 3월 한 달 동안 2.4% 올랐고, 미국종합채권지수도 같은 기간 1.9% 올랐다. 통상 채권의 수익률이 연 5~6% 수준임을 감안하면 6개월 수익률에 준하는 수익률이 한 달 만에 발생한 것이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장·단기 국고채 금리 모두 하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심창훈 신영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3월에 금리가 워낙 큰 폭으로 하락해 이미 향후 금리 인하를 선반영한 레벨이어서 채권 가격의 추가적인 강세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에 대비해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편 전문위원은 "올해부터는 다시 60(주식)대 40(채권) 포트폴리오의 시대가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시장의 경우 경기 침체기가 오히려 수익률을 올리기 좋다는 점에서 하락 시 분할 매수로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