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분쟁이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중국은 내수 진작을 통해 성장 정책을 펼칠 것인 만큼 내수 시장 관점에서 봐야 한다."
2일 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최근 전 세계 기관투자자에게 발송한 연례 서한에서 이같이 밝혔다. 2010년부터 중국의 가계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한 반면, 수출 기여도는 줄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감안할 때 과거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 역시 내수 중심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MBK파트너스는 동북아 소비·내수 기업에 초점을 맞춘 투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 김 회장은 "중국 최대 렌터카 업체인 선저우쭈처와 뷰티·스파 브랜드인 '시안리' 등 중국 내 투자 포트폴리오는 중산층 확대에 따른 수혜를 받도록 설계돼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중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시장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신념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고령화'를 주요 투자 키워드 중 하나로 꼽았다. MBK파트너스는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한국과 일본에서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완료한 메디트와 오스템임플란트 인수는 고령화 사회의 대표적 수혜 산업인 덴탈케어 시장을 겨냥한 결정이었다. 일본에서는 2021년 노인 대상 요양 서비스 기업인 쓰쿠이에 투자한 데 이어 최근 유사한 기업인 유니매트실버타운까지 인수했다. 김 회장은 "빠른 고령화로 헬스케어와 실버케어 관련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MBK파트너스는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면서 차별화된 기술력까지 갖춘 헬스케어 기업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최근 중국 상황처럼 당장은 성장통이 있을지라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동북아 사모투자 시장이 성장·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장기적 안목에서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PEF 칼라일의 아시아 대표를 역임한 김 회장은 2005년 MBK파트너스를 설립해 18년째 이끌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아시아 최고 인수·합병(M&A) 전문가로 명성을 떨쳐온 김 회장의 연례 서한은 전 세계 기관투자자에게 그해 동북아 M&A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투자 나침반'으로 평가된다. 김 회장의 서한은 국민연금,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글로벌 주요 100여 기관투자자(LP) 등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해 MBK파트너스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국·중국·일본에서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한 39억달러(약 5조700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국내에서 두드러진 투자 활동을 이어왔다. 메디트(2조5000억원), 오스템임플란트(2조5000억원), 넥스플렉스(5300억원) 등 주요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거래를 성사시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MBK파트너스는 '투자의 황금창'이 열렸던 지난 2년간 활발한 투자 활동을 펼쳤다"며 "거래 안정성과 종결성을 선호하는 시장 분위기 속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는 포트폴리오 기업 관리에도 집중한 한 해였다"며 "그 결과 코로나19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주요 투자 기업의 실적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특히 일본 보석 브랜드 타사키나, 한국 외식 브랜드 bhc그룹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MBK파트너스는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동종 기업 추가 인수(애드온) 전략 등 다양한 연계 투자 활동에도 집중하고 있다. 김 회장은 "구조적 결합을 통해 매출 확대는 물론,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효과가 기대되는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투자라는 것이 단기간에 승부가 나지 않는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하며 "투자업에 있어 '인내는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투자 결정까지 오랜 기간 물리적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며 "길게는 1년에서 2년간 논의를 거쳐 투자를 집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MBK파트너스는 변화를 이끄는 대리인이자 결실의 수혜자로 자리를 지키겠다"며 "인내에는 보상이 따른다"고 말하며 서한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