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金배추’ 한포기 2만원짜리도 등장…정부는 졸속대책 반복

이희조 기자(love@mk.co.kr)

입력 : 2024.09.24 19:19:01
24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배추가 포기당 1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올해 여름 유례없는 폭염마저 견뎌낸 농가가 있다.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을 재배하고 유통하는 중소기업 ‘팜에이트’다. 실내 수직농장에서 채소를 길러내는 일종의 ‘식물공장’이다.

24일 강대현 팜에이트 대표는 “식물공장에서 상추 같은 신선 엽채소를 대량 재배중인데, 외부 기후와 상관없이 꾸준히 키울 수 있다”며 “일반적인 온실채소는 태양광의 영향을 받지만, 식물공장은 LED를 사용해 건물 내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외부 기후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상기후로 올 여름 ‘금상추’라고 불릴 정도로 가격이 폭등했던 상추를 이 곳에서는 안정적으로 생산해냈다. 아직은 가격에 영향을 줄 정도로 생산물량이 많지 않지만 이상기후에 따른 채소값 폭등을 막을 대안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에는 배추대란이 벌어졌다. 일부 마트에선 배추 한포기에 2만원을 넘어섰다. 오이, 시금치 값까지 들썩인다.

정부는 이번에도 올해 길게 이어진 폭염을 비롯한 기상악화라는 점을 연일 강조한다. 박순연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현재 출하되는 여름배추는 재배면적 감소, 생육기 극심한 가뭄과 이례적인 고온의 장기화로 작황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9월까지는 가뭄과 고온 피해가 심했던 해발 600m 이상의 완전고랭지 지역에서만 출하돼 공급량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는 상수처럼 바뀌어버린 이상기후 탓만 하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서둘러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식물공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비롯한 첨단기술을 동원한 과감한 정책 전환을 이뤄내지 못하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금사과’로 대표되는 농작물값 급등은 매번 반복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장을 역임했던 민승규 세종대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석좌교수는 “기후변화는 충분히 예상됐던 것인데, 거기에 맞춰서 영농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 대처가 늦었다”고 지적했다. 민 교수는 “지금까지 스마트 농업은 실내 농업을 얘기했는데 이제는 노지(지상에 노출된) 스마트팜을 해야 한다”며 “배추 같은 노지 채소는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해 대응이 가능하도록 노지 스마트팜 기술까지 손을 뻗어야 한다”고 했다.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본부장은 기후에 내성이 있는 품종 개발과 재배적지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 본부장은 “스마트농업을 비롯한 자본투자 시설투자 기술투자가 지속적으로 나올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는 김장철 물가 상승으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소매시장에서 거의 유통되지 않던 중국산 배추를 경매시장에 푸는 정책을 검토 중이다. 또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양배추 등 배추를 대체해 김장에 활용할 수 있는 작물의 소비를 촉진시키는 방안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9.24 22:27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