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방산·차 인프라 풍부한 부산 … AI 접목하면 시너지"

배한철 기자(hcbae@mk.co.kr), 박동민 기자(pdm2000@mk.co.kr), 최승균 기자(choi.seunggyun@mk.co.kr)

입력 : 2024.09.24 20:28:18 I 수정 : 2024.09.24 20:30:50
2024 세계지식포럼 부산
제조업 현장에 AI 도입 시급
탄소중립 앞당기는 효과도
스타트업에 AI 인센티브 확대
지역산업 맞춤형 인재 육성해야




◆ 세계지식포럼 ◆

24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제9회 세계지식포럼 부산' 행사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왼쪽 셋째부터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나이절 메디 영국 옥스퍼드대 AI센터장,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크리스틴 두케 IBM 글로벌 마케팅 헤드, 척 응 프리앤절펀드 미국 대표,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송복철 부산경제진흥원 원장, 토마스 바시콜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AI 책임자. 이충우 기자


"인공지능(AI)이 뜬다고 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부산의 경우 핵심 산업이라 할 수 있는 해양과 제조업 분야에서 AI 기술을 혁신하고 생산 현장에 적용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할 것입니다."

24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지식포럼 부산-AI와 함께하는 인류의 미래'에 참석한 세계 각국 전문가들은 AI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AI 생태계가 세계 경제의 새로운 개척지가 될 것이라며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절 메디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AI센터장)는 "AI 개발을 위해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4.6달러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며 "한국도 AI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바꾸는 글로벌 비즈니스 질서' 세션에서 발표자로 나서 "재벌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은 정부 인센티브 정책이 스타트업보다는 재벌 기업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스타트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AI 분야를 지원하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 자동차, 방산 등 제조업 인프라스트럭처가 풍부한 부산의 산업 강점에 AI를 적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투자 전문가인 척 응 프리앤절펀드 미국 대표는 "부산은 AI를 해양, 조선, 자동차 부품 등 전통적인 주요 산업의 강점을 강화하는 도구로 삼아 선제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다른 도시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버클리대의 우수한 인재는 중국, 인도 다음으로 한국이 많다. 그만큼 한국의 강점은 연구개발 분야 인력이 많고 실력도 뛰어나다는 것"이라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한국의 잠재적 기회를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서 AI 기술을 이용해 열 교환기의 결함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스타트업을 키우는 사례도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AI 기반 열 교환기 결함 검사 장치를 이용해 검사 기간과 비용을 각각 24일에서 6일, 130만달러에서 30만달러로 줄였다. AI 기반 결함 검사 장치는 95.6%에 이르는 정확성을 바탕으로 기존 일반 검사 장치보다 빨리 결함을 찾아냈다. 한수원은 이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스타트업을 분사해 사업화하고 있다.

AI 인재는 지역 산업과 연계해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크리스틴 두케 IBM 글로벌 마케팅 헤드는 "대학이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협력하면 기존 인력의 숙련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만큼 지역 산업과 인재 육성이 연계돼야 한다"며 "AI 때문에 퇴직한 인력의 재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AI 비즈니스 면에서 부산을 포함해 한국은 소프트웨어보다는 반도체 등 하드웨어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AI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상품을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해 보게 해서 신뢰도를 높이면 시장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반 글로벌 음성인식 솔루션 업체인 미디어젠의 송민규 대표는 "부산이 세계적인 AI 선도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영어교육과 평생교육, 청년 창업, 외국인 지원 등 4개 분야가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부산형 AI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송 대표는 "부산형 AI는 대학, 학교, 커뮤니티센터 등 오프라인 거점들과 연결할 수 있는 AI 서비스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부산이 영어 하기 편한 도시, 평생교육 도시, 청년 창업 도시로 탈바꿈하면 부산형 AI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이렇게 되면 부산은 글로벌 AI 허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탄소중립에도 획기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새로운 산업구조의 재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토마스 바시콜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AI 책임자는 'AI, 한국에 기회인가 위기인가' 세션에서 "AI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AI를 잘 활용하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이 집중된 부산·울산·경남 지역 최대 현안인 탄소중립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게 획기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기술을 생산 공정에 도입하면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며 "AI와 함께 청정 에너지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해야 탄소중립 실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지 재러파버 옥스퍼드대 지속가능금융콘퍼런스 의장은 "AI는 모든 업계에 다 연결돼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기, 통신처럼 역사를 바꿀 수 있을 만한 핵심 기술"이라며 "이미 거대 기업들은 AI를 사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고, 앞으로는 더 큰 산업구조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반도체는 물론 사물인터넷과 5G 등 AI 기반 시설이 세계 1위 수준"이라며 "한국 정부는 AI 규제와 관련 기업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AI를 주도해서 개발하고 발전시키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지방자치단체, 상공계, 공공기관 관계자 및 대학생 등 청중 250여 명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부산 특별취재팀=배한철 영남본부장(팀장) / 박동민 기자 / 최승균 기자 / 서대현 기자 / 우성덕 기자 / 고경호 기자 /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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