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매물 나온 가스업체 M&A, 대기업이 참여 안하는 이유는?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입력 : 2024.09.25 15:15:28
4~5조원대 가치 지닌 가스업체
에어프로덕츠·SK스페셜티 매물로
주요 국내외 사모펀드 입찰 나서
향후 인프라펀드에 되팔 목적

자금 있는 대기업은 참여 안해
본사업과 시너지 효과 크지 않고
일부 업체에 종속될 수 있기 때문


가스 관련 시설 <에어프로덕츠 홈페이지>


‘에어프로덕츠(5조원대), SK스페셜티(4조원대)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1조3000억원)’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올해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가스회사라는 것이다.

에어프로덕츠는 DIG에어가스·에어퍼스트·린데코리아 등과 함께 국내 산업가스 회사를 과점하고 있는 주요 사업자다.

산업가스는 대규모 제조 업체들을 대상으로 장기 계약을 통해 산소·질소·수소·이산화탄소·아르곤 등을 파이프라인으로 공급한다.

SK스페셜티와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는 반도체 특수가스 분야 글로벌 1위 및 3위 사업자다. 각각 SK그룹과 효성그룹 산하에 있었던 ‘알짜 회사’다.

이 같은 가스업체들이 매물로 나오자 M&A 시장에선 많은 사업자가 입찰에 응하고 있다.

가스업체는 단기간에 큰 성장성은 없을 수 있지만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며 제조업 경기확장에 따라서 수익을 꾸준히 더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3~5년 이상 보유한 뒤에 다시 되파는 전략을 할 때 가스업체만큼 매력적인 매물이 없다.

눈여겨볼만한 지점은 3곳 예비입찰 당시 주로 FI(재무적투자자), 즉 사모펀드들만 예비입찰에 응했다는 것이다.

SI(전략적투자자), 즉 대기업들은 현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입찰전에 뛰어들지 않았다.

실제로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는 IMM·글랜우드크레딧·스틱인베스트먼트·어펄마캐피탈,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KB자산운용, 스톤브릿지·BNW인베스트먼트 등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결국 IMM·스틱 컨소시엄이 1조3000억원을 내걸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지난 7월 선정됐다.

SK스페셜티는 한앤컴퍼니와 MBK파트너스,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예비입찰엔 MBK파트너스와 KKR·칼라일·스톤피크·아이스퀘어드캐피탈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우선 SI 입장에서 가스업체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제조업체에 가스를 공급해주는 가스업체를 인수한다고 해도 본업 경쟁력과 시너지를 내기 힘들다.

IB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에어프로덕츠가 삼성전자 평탱공장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는데, 만일 삼성그룹 이외 타 그룹사가 에어프로덕츠를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삼성을 통해서 주로 매출을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인수주체 그룹사와의 시너지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되려 삼성 SK하이닉스 등 일부 업체에 종속되는 효과만 있기 때문에 SI 입장에선 가스업체가 조 단위 투자를 할만큼 매력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SK스페셜티와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의 경우는 반도체 특수가스와 관련 있었기 때문에 핵심 알짜회사로 분류됐지만 그룹사(SK그룹, 효성그룹)의 유동성 문제로 인해 매물로 나온 건이다. 이 또한 다른 그룹사 입장에선 본업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매력적이지 않다.

반면 FI 입장에선 4~5조원에 에어프로덕츠, SK스페셜티를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 추가로 인프라 펀드(KKR인프라, 맥쿼리)에 되팔 수 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인수금액을 적어내고 있다.

DIG에어가스(구 대성산업가스)가 대표적인 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7년 DIG에어가스 지분 100%를 대성그룹과 골드만삭스로부터 1조7000억 원에 매입했고, 2020년 맥쿼리자산운용에 2조5000억 원에 팔았다.

IMM PE도 지난 2019년 에어퍼스트 지분 100%를 1조3000억원에 사들인 뒤, 4년 만인 2023년 해당 지분 30%를 블랙록에 1조500억원에 팔며 막대한 수익을 얻은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맥쿼리 등 인프라 펀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상승이 반영되며 수익성이 점차 개선되는 영역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타 사모펀드 대비 더 긴 시야로 투자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프라성 펀드들은 꾸준히 LP를 교체해가며 자산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사모펀드들이 우선 가스업체 경영권을 확보한 뒤 밸류업을 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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