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항공사 노선 증편 제재 발리·냐짱·보라카이 만석 징검다리 연휴 예약률 90% 치열한 승객 확보 경쟁에 소비자 권익 보호는 뒷전 국제선 지연 석달새 22%P↑ 안내 늦은 LCC 과태료 처분 "정부, 항공 안전관리 감시를"
정부가 항공사들의 노선 증편 제도를 손보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항공사들이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치는 것에 비해 소비자 보호는 뒷전인 탓이 있다. 특히 최근 항공 수요 증가에 따라 국내선 국제선을 가리지 않고 지연 또는 결항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운항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는 티웨이항공에 과태료 14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3월 31일부터 6월 24일까지 운항한 항공편 중 7건에 대해 지연을 인지했음에도 승객에게 늦게 안내한 혐의를 받는다. 현행 항공사업법은 항공사가 지연·결항 등으로 예정대로 운항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지체 없이 승객에게 변경 내용을 안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어겨 한 건당 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이다.
올해 들어 항공사들의 운항 지연이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7월 전체 항공편 지연율은 36.1%, 결항률은 0.45%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지연율 30.3%, 결항률 0.88%와 비교했을 때 결항 사례는 소폭 개선됐지만 지연은 6%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지연율은 계획보다 항공기 운항이 늦춰진 비율을 말한다. 국토부는 일정 대비 15분 초과해 운항됐을 때 지연됐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전체 항공편의 시간 준수율도 69.0%에서 63.6%로 악화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4월부터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선 지연율은 4월 19.7%에서 지난 7월 30.0%로 늘었다. 같은 기간 국제선은 18.6%에서 40.9%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결항률도 국내선은 0.44%에서 0.90%로 악화했다. 국제선 결항률은 0.12%에서 0.09%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운송 불이행과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한 피해구제 접수가 지난해 60건 수준에서 올해 120건으로 2배 늘었다.
국토부는 항공사들이 해외여행 수요 증가에 따라 증편을 추진하면서 문제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징검다리 연휴인 이달 1~6일 국적 항공사의 국제선 예약률은 90%대에 육박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인도네시아 발리, 베트남 냐짱 노선 등의 예약률이 만석 수준이고, 제주항공 괌 노선과 티웨이항공 보라카이 노선도 100%에 가깝다.
항공사들은 팬데믹 때 운항을 중단했던 노선을 동계 기간부터 재개하고 신규 노선도 취항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팬데믹으로 4년간 멈췄던 부산~칭다오, 인천~나가사키 노선을 비롯한 단거리 노선을 12월부터 다시 운영한다. 또 오는 27일부터 여행객이 많은 베트남 푸꾸옥과 냐짱, 발리 노선도 매일 1회에서 2회로 운항을 늘린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11월 일본 구마모토 노선을 재개하고 이달 말 이집트 카이로 노선 신규 취항을 예정하고 있다. 이 밖에 이스타항공·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도 국제선 증편 계획을 예고했다.
문제는 이렇게 확대한 항공편에 대해 소비자 권익이 침해되는 사례가 발생했을 때 항공사들이 마땅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8월 29일 파리발 인천행 항공기가 기술적 결함으로 약 21시간이나 지연된 사태가 벌어졌지만 '합리적 조치를 취했음에도 안전 결함이 발생한 사례'라면서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후쿠오카에서 인천으로 출발할 예정이던 항공편이 기체 결함으로 8시간 이상 지연된 바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중 처음으로 파리 노선에 취항해 주목을 받았지만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정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LCC들은 운용 능력이나 역량 부분에서 아직 경험이 부족해 비상시 대응책이 다각도로 필요한 시점"이라며 "항공업계에 인력 수급 문제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안전과 정비 부문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정부는 소비자 권익 보호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며 "범부처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시장을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