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양측 모두 인정한 ‘고려아연 향후 주가 100만원대’ … 2.7조 차입에도 가능할까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입력 : 2024.10.04 13:27:10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vs 영풍·MBK
고려아연 경영권 놓고 분쟁 격화
고려아연 2.7조 자사주 공개매수 나서
대부분 차입으로 조달에 향후 부담

고려아연측 ‘2033년 매출 25조원’ 제시
현행 대비 2.5배 달해 투자금 필요
MBK “막대한 차입으로 투자여력 제한”
이대로 가다간 ‘승자의 저주’ 우려 나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 = 각 사]


“(고려아연 주식을) 75만원에 사지만 차후 매각할 때 주가가 100만원 이상이 될 것이다” (강성두 영풍 사장)

“(영풍) 강 사장님이 고려아연 잠재된 가치는 100만원이 넘고 120만원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신걸로 기억한다. MBK·영풍측에서 여러 주장을 하셨지만 거의 유일하게 동의하는 부분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이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분쟁이 있는 가운데, 양측 모두 공식석상(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의 향후 주가가 100만원대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발언해 눈길을 끈다.

사모펀드 MBK가 영풍과 손잡고 당초 주당 50만원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75만원에 공개매수 하고 나선 것, 최 회장측 이에 대항하며 고려아연 주식을 83만원에 사겠다고 말한 것 모두 이 같은 근거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지난해 약 9조7000여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고려아연은 지난해 말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033년 매출액 25조원’이란 청사진을 제시했다.

2033년 기준 기존 제련분야 매출액은 13조원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인 TD(트로이카 드라이브·배터리 소재, 자원순환, 신재생에너지)서 12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배터리소재(2차전지)는 LG화학과 협업해 황산니켈, 전구체, 동박 등을 판매해 5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게 목표다.

자원순환은 전자폐기물(E-Waste), 태양광폐패널, 폐배터리 등에 진출해 6조원 매출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고려아연 청사진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IB(투자은행)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의 TD 청사진에 대해서 많은 기업·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다”며 “이 때문에 현대차·한화 등도 유증 참여, 자사주 맞교환 등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일 고려아연 청사진대로 매출 25조원을 찍게 되면(현재 대비 2.5배), 그만큼 영업이익도 확장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고려아연 연간 EBITDA(상각전영업이익)은 2023년 9790억원서 2026년 1조4410억원으로 증가한다.

이 추세라면,매출액 25조원 달성시 향후 EBITDA 2조원대도 노려볼 수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10.2[이충우기자]


만일 EBITDA 2조원 달성(2023년)에 멀티플 10배~12배를 쳐주면, 2033년 고려아연 기업가치는 약 20~24조원이 된다.

그렇게 되면 고려아연 주가는 현재 주식수 기준으로 100~115만원이 된다.

고려아연 주요주주인 영풍·최 회장은 이 같은 계산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주당 83만원)에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은 배임이라는 주장에 대해 최 회장측은 “향후 미래가치를 생각했을 때 절대로 높은 가격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고려아연 투자여력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MBK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금·회사채 발행 등으로 2조7000여억원을 조달하면서, 고려아연 부채비율이 기존 36.5%서 94.4%까지 뛰게 된다.

자사주 소각으로 인해 순자산은 27% 감소한다.

더 큰 문제는 연간 이자비용만 1860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영업외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연간 1조원에 달하는 고려아연 EBITDA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고려아연측은 사업 확장을 위해 향후 CAPEX(설비투자)를 올해 1조6000억원, 내년 1조2000억원, 2026년 2조3000억원으로 당초 계획했었다.

하지만 자사주 공개매수로 2조7000억원을 차입해 쓰게 되기 때문에, 향후 CAPEX 등 투자 여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MBK측은 “고려아연이 향후 5년간 계획하고 있는 약14조원(그중 12조원은 트로이카드라이브)의 투자 재원마련에도 어려움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돼, 회사의 성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누가 승리해도 ‘승자의 저주’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9.27 [이승환기자]


최 회장측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해도 결국엔 막대한 이자부담을 떠앉으면서 향후 신사업 투자여력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MBK·영풍 연합이 경영권을 가져가게 된다면, 고려아연측 기존 기술자들의 줄사퇴가 예고되고 있고 아울러 막대한 차입금을 처리하는 문제 등 내부 잡음이 커질 예정이다.

고려아연의 성장 궤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애시당초 영풍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 최씨 일가 간의 분쟁이 심화된 건이기 때문에, 양측 모두 절제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회장이 영풍측 요구(올해 3월 주주총회서 주당 배당액을 1만5000원서 2만원으로 상향할 것을 요구)를 들어줬다면, 1000억원만 추가로 들이고도 당장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경영권 분쟁은 계속될 가능성은 높다.

영풍 역시 본인 사업 경쟁력을 점차 상실해갔고, 고려아연에만 의존하면서 배당확대만 주장했다는 문제점이 있다.

영풍측이 진정으로 고려아연이 주당 100~120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투자자의 신임을 받는 최 회장과 같이 했어야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IB업계 대표급 인사는 “현재 주가만 높고 봤을 때 고려아연 주가는 적정 수준을 넘어서 고평가로 가는 듯 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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