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에 '강대강 대치' 숨고르기 … 극적 합의 가능성도

오대석 기자(ods1@mk.co.kr), 조윤희 기자(choyh@mk.co.kr)

입력 : 2024.10.09 17:41:24 I 수정 : 2024.10.09 20:02:44
MBK "공개매수 가격 동결"… 최윤범 "공개매수 철회를"
MBK "이미 충분히 높아"
금감원장 엄포에 한발 후퇴
최회장측 "가처분 취소부터"
매수가격 상향 고심 커질 듯
당국 경고 무시하기 어려워
정부 개입에 갈등 해결 '물꼬'
양측 구체적 요구사항 나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군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간의 대결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MBK가 공개매수 경쟁이 회사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고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어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는 교란행위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양측 갈등 해결의 '물꼬'를 트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MBK 측은 9일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최 회장 측을 압박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강력 반발하며 MBK 측이 공개매수를 철회하고, 고려아연 측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한 가처분을 취소하라고 맞섰다.

이날 벌어진 상황은 일견 더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끝까지 연장전을 치르겠다'던 MBK 측이 입장을 선회한 것은 전일 금융당국의 강한 압박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뜻을 거스르는 것에는 매우 큰 부담이 따른다. 향후 더 큰 인수·합병(M&A)을 비롯해 거래에 나설 때마다 뒷다리를 잡힐 수 있다. '소탐대실'하지 말자는 판단을 한 것이다.

MBK는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 주당 83만원, 영풍정밀 주당 3만원의 공개매수 가격은 각 회사의 현재 적정가치 대비 충분히 높은 가격이며, 이미 기존 주주에게 상당한 프리미엄을 제공한 가격"이라며 "공개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국의 압박에 일단 협조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MBK는 공개매수 종료일자, 주주들의 세금 부담을 비롯한 공개매수 조건이 최 회장 측의 제안보다 유리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내비친 성격도 있다.

실제로 MBK 측은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를 14일까지 실시한다. 반면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이 23일, 영풍정밀이 21일까지로 더 늦다.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주주 입장에선 먼저 끝나는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최대한 응한 뒤 나머지를 최 회장 측 공개매수에 응해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공개매수 주체는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 전량을 매수하지 않고, 최대 매수 예정 수량까지만 사들인다. 투자자들은 나머지 지분을 공개매수 종료 뒤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처분해야 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먼저 공개매수를 시작한 MBK·영풍 측이 어느 정도 지분을 확보한 상태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MBK의 이 같은 발표를 두고 고려아연은 MBK 측이 시장 교란 행위를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고려아연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늘 MBK가 발표한 입장은 지난 2일 이미 법원이 허용한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오는 14일 이후에 만료된다는 점과 지난 가처분의 재탕에 지나지 않는 2차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 또한 오는 14일 이후에 이루어진다는 사정을 최대한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이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을 막기 위해 MBK 측이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한 차례 기각됐지만 MBK 측은 지난 4일 또 한 번 2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황이다. 최 회장 측은 MBK 측의 공개매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고려아연은 "MBK가 진정으로 고려아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생각하고 스스로 초래한 시장 혼란을 바로잡으려면 공개매수를 적법하게 철회하고 자사주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제기한 무의미한 2차 가처분을 취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MBK의 이번 선언으로 최 회장 측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만히 있을 경우 승산이 낮은 상태에서 최 회장 측이 추가로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할 경우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는 처사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공개매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를 통해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 가격 상향 등의 안건을 논의한 바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경고를 무시하고 공개매수 경쟁을 가열시켰다가 오너까지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는 카카오의 선례를 보고도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최 회장에게도 큰 부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렇다고 상대 장단에 맞췄다가 회사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어 고심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개입을 공식화하면서, 양측이 만나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를 놓고 카카오와 하이브가 치열한 공개매수 경쟁을 하다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에 이른 적이 있다.

[오대석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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