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아진 K국채, 금리 0.6%P 인하 기대 …"국가적 경사"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우제윤 기자(jywoo@mk.co.kr)

입력 : 2024.10.09 17:48:35 I 수정 : 2024.10.09 17:56:26
WGBI 편입 3전4기 성공
정부 건전재정 기조하에
신인도 꾸준히 높아진 영향
해외자금 600억弗 유입 땐
年 1조1000억원 이자 절감
정부 재정정책 운용에 숨통
은행·회사채 후광효과도
외국인 채권 매입세 '탄력'




◆ 韓 세계국채지수 편입 ◆





세계국채지수(WGBI)에 한국이 편입됐다는 것은 정부 자금 조달에 필요한 안정적인 국채 수요를 확보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은행채, 회사채 등 국내 채권시장 역시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어 3년 넘게 이어진 고금리 기조에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기업들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 위상이 높아지고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돼 반등 모멘텀을 찾고 있는 주식시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브리핑에서 "우리 국채시장이 명실상부하게 '제값 받기'에 성공했다"며 "우리 경제에 대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경제적 국격 업그레이드"라며 "이번 국가적 경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 건전재정 기조하에 국가신인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진 게 큰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국제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은 국채 투자인데 이 지수에 우리가 포함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알아서 우리 국채를 사게 될 것"이라며 "원화가 유로나 엔처럼 국제 유통 통화로 가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WGBI는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로 글로벌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초우량 투자자들은 WGBI 등 주요 채권지수를 추종해 투자한다. 따라서 국채가 WGBI에 편입되면서 글로벌 투자자금도 자연스럽게 국내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에 따르면 WGBI 내 한국 편입 비중은 2.22%다. 전 세계적으로 WGBI를 추종하는 자금이 2조5000억~3조달러로 추산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560억~670억달러(75조~89조원)가 단계적으로 국내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따른 채권가격 상승 기대감과 WGBI 편입 전망으로 인해 이미 올해 들어 외국인 채권 매입세는 부쩍 강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기준 외국인 채권 보유액은 259조3690억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5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민국이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된 것과 관련해 브리핑을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김호영 기자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편입 시기는 내년이지만 채권시장에는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패시브 자금들은 편입 시기에 맞춰 미리 포트폴리오를 교체해 국채 보유 비율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글로벌 금리 인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새 투자처를 찾는 글로벌 투자자금의 대규모 유입도 기대해볼 수 있다.

국채 수요가 늘어나면 금리가 낮아져 정부 자금 조달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기재부는 최대 600억달러의 해외 자금이 유입되면 0.6%포인트 수준의 금리 인하, 연간 1조1000억원의 이자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기재부는 "국채 수요 기반이 확충되면서 안정적인 중장기 재정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한국의 중기 채권 수요가 늘어나면 금리는 0.1~0.2%포인트 하락하고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이 같은 과정은 은행채, 회사채 등 민간에도 순차적으로 적용돼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도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채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은행채, 회사채 등도 금리가 낮아져 민간이 받는 후광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GBI 추종 자금이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특별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유출입 변동성이 낮고 예측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만큼 해외 투자자금이 꾸준히 유입돼 외환시장 수급이 개선되고 환율도 안정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외국인 채권 자금이 통상 환헤지해서 투자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단기적인 원화 매수 효과보다 중장기적 자금 유입에 따른 원화값 안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편입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복합적이다. 정 센터장은 "해외 자금 유입으로 금융시장이나 경기에 대한 안정성은 높아진다"며 "전반적인 채권 금리가 낮아지는 것은 주식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수출기업이 주식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면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채권시장 자금 유입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도가 떨어져 있다"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국내 시장 투자 유인을 끌어올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영욱 기자 / 김정환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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