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권에 따라 희비 엇갈려 ···· KKR·앵커는 큐익스프레스 지분 받고 원더홀딩스는 못 받았다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우수민 기자(rsvp@mk.co.kr)

입력 : 2024.10.14 17:07:40
구영배 큐텐 대표, 티메프 인수 때
큐텐 주식 주며 무자본 M&A 나서
티메프로 큐텐그룹 와해 수순 밟자
큐텐 기업가치 하락해 투자자 발동동

티몬 투자자인 KKR·앵커PE 등은
담보권 실행해 큐익스 지분 확보
큐익스 알짜기업으로 美상장 노려
위메프 대주주인 원더홀딩스는
담보권 없어 큐익스 지분 못 받아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왼쪽부터),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으로 촉발된 ‘티메프 사태’로 인해 큐텐그룹이 사실상 공중분해 된 가운데, 투자자 간 희비가 엇갈렸다.

앞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티몬·위메프를 무자본 M&A(인수합병)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기존 티몬 대주주인 KKR·앵커PE, 위메프 대주주인 원더홀딩스에게 인수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큐텐그룹 주식을 줬다.

이로 인해 티메프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 보통주 기준으로 KKR·앵커PE는 큐텐그룹 지분 26.4%를, 원더홀딩스는 큐텐그룹 지분 18%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여름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며 티몬·위메프 모두 회생절차에 들어가고, 모회사인 큐텐 역시 평판 리스크로 인해 80% 이상 직원을 정리해고하는 등 사실상 청산절차에 돌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투자자들이 들고 있는 큐텐주식 자체가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횡령·배임)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10.10 [김호영기자]


이 대목서 투자자들 희비가 엇갈렸다.

KKR·앵커PE는 큐텐그룹 핵심 알짜 물류회사인 큐익스프레스 담보권을 미리 설정해뒀었다.

이에 두 투자자는 담보권을 행사해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나눠 가지게 됐다.

IB 업계에 따르면, 당초 큐텐·구영배 대표가 95%를 보유하고 있던 큐익스프레스는 FI(재무적투자자) 주도로 경영권 회수에 들어가면서, 현재 크레센도(35%), 야놀자(31%), KKR·앵커PE·홍콩계 PEF(19%), 코스톤아시아·메티스톤PE·캑터스PE·산업은행PE(13%), 큐익스프레스 임직원(2%) 등으로 지분구도가 재편된 상황이다.

큐익스프레스는 현재 300억원의 추가 투지도 유치 중이다.

큐익스프레스는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물류 플랫폼으로, 기존 해외특송 업체인 FedEx, DHL보다 가격을 저렴하게 하면서, 우체국보다는 더 빠른 ‘2~3일 배송’을 하면서 ‘중간 지점’서 두각을 나타냈다.

큐익스프레스는 2022년 기준 매출액 5000억원을 달성했으며, 현재 기업가치도 수천억 원에 달한다. 큐익스프레스는 사태를 수습하고 미국 나스닥 상장을 노리고 있다.

만일 향후 큐익스프레스 상장까지 이뤄지면, KKR·앵커PE는 티몬 투자대금(근 7000억원) 중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매경DB>


하지만 원더홀딩스는 상황이 다르다.

위메프를 큐텐그룹에 팔았던 원더홀딩스는 큐익스프레스 담보권이 없었다.

이로 인해 원더홀딩스는 현재도 계속 큐텐 주식을 들고 있는 상황이다. 원더홀딩스 입장에선 엑싯(Exit·투자회수) 방법이 마땅치 않게 된 것이다.

원더홀딩스 대표는 허민 전 네오플 대표다.

허 대표는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제작한 네오플을 넥슨에 매각한 이후, 2009년 원더홀딩스를 설립하고 2010년 이커머스 플랫폼 위메프를 창업한 바 있다.

위메프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지면서, 위메프에 투자했던 투자자 역시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위메프 대표적인 투자자는 NHN(넥슨코리아가 원더홀딩스에 3500억원을 투자했고, 이 중 2500억원이 위메프에 투자됨), IMM인베스트먼트(1200억원) 등이 꼽힌다.

IB 업계 관계자는 “담보권 유무에 따라서 일부라도 손해를 보전할 수 있는 곳과 아닌 곳의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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