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5% 확보 기선제압 … 고려아연 적극 재반격 나설 듯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조윤희 기자(choyh@mk.co.kr)

입력 : 2024.10.14 17:59:12 I 수정 : 2024.10.14 18:02:20
MBK·영풍 공개매수 완료
고려아연株 양측 매수가 미달
기관들 막판까지 눈치싸움
영풍정밀 주가는 3만원 웃돌아
영풍 제시가 넘어 실패 가능성
최윤범, 승부처 방어 청신호




◆ 고려아연 분쟁 ◆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MBK·영풍 연합과 고려아연(최윤범 회장 측)이 격돌하고 있는 가운데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지분 5%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 측이 제시한 최소 목표 수량(6.9%)에는 미달했지만,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지분을 확보한 것이어서 관심이 주목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5% 이상의 지분이 응했다. MBK 연합은 주당 83만원에 이 지분을 모두 사들인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도는 최 회장 및 우호 세력(33.9%), MBK·영풍 연합(33.1%), 국민연금(7.8%) 자사주(2.4%), 기타 주주(22.8%)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영풍과 장씨 오너 일가가 보유하던 기존 지분 33.1%에 공개매수로 사들인 지분을 더하면 약 38%가 된다.

향후 지분 관계는 복잡해질 전망이다.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유통 물량은 약 15%. 이 중 5% 이상이 MBK에 응한 상황이다. 나머지 지분 모두가 고려아연에 응해도 베인캐피탈(고려아연 우호 세력)과 고려아연 측 자사주 공개매수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진다.

만일 최 회장이 영풍정밀(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 경영권을 방어하면 현재 지분 구도는 그대로 이어진다. 여기에 더해 베인캐피탈이 최 회장 측 우호 세력으로서 2.5%를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하면 최 회장 및 우호 세력 지분이 36.4%까지 올라간다.

최 회장 측(36.4%)과 국민연금(7.8%) 지분을 합하면 44.2%가 된다. MBK·영풍 연합(33.1%)이 5% 이상을 확보한 상황이어서 이럴 경우 최 회장 측과 국민연금에 더 유리해진다.

반면 영풍정밀 경영권을 MBK가 가져간다면, 최 회장 측 고려아연 우호 지분 1.85%가 상실되면서 해당 몫이 MBK·영풍 연합에 가게 된다. 총 3.7%의 격차를 벌이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될 경우 MBK 측은 베인캐피탈 지분 유무에 따라 4.9~8.6%만 확보해도 'MBK > 최 회장+국민연금' 구도를 만들 수 있다. 영풍정밀 사수 여부가 최 회장과 MBK 측 양측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MBK 측이 5% 이상을 확보한 상황이어서 MBK 입장에선 고려아연 향후 청약 결과에 따라서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

시장은 절묘하게 양측 손을 모두 들어줬다. 금융감독원이 양측에 여론전 자제를 요청하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나서서 양측 회동을 주선하는 등 정부가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자 시장이 차분한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14일 종가 기준으로 고려아연 주가는 79만3000원, 영풍정밀 주가는 3만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려아연 주가는 MBK(83만원)·고려아연(89만원) 측이 제시한 가격을 모두 하회했고, 영풍정밀 주가는 MBK(3만원)보다는 높고 고려아연 최 회장 측(3만5000원)이 제시한 가격보다 낮았다.

통상적으로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으면 주주 입장에선 공개매수에 응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공개매수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보다 낮을 경우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높아져서 성공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이를 감안하면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청약 일정이 앞선 MBK(MBK는 10월 14일, 고려아연이 10월 23일)에 유리한 상황이다. 반면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MBK 제시 가격보다 높게 주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최 회장측에 더 유리한 상황이다.

이날 영풍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26% 상승한 주당 4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풍은 MBK와 손잡고 최 회장을 공격한 주체다. 영풍 주가가 이날 이례적으로 10%대 오른 것을 두고 시장에선 MBK가 사실상 승리했다는 해석과 MBK 패배로 영풍이 추가적인 인수자금 투입 부담을 덜어서 상승했다는 해석이 엇갈렸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국민연금(7.8%)은 통상적으로 경영권 분쟁 사안에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입장을 내진 않고 있다. 국민연금이 MBK 6호 펀드(약 10조원 규모로 조성 중)에 약 3000억원을 출자했고, 해당 자금을 고려아연 공개매수 건에 투입하지 말아 달라고 MBK 측에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거론됐지만 MBK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

주가가 혼조세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최 회장 측과 MBK·영풍 연합 양측 중 어디가 승리했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일각에선 양측 어디도 확실한 승리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될 경우 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에 양측의 표 대결이 나타나는 등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

[나현준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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