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이사회 장악 나설듯… PEF 경영 시험대 된 고려아연

우수민 기자(rsvp@mk.co.kr)

입력 : 2024.10.15 15:41:45
분쟁 1라운드 ‘공개매수’ 이후
2라운드 ‘이사 선임’ 전쟁 개막

시총 24위 기업 ‘밸류업’ 위해
‘崔 능가’ 경영진 선임부터 과제
자사주 매입 저지도 사활 걸듯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애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9.19 [김호영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1라운드로 평가받는 공개매수 전쟁이 MBK 연합의 5%대 지분 확대로 막을 내렸다. 이제 MBK 연합과 최윤범 회장 측은 이사 선임을 두고 2라운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한쪽도 의결권 과반 이상을 확보하진 못한 상황에서 MBK 연합이 우호지분 설득을 위해 신규 이사진 구성을 비롯, 어떤 사업 청사진을 내세울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숱한 ‘조(兆) 단위’ 경영권 거래를 진행한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에게도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 24위에 해당하는 고려아연 기업가치 제고는 전례없는 도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 연합은 오는 17일 공개매수 결제를 마친 뒤 이르면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 13명 가운데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은 최 회장 측 인사다. 최 회장의 임기 만료는 2026년 3월까지다. 상법상 이사회 해임은 특별 결의 사안으로,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다만 MBK 연합이 임시 주총에서 12명 이상의 이사진을 새롭게 선임할 경우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정관에 별도 이사 수 제한이 없다.

본래 미국식 바이아웃(경영권거래) PEF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선진적 지배구조 확립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MBK 역시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 직후 “자본시장 지지 덕분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된 실질적인 첫 번째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한 바 있다.

7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스케치. 2024.10.7 [한주형기자]


다만 고려아연의 경우 여타 오너 중심 기업과 달리 이전에도 소유는 영풍그룹과 장씨 일가가 하되, 경영은 최씨 일가가 도맡는 구조였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소유와 경영이 다시 동일시된 측면이 있는데 자칫하다간 최대주주가 회사를 마음대로 운영하는 오너 경영의 폐단을 반복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며 “설령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다 쳐도 MBK는 지난 약 10년간 임직원의 지지를 받았던 최 회장보다 더 좋은 전문경영인을 데려올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MBK로서는 고려아연 재무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자사주 매입·소각 저지에 사활을 거리란 전망이 나온다.

MBK 연합이 제기한 고려아연 자기주식 취득금지 2차 가처분 소송 결과는 빠르면 오는 21일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MBK는 공개매수 종료 후 “대규모 차입방식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자사주 공개매수가 중단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MBK 입장에서도 3조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소각시킬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계산에 없었을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고려아연 부채가 올라가고 자본이 축소될 경우 MBK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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