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려아연·영풍 회계심사 착수···경영권 분쟁 앞날은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조윤희 기자(choyh@mk.co.kr)

입력 : 2024.10.15 16:08:05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한 회계심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회계심사 과정에서 이번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항목에 특이사항을 발견해 심사를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지분매집 단계를 지나 주주총회 표대결로 이어지는 과정에 금감원의 심사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15일 금감원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양측의 정기보고서를 살펴보고 있다”며 “회계 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경우 강제성이 있는 감리조사로 전환할 것”이라 전했다. 감리조사 단계로 넘어가면 감사인 등을 불러 깊이 있는 조사에 나서게 되며 제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상 회계심사는 공시된 자료에 대한 확인과, 자료 요구, 소명 등의 형태로 진행되며, 3∼4개월가량 걸린다.

금감원 조사서 미진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MBK측 경영권 장악시도 혹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측 경영권 방어 등에 있어서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 조사와는 별도로 지난 9월 이후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1대주주(38.44%)가 된 MBK·영풍 연합은 현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경영체제를 뒤흔들 방안을 고심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최 회장측은 향후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한 우호지분을 확보하면서 최 회장측 우군을 더 확보하는 전략을 쓸 전망이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도는 MBK·영풍 연합(38.44%) 최 회장 및 우호세력(33.9%) 국민연금(7.8%) 기타주주(17.46%) 자사주(2.4%) 다. 최 회장측 우호지분인 베인캐피탈이 추가로 2.5%를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MBK·영풍 연합이 1대주주로서 지위를 계속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양측(MBK·영풍 연합과 최 회장측) 모두 의결권 지분 기준으로 ‘절대 과반’을 차지하진 못하고 있어서, 향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국민연금과 기타주주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MBK측은 1대 주주가 된 이후 고려아연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이전에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다는 계획이다.

MBK측은 고려아연 현 이사진이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2조7000여억원을 빌려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섰고, 이는 고려아연에 연간 1800억원이란 막대한 이자 부담을 안겼다며 현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고려아연 현 이사진이 13명이고 이 중 MBK·영풍 연합측 인사는 1명(장형진 영풍 회장)뿐인데, MBK·영풍측 신규이사 12명을 선임해, 이사진을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지분 중 4% 가량은 자산운용사에 위탁해둔 상황인데, 해당 자산운용사들이 MBK측 손을 들어준다면 MBK가 의결권 기준 과반을 넘을 수 있다”며 “MBK측은 현 고려아연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 회장측은 임시 주주총회는 MBK 뜻대로 되지 못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 사안에 대해선 중립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석주주 과반 동의’가 필요한 임시 주주총회서 과반 동의율을 받기 쉽지 않으리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최 회장의 경영권은 당분간 유지된다.

고려아연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MBK측은 최초 제시한 최소 목표수량 7%에 못 미치는 5.34%의 성적을 냈음에도 공개매수 ‘성공호소인’이 됐다”며 “고려아연이 확보하고 의결권이 늘어날 지분을 감안하면 양측의 지분율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세계 1위 고려아연을 친환경에너지 소재기업 세계 1위로 키워나가겠다며 MBK측의 적대적 M&A 시도에 굴하지 않고 현 경영철학을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만일 MBK측 임시주총 카드가 실패한다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때도 표 대결이 예상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은 13명 중에 5명(박기덕 최내현 김보영 권순범 서대원)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업계선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MBK·영풍(1대주주)와 최 회장측(2대주주)에게 동일한 비율로 이사진을 선임하는 안에 찬성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게 될 경우,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때 5명에 대해서 2명(MBK·영풍 몫), 2명(고려아연 최 회장측 몫), 1명(중립인사)으로 신규 이사진이 선임되면서, 최 회장측 이사진 9명, MBK·영풍측 인사 3명, 중립인사 1명으로 고려아연 이사진이 꾸려지게 된다.

아울러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 때 8명의 임기가 만료될 경우엔, 최 회장측 이사진 6명, MBK·영풍측 인사 6명, 중립인사 1명 등으로 이사진이 꾸려질 수도 있다.

즉, 최 회장측과 MBK·영풍측의 공동경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현준·문재용·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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