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야생동물 다 멸종”...음식으로 자연보호 한다는 이 여성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입력 : 2024.10.29 00:01:18
‘창립 10주년’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박민혜 사무총장
전세계 지속가능 농업 화두로
자연친화적 곡류·채소·열매 등
친환경 ‘K퓨처푸드’ 내달 공개

이마트·야놀자 등 국내기업과
서식지 보전 등 환경보호 앞장


박민혜 한국WWF 사무총장이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지속가능한 식량 시스템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WWF


야생동물 개체군 규모는 생태계의 위험 정도를 알리는 척도 중 하나다. 멸종 위험종의 증가와 개체군의 감소는 자연이 회복탄력성을 잃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 단계를 의미하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음을 암시한다. 이 같은 현상은 인류의 식량 안보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최근 전 지구적으로 재앙 수준의 티핑 포인트가 닥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70년부터 50년간 전 세계 야생동물 5495종의 개체군 약 3만5000개를 분석한 결과 그 규모가 평균 73% 감소했다는 것이다. 특히 담수 생태계가 85%의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고, 육상(69%)과 해양(56%) 생태계도 절반 이상 줄었다.

박민혜 한국WWF 사무총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야생동물 개체군 감소의 주된 원인은 식량 시스템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황폐화”라며 “현재 인류의 색량 생산 방식은 전 세계 물 사용량의 70%, 온실가스 배출량의 25% 이상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농업 방식으로 전환하고, 식량 손실과 낭비를 줄이는 정책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WWF는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해 1961년 출범한 글로벌 비영리 자연보전기관이다. 100여개 국가에서 1만30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국WWF는 2014년 설립해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지구촌 전등 끄기 캠페인 ‘어스아워’를 시작으로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식량 시스템에서 개선이 가장 시급한 부문으로 저장 방식을 꼽았다. 식량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 가공·유통 단계에서 버려지거나 손실되는 규모가 전체의 30%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다. 식품 산업 분야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2021년 유엔 식량시스템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식량 시스템 대전환이 국제적 안건으로 부상했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미흡하다는 진단도 뒤따랐다.

한국WWF가 다음달 발표할 ‘K퓨쳐푸드’는 이 같은 고민의 산물이다. 이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토지 이용량, 물 사용량을 비롯한 정보를 바탕으로 환경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미치는 식재료를 담을 예정이다. 곡류와 콩, 견과, 버섯, 줄기잎채소, 열매채소, 뿌리채소를 비롯한 식물성 식품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식재료를 우선 선정했다고 한다. 박 사무총장은 “앞으로 필요한 지속가능한 식재료는 유기농이 아니라 자연 친화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마트와 함께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과 소비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이 어떻게 생산·유통되는지 알리고 그 과정은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줄 계획이다. 생물다양성을 지킬 수 있고 건강에도 좋은 식단 구성도 추진한다. 영국WWF가 식음료 기업 노르(Knorr)와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차용했다.

지난 9월부터는 국내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서식지 보전을 위한 플래그십 캠페인 ‘애니스테이’도 시작했다. 숙박·레저 플랫폼 야놀자가 참여하고 있다. 까막딱따구리나 수달, 반달가슴곰, 꿀벌을 비롯한 지역별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소개하고, 앱을 통해 애니스테이를 예약할 때마다 서식지 보전 활동에 사용할 후원금 2820원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금액은 환경부에서 지정한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 종 숫자인 ‘282’를 차용했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도 이어간다. WWF는 기업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돕고 이를 검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에 걸쳐 약 8200개의 기업과 협업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도 70곳이 참여하고 있다.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기후위기 교육과 참여 활동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가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협업 요청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박 사무총장은 “WWF 한국지부가 출범했을 당시에는 지속가능 활동이 기업의 사회적 책무 정도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일각에서 ‘그린워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지만 첫 발을 내딛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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