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아시안푸드로 오스트리아 입맛 사로잡은 전미자 회장
'아카키코' 식당 운영해 연 3천만 유로 매출…"초심 유지가 중요"장기근속 직원이 대부분 "종업원도 가족"…여성경제인 10인에 들기도
강성철
입력 : 2024.11.02 20:00:00
입력 : 2024.11.02 20:00:00
(빈[오스트리아]=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1994년 창업한 이래로 건강한 음식을 맛나면서도 저렴하고 신속하게 제공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습니다.
회사가 아무리 성장해도 이 초심은 계속 지킬 겁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일식·한식·아시안푸드 식당인 '아카키코'를 운영하는 전미자 회장은 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래된 단골이 많은 이유는 한결같이 맛을 유지하려고 노력해 온 덕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 회장은 오스트리아 전역과 그리스·사이프러스 등의 25개 매장과 전문 한식당 등을 운영해 연 매출 3천만 유로(약 449억원) 매출을 올린다.
처음에 초밥으로 시작했기에 지금도 가장 많은 메뉴는 일식이다.
가장 맛있다는 노르웨이산 연어를 연간 200톤(t) 이상을 소비할 정도로 인기다.
베트남·태국·중식 등 100여가지 메뉴를 갖추고 있는데 최근에는 비빔밥과 불고기덮밥 등 한식도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
전 회장의 가게에는 보통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 대부분이다.
오스트리아로 이주한 외국계 직원이 청년 때 입사해 직장에서 반려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집도 장만하는 경우도 있고, 창업 때부터 같이 해온 직원도 있다.
그는 "종업원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다른 곳보다 나은 대우를 해주어 '평생직장'이라는 자부심이 들도록 했다"며 "그게 친절한 접객 서비스 등으로 이어져 충성도 높은 고객을 늘려가 매출을 올리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주요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에도 입점해 인지도를 넓혀온 '아카키코'는 오스트리아 식당 중에는 처음으로 2004년부터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업 초창기만 해도 회를 얇게 썰어서 살짝 양념한 밥에 얹은 초밥을 선보였다.
날생선을 안 먹는 현지인들의 입맛을 고려해서다.
그런 식으로 인지도를 넓혀간 덕분에 지금은 제대로 된 스시와 캘리포니아롤 스타일을 모두가 즐겨 먹는 인기 메뉴로 만들 수 있었다.
빈을 포함한 주요 도시로 체인점을 늘리면서 매장 책임자는 대부분 가족과 친인척을 고용했다.
경영자의 철학을 공유해 맛과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데 공을 들이기 위해서였다.
'아카키코'가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게 되자 2014년에는 오스트리아 경제지가 선정한 여성 경제인 10인에 유일한 외국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 회장은 "이민자들을 많이 고용하고 복지에 신경을 쓴 점과 한인 사회를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온 것을 인정받아서 뿌듯했다"고 회고했다.
코로나19가 터져 셧다운이 되자 전 회장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직원 일부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경영 상황이 나아지면 같은 조건으로 재고용하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가족같이 지내온 직원들이라 힘든 결정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배달 영업이 식당을 살렸다.
비대면·비접촉이 일상인 상황에서 유일한 외식인 배달을 찾는 고객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남들은 안 하던 배달을 꾸준히 이어온 덕분에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 해고됐던 직원이 모두 식당으로 돌아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물가가 인상됐음에도 '아카키코'는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매출이 줄지 않았지만, 이익은 감소하는 상황이라 가격 고수 원칙을 깨야 하나 고민할 때 새로운 돌파구가 열렸다.
오스트리아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인 린츠에서 올해 유럽탁구선수권대회가 열렸는데 탁구연맹에서 대회 기간 선수들 식사를 전담하는 케이터링 요청이 들어왔다.
성심성의껏 음식을 제공했고, 대회가 끝난 후 연맹 회장으로부터 "지금까지 대회에서 먹었던 음식 중 최고"라는 감사 인사가 돌아왔다.
입소문이 퍼져서 이제는 각종 스포츠대회 케이터링 문의를 받고 있다.
전 회장은 "뭐든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길게 보고 고객에게 성의를 다하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라 상가들이 대부분 폐업하던 때에 중심가 백화점에 '아카키코'를 열었는데 개업식에 시장이 와서 테이프 커팅을 해줄 정도로 주목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는 "당시 고마움을 잊지 않았던 백화점 사주가 '우리끼리'라는 분식점을 내겠다고 하니 수억 원이 드는 환풍 및 주방 설비를 무료로 해주었다"며 "사람이 사는 정은 오스트리아에서도 똑같이 있다는 걸 느껴 고맙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오스트리아 한인문화회관 건립위원장을 맡아 시 정부로부터 무상 임대한 건물을 리모델링해 2012년에 회관 건립에 이바지했다.
초대 관장을 지냈고 지금도 이사장으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wakaru@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