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이 종이 돈을 대체할 디지털화폐(CBDC) 보급을 실험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6일 과기정통부·금융위·한은은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과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은 총재가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디지털 금융서비스 실증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핵심은 한은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 적용 분야를 확대한다는 것인데, 내년 초부터 최대 10만명 국민들이 참여하는 실증 실험이 시작된다.

한은이 발행한 CBDC를 기반으로 주요 은행들이 예금 토큰(은행 예금을 디지털자산으로 전환한 것)을 만들어 실제 물건 구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것이다. 실제 돈처럼 거래되는 일종의 디지털화폐가 새로 등장하며 국민들 실생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세부적으로 종전 종이 형태의 문화·복지·교육상품권(바우처) 대신 스마트폰 QR결제를 통해 예금 토큰으로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 가시화한다.

이번 실험을 위해 금융위는 지난달 30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중소기업·NH농협·부산은행을 비롯해 7곳의 은행을 이번 혁신 금융 서비스 사업자로 신규 지정했다. 내년 초부터 각 은행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예금 토큰을 발행, 보관하고 이를 통해 실제 가맹점에서 결제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유 장관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디지털 금융서비스가 국민의 경제활동에 실질적인 편의와 효율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실거래 테스트는 CBDC와 예금 토큰이 국민의 일상생활에 어떠한 편리함과 혜택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는 단계”라며 “사전점검 TF를 통해 은행별 준비 상황, 비상 대책, 개인정보·금융거래정보 보호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IT 기술 발전은 화폐 제도는 물론 국내외 금융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국민들의 편익을 증진하는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은 디지털화폐 실험을 위한 파트너 잡기 경쟁에 나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과 교보문고에서 예금 토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협의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배달앱 ‘땡겨요’와 세븐일레븐, 신한청년문화패스 바우처에 예금 토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농협 유통망과 시너지효과를 감안해 하나로마트 등에서 협력 전선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하나은행은 세븐일레븐과 협의 중인데, 인천 지역에 대해서는 이디야와 가맹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은행은 부산 지역에서 커피 전문점인 이디야와 협의에 나섰다.

종전까지 예금 토큰은 예금인지 여부가 법제상 불명확해 은행이 금융 서비스로 다뤄볼 수 없었지만 대상 은행은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며 시장에서 거래 가능성을 시험해볼 수 있게 됐다. 다만 예금 토큰 이용자도 예금자 보호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각 은행은 모바일 전자지갑 앱과 토큰결제 전용 QR코드를 활용해 가맹점에서 결제에 나설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테스트 단계이기 때문에 송금·이체 등 사용자 간 예금 토큰 이전은 허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