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지밀, 아로나민 신화 또 만들자”…물·커피 장사까지 손 뻗친 회장님 지금은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cap@mk.co.kr)

입력 : 2024.11.06 11:11:40
베지밀, 아로나민 성공 회장들
본업 외 사업 확장하며 ‘고전’
정식품 ‘심천수’ 제값 못받고 반값에
일동후디스 ‘노블’…“시장성 없어 단종”


가수 이승기를 프리미엄 커피 ‘노블’ 모델로 발탁한 일동후디스.[사진 제공 = 유튜브 캡처]


성공 신화를 쓴 기업 회장들이 시장 확장을 위한 신사업에서는 유독 쓴맛을 보고 있다. 한 번쯤 도전해 보자는 야심찬 기대와 자신감으로 기존 시장 사업자들과 경쟁을 꿈꿨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식품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6일 유통가에 따르면 창립 이래 50년 넘게 국내 두유 시장 1위 자리를 단 한 번도 내어 준적 없는 ‘베지밀’로 유명한 정식품은 생수 시장에서 만큼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신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 1월 선보인 ‘심천수’ 브랜드로 생수 시장에 도전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심천수는 1967년 우리나라 최초의 두유인 베지밀을 개발한 정식품의 창업주 정재원 명예회장이 2017년 10월 100세를 일기로 별세한 해에 정식품에서 작심하고 선보인 생수 브랜드다.

그러나 제주삼다수, 아이시스, 백산수 등이 득세하는 생수 시장은 냉혹했다. 심천수의 경우 닐슨IQ 코리아 등 주요 시장 조사 기관에서 유의미한 점유율 자체를 집계하지 않는 ‘기타’에 분류된다.

정식품이 판매하는 심천수.[사진 제공 = 정식품]


값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심천수는 현재 정식품 공식 쇼핑몰 이데이몰에서 대폭 할인해 판매한다. 해당 몰에서는 심천수 2리터짜리 6병 묶음 2팩, 총 12병이 배송비까지 무료로 6500원 구매할 수 있다. 1병당 541원꼴로, 900원짜리 저가 커피보다 싸다.

처음 출시 당시 정식품은 지리산 청정지역의 암반수로 만든 생수 브랜드 심천수를 출시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심천수는 출시 기념으로 최대 51%까지 할인 행사를 진행했는데, 현재도 50% 수준으로 할인이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심천수는 편의점에서도 취급하지 않을 정도로 유통 채널 역시 정식품을 비롯한 일부에서만 취급하고 있다. 이마트24, GS24,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 관계자들은 “심천수를 유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블.[사진 제공 = 일동후디스]


커피 시장에 진출했다가 커피보다 더 쓴 맛을 본 이도 있다. ‘아로나민맨’, ‘샐러리맨의 신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은 신사업으로 커피 시장에 노크했지만 냉혹한 현실을 마주했다. 샐러리맨 성공 신화의 아이콘인 이 회장으로서 커피 사업은 아픈 손가락이다. 이 회장이 일동후디스 대표직을 겸직하던 2017년 출시한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노블’이 대표적이다.

일동후디스는 기호 식품인 커피에 도전하며 건강함을 담은 프리미엄 건강 커피 콘셉트로 노블을 출시했다. 커피 한잔도 건강하고 맛있게 즐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으로 홍보했다. 당시 가수 이승기를 광고 모델로 발탁, 마케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노블은 신선한 커피 생두에 함유돼 있는 폴리페놀(클로로겐산)을 추출해 블렌딩하는 방식을 채택해 커피 본연의 폴리페놀을 높였다. 실제 일반 커피 대비 폴리페놀 함량을 약 2~3배를 끌어올렸다.

출시 당시 ‘커피의 귀부인’으로 불릴 정도로 고급 원두로 평가받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케’를 사용해 시장의 주목도도 높였다. 믹스커피에 사용하는 크리머는 다량 섭취하면 콜레스테롤이 염려되는 식물성 경화유지를 배제하고 코코넛오일과 신선한 1A등급 우유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수고에도 결과는 ‘단종’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참혹했다. 일동후디스 홍보팀 관계자는 “워낙 가격대가 높아서 어려웠다”며 말을 아꼈다. 출시 당시 노블 아메리카노 20개 스틱이 담긴 ‘노블 아메리카노 20T’는 1만4600원이었다. 당시 내부에선 프리미엄 건강 커피라는 다소 난해한 콘셉트와 모델로 발탁된 이승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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