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저항선’ 뚫은 원화값, 3대 관전 포인트는

이희조 기자(love@mk.co.kr)

입력 : 2024.11.07 11:20:40
트럼프 승리에 나타난 ‘강달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 =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소식이 퍼지면서 지난 6일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 선을 뚫고 내려갔다.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4월 16일 이후 약 7개월 만이었다.

원화값이 이번에 1400원 밑으로 하락한 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인해 ‘강달러’가 나타난 영향이 컸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에 법인세·소득세 감세와 관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법인세와 소득세 같은 내국세를 깎아주는 조치, 관세를 올리는 조치는 미국 물가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업이나 개인이 세금을 덜 내거나 수입품 가격이 비싸지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면 통화당국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게 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

다섯 번째 저항선 뚫려…개입 여부 촉각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 부총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통상 원화값 1400원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다. 1300원대 후반에서 오락가락할 때부터 외환당국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이유다.

원화값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간 건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당시가 대표적이다. 이후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린 2022년, 올해 4월 16일, 그리고 이번 미국 대선 때 1400원대를 기록했다.

원화값 하락세가 두드러지면 외환당국은 시장에 개입하곤 했다. “급격한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와 같은 구두개입을 자주 활용했다. 실개입, 매도개입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1400원대 돌파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당국이 개입한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 개입의 여지는 충분히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해 온 정책 기조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며 “선제적이고 빈틈없는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원화값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구체적인 개입도 가능하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공화당 하원 장악땐 원화값 더 내린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 = 이승환 기자]


앞으로 지켜봐야 할 포인트는 미국 공화당이 하원까지 장악할지 여부다. 공약이 실제 정책화할지 여부, 트럼프 2기 정부 참모진의 동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 상원과 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가져가고 트럼프 2기 정부 참모 다수가 공약이 실제 정책이 되는 것을 지지한다면 원화값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여기에 시장도 오버슈팅해 과도한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도 “달러 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정책의 강도에 따라 지속 기간이 정해질 것”이라며 “당선 이후 나오는 발언의 수위에 따라 달러 움직임이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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