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냉각…내년 성장률 1.9% 하회할수도"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입력 : 2024.12.18 19:56:51 I 수정 : 2024.12.18 22:49:17
이창용 총재, 물가 설명회
적정 수준 경기부양 필요
외환보유 4천억弗 안무너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정치 상황 격변에 따른 경기심리 위축으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구조개혁과 동시에 응급 처방으로 재정을 통한 적정 수준의 경기 부양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8일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진행한 물가 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신용카드 사용액 등을 살펴본 결과 소비지표가 소폭 하락했다"며 "소비심리지수와 경기심리지수가 급격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 소식이 경제에 좋은 뉴스는 아니기 때문에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올해 4분기 경제성장률을 0.5%로 예상했는데 0.4%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2.1%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말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2.2%, 1.9%로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돌발 변수로 경기가 식으면서 기존 전망치를 담보하기 힘들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이 총재는 "내년 성장률에도 심리적·재정적 요인에 따른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달 말 내년 경제성장률로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1.9%를 제시해 시장에 충격을 안겼는데, 경우에 따라 성장률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수출 부문에서는 기존 전망이 유지되고 있다"며 문제는 결국 경기심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럴 때 재정이 (경제에) 긴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기를 소폭 부양하는 정도의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때처럼 무조건 재정을 푸는 상황은 아니며 일시적으로 특정 항목을 타깃으로 지출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큰 상태에서는 가급적 여야정이 빨리 합의해 새로운 예산을 발표하는 게 경제심리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야당이 밀어붙인 내년도 감액 예산안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0.0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강달러에 따라 외환보유액 4000억달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지난 1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53억달러다. 그는 "최근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한은에서 개입했지만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엄청난 양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며 "4100억달러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환율을 목표로 하지는 않겠지만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한은은 단호하게 개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1430원으로 유지되면 우리 물가 상승률이 0.05%포인트 정도 오를 것"이라며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1.9%가 1.95%로 높아진다는 얘기로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현재 물가 상승률이 2% 밑에 있다"면서 "현재는 환율 변화가 (물가보다) 금융 안정이나 심리에 주는 영향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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