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하던 나도 불황형 소비”…명품 대신 대체품, 할인 상품만 찾는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cap@mk.co.kr)
입력 : 2024.12.24 11:06:35
입력 : 2024.12.24 11:06:35
럭셔리 브랜드 절반이 마이너스 성장
“소비자들 더욱 소비에 민감해져”
가성비, 싼 제품에 소비자들 발길
“소비자들 더욱 소비에 민감해져”
가성비, 싼 제품에 소비자들 발길
연말 할인 시즌 기회를 보며 1년에 한 번 정도 가방이나 옷, 시계 등 명품을 사는 직장인 A씨는 올해는 가성비를 갖춘 패딩 대체품을 구매했다. 월급은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 누적된 고물가와 고금리로 경제적 상황이 쪼들려서다. A씨는 어느 날부터인가 마트 할인 품목을 광고하는 전단지를 유심히 보는 습관도 생겼다고 한다.
이미 체감 경기가 움츠러든 상황에서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까지 커져 일상 속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불황과 누적된 고물가, 고금리로 개인의 소비 여력이 감소하면서 ‘불황형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꼭 필요한 것 하나만 제대로 구입하거나 불필요한 구입은 최대한 자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명품 대신 비슷한 대체품을 선택하거나 할인 상품만 고집하는 소비 패턴이다.
이런 분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건 대표적으로 명품 시장이 꼽힌다. 과시형 소비의 대명사이자 거듭된 가격 인상에도 성장하던 럭셔리 시장은 상황이 좋지 못하다.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는 글로벌 기준 올해 개인용 럭셔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2% 감소하는 한편, 럭셔리 브랜드 중 3분의 1만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브랜드는 실적 악화로 경영진을 재편하거나 교체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백화점 입점 럭셔리 브랜드 20개 중 11개 브랜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만큼 실적이 둔화됐다. 국내 주요 온라인 럭셔리 플랫폼 업체들 역시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저성장이 예고된 패션 마켓, 의류 소비심리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물가 상승 등으로 소비자들은 더욱 소비에 민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특히 지갑을 닫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꼭 필요한 똑똑한 하나’를 구입하려는 실용적인 소비 트렌드인 ‘요노(YONO, You Only Need One)‘가 주류로 떠올랐다.
또한, 뷰티·패션 업계를 중심으로 값비싼 명품 대신 그와 비슷한 디자인이나 기능을 가진 저렴한 대체품을 찾아 구입하는 ‘듀프(DUPE)’ 소비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된 모습이다.
그 결과 뷰티 제품군이 가성비템으로 호평을 받은 다이소는 뷰티 맛집으로 부상했고, 뷰티 대기업들은 듀프족을 잡기 위해 다이소 전용 브랜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이런 기류는 마트나 식품 업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마트의 경우 내년 경기 상황 악화를 고려해 ‘파격 혜택’ 고래잇 캠페인 예고했다. 고래잇 캠페인 슬로건은 ‘고객이 응(%)할 때까지, 세상을 고래잇(Great)하게’다.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가격을 내리고 고객들에게 한발 더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큰 폭의 할인 행사를 더 많이 기획한다는 게 골자다.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내년 설 명절 선물세트도 유통업계에서는 ‘실속’과 ‘실용’으로 키워드를 정해 상품 절반 이상을 5만원대 이하로 구성한 곳도 있다.
싼 상품과 가성비 추구 소비를 반영한 마케팅은 이커머스도 예외는 아니다. 쿠팡이 내년 해돋이 감상을 위한 ‘가성비 호텔 최저가 챌린지’를 진행 중인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내년 1월 5일까지 와우회원 대상으로 새해 해돋이 감상을 할 수 있는 바닷가 인근의 전국 인기 숙소 130여개를 최대 30% 할인한다. 와우회원은 최저가 4만원대부터 만나볼 수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심리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낙관적이라는 뜻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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