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행기록장치 美서 분석…사고기, 기장·정비사 확인거쳐"(종합)

한국 조사관 동행하에 신속 이송…사고조사위서 비행 이전 특이사항 분석B737-800 특별 안전 점검 진행 중…필요시 연장 검토
임성호

입력 : 2025.01.01 16:28:19 I 수정 : 2025.01.01 16:41:58


제주항공 사고 현장 조사
(무안=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 등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2025.1.1 iso64@yna.co.kr

(서울·세종=연합뉴스) 김보경 임성호 기자 =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 규명에 핵심적 역할을 할 블랙박스 비행기록장치(FDR)가 일부 부품 파손 탓에 미국으로 옮겨져 분석 작업을 거치게 됐다.

또다른 블랙박스인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는 데이터 추출 작업이 마무리돼 앞으로 약 이틀 안에 파일 변환을 마치고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종완 항공정책실장 주재로 진행한 제주항공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파손된 FDR은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돼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협조를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옮겨 분석하는 방안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이송 일정과 방법 등이 정해지는 대로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랙박스 장치는 배편을 통해 해외로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에는 신속한 분석을 위해 항공편으로 보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사고기의 비행기록장치(FDR)로, 데이터 보관 유닛(원통형 부품)이 분리된 상태
[국토교통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국토부는 외형이 일부 파손된 채 수거된 FDR의 커넥터가 분실된 상태로 발견돼 데이터 추출 여부에 관한 기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넥터는 띠같이 얇고 넓은 형태의 부품으로, 전원 공급과 데이터 전송 기능을 갖고 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분실된 커넥터를 대체할 수 있는지와 다른 걸 찾더라도 이를 완벽하게 붙일 수 있는지에 대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기술적 검토가 있었다'며 "하지만 여의찮아 미국으로 가는 것이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안으로 판단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파손 여부에 대해선 "FDR은 외관상 크게 파손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며 "실제로 데이터 추출 시작을 해야 얼마나 온전히 남아있을지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가 아닌 해외로 보내는 이유에 대해선 "커넥터 연결을 수리하는 것은 대체품을 만들어서 끼우는 것도 간단한 작업이 아니고, 함부로 개봉하면 데이터 보존에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조사위원회는 NTSB와 긴밀 협업 체계가 있고 미국(보잉), 프랑스(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작국의 사고 당국과 협조한 이력이 있다"며 "미국이 단독으로 분석하는 게 아니라 우리 전문가가 같이 가서 공동 작업을 해서 우려는 안 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데이터 분석에 걸릴 시간에 관해선 "데이터의 상태나 양을 봐야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CVR에서 추출한 자료를 음성 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간은 오는 3일까지 이틀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견된 음성기록장치(CVR)
[국토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CVR에는 사고 이전 마지막 2시간의 음성 기록이 담기는데, 파일 용량과 개수는 전환 작업이 마무리돼야 확인할 수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국토부는 CVR에서 추출한 자료와 관제 기록을 서로 비교해 사고 직전의 긴박한 상황을 재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기 기장은 '메이데이'(조난신호) 선언 이후 복행(착지하지 않고 고도를 높이는 것)하다가 오른쪽으로 선회한 뒤 동체 착륙했다.

국토부는 또 사고기가 태국 방콕에서 무안으로 출발하기 직전 이뤄진 기체 점검에서 이상이 없었는지에 "출발지에서 정비 확인이 안 되면 출발 자체가 안 된다"며 "절차에 따라서 하게 돼 있는 점검은 기장과 항공 정비사 두 사람이 모두 확인해야만 항공기 상태가 이상이 없다고 인정하고 출발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발하기 이전에 드러나지 않은 결함이 있었는지, 무안까지 비행하는 도중에 특이 사항이 있었는지 등은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국토부는 참사 이후 사고 기종인 B737-800대 총 101대를 운용하는 국내 항공사 6곳에 내린 특별 안전 점검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며, 기간이 부족할 경우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무안공항 활주로 외곽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의 안전 규정 위반 여부는 국내외 규정과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친 후 판단하겠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아픈 현장 찾은 가족들
(무안=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밖 울타리에서 유가족들이 추모하고 있다.2025.1.1 handbrother@yna.co.kr

sh@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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