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재와 빨강·사소한 취향
우정의 정원·서쪽 바람
이은정
입력 : 2023.01.13 15:38:39
입력 : 2023.01.13 15:38:39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 재와 빨강 = 편혜영 지음.
제약회사 약품 개발원인 주인공은 파견근무 발령을 받아 전염병이 창궐하고 쓰레기가 넘쳐나며 정치적 상황도 혼란스러운 C국으로 간다.
이후 본국 집에서 자신이 키우던 개와 전처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그는 유력한 살인 용의자가 된다.
극한 상황에 내몰린 한 남자의 몰락과 생존을 통해 현대사회와 인간을 심도 있게 고찰한 작품이다.
편혜영 작가가 2010년 펴낸 첫 장편소설로 새로 단장해 내놓았다.
발열과 기침으로 퍼져나가는 원인 모를 감염병, 격리와 거리두기를 통해 팽배해진 불신 등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놀랍도록 닮은 소설이다.
작가는 리마스터판 출간을 위해 작품의 시의성과 현재성이 살도록 거의 모든 문장을 새롭게 고쳐 썼다.
편혜영은 작가의 말에서 "팬데믹을 겪은 후였다면 이 소설은 쓰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삶을 폐허로 만드는 것은 역병과 쓰레기, 끊임없이 출몰하는 쥐 떼가 아니라 적나라한 혐오와 차별, 정교한 자본주의임이 명백해졌으므로 다른 상상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비.
240쪽.
▲ 사소한 취향 = 김학찬 지음.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은 김학찬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10편의 자유분방한 이야기에는 특유의 익살과 유희 속에 세상을 향한 환멸과 비애가 깔려있다.
유쾌한 텍스트 안에는 거대한 시스템과 배제당한 존재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꿈틀댄다.
'우리집 강아지'는 "모든 형들은 개새끼다"란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괴롭히는 형에게 복수를 꿈꾸는 소심한 동생을 통해 승자독식의 경쟁 사회를 꼬집는다.
아르바이트하며 쓴 소설로 지원금을 받는 신진 작가 이야기를 담은 '시니어 마스크'에선 문학 그라운드를 이루는 시스템을 향해 시원한 일갈을 날린다.
"인싸끼리만 해먹으면 오래 못 갑니다.
판의 아름다운 미덕, 개평과 깍두기가 필요합니다." 고유서가.
328쪽.
▲ 우정의 정원 = 서영채 지음.
문학평론가인 서영채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가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 평론집이다.
제목은 에피큐리언(쾌락주의로 유명한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후예란 뜻)들의 공동체를 지칭하는 '케포이필리아'에서 따왔다.
저자는 고전의 가치를 조망하며 고전은 "삶이 아니라 죽음"의 시선을 제공하며, "죽음의 눈"으로 볼 때 비로소 "삶이 생생해진다"고 말한다.
그는 은희경의 데뷔작부터 근작까지 분석하고, 최은영·백수린·이승우·이문구 등의 작품론과 세계문학으로서 한국문학을 그려보게 하는 글도 담았다.
저자는 비평의 자세로 비판이 아닌 "이해와 옹호"를 꼽았다.
그는 작품에 결함이나 흠집이 있다면 "그 흠집을 메워가며 읽는 것, 그 흠집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성찰하는 것이 글쓰기를 통한 비평 행위"라고 강조했다.
문학동네.
548쪽.
▲ 서쪽 바람 =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시집으로 초기 산문시 등 길이와 형식이 자유로운 40편의 시가 실렸다.
시인은 숲, 호수, 동식물, 날씨 등 자연 세계를 눈에 담아 경이로운 생명의 순환을 옮겨놓았다.
1부터 13까지 번호로 나뉜 표제작 '서쪽 바람'은 연작으로도, 개별 작품으로도 읽힌다.
시인은 '서쪽 바람'에서 내세를 바라보는 관점, 자연물과 합일에 이르는 경지, 사랑에 관한 인식 등을 다뤘다.
삶과 죽음을 고찰해온 그는 이 시집에서 유독 죽음에 대한 암시와 이미지를 투영했다.
그러나 시인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부터/ 빛의 흰 눈밭 나오리니'라며 죽음에서 발현된 생의 감각을 선사한다.
마음산책.
212쪽.
mimi@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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