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기금 예산은 20% 이내에서 국회 동의 없이 증액이 가능해 최대 1조2천억원가량은 정부 합의로 더 늘릴 수 있다.
이 경우 1조원 이상을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투입이 가능한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30조원 규모의 '긴급 민생 프로젝트'에서 미분양 주택 매입을 통한 공공임대를 확대하자고 밝힌 만큼 국회 논의를 통해 예산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는 LH 자체 자금을 통해 추가로 미분양을 매입하는 방안도 타진하고 있다.
LH는 과거에도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급증하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채권발행 등을 통해 준공후 미분양을 사들인 전례가 있다.
감정평가를 통해 분양가의 60∼70% 선에 매입했다.
다만 LH는 현재 부채비율이 221%로 과거보단 크게 낮은 편이지만 정부가 지정한 채무위험기관으로 2026년까지 부채비율을 207%로 감축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어 매입 물량을 크게 늘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신 LH의 직접적인 부채 부담을 덜기 위해 기업구조조정리츠 방식으로 준공후 미분양을 매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형 건설사도 미분양 공포…자금 압박 커져 (CG) [연합뉴스TV 제공]
◇ 환매조건부 매입 카드 또 꺼내나…"HUG 보증 부담 커 쉽지 않아" 정부는 준공전 공사중인 미분양 아파트 매입을 위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행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환매 조건부 매입 시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HUG의 전신인 대한주택보증은 2008년부터 자체 자금을 통해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매입을 시작했고 2010년에는 매입 규모를 3조원(2만가구)으로 늘리기도 했다.
문제는 HUG가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등에 따른 전세보증금반환 보증 가입이 급증하면서 보증 한도가 한계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한 보증사고액도 지난해 1조원을 넘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금융위기 당시 주택보증의 보증배수는 50배 한도에 22배 사용에 불과했지만 현재 HUG는 현 60배 보증배수에서 54배를 소진하며 국회에서 보증배수를 70배로 확대하는 입법이 진행중"이라며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HUG 자체 자금으로 미분양 주택까지 매입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달부터 준공 전 미분양 매입 문제를 덜어주기 위해 5조원 규모의 미분양 대출보증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카드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면 가급적 배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을 시행한 글로벌 위기 당시는 미분양 물량이 최고 16만6천가구(2009년 3월)로 현재의 3배에 달했고, 준공후 미분양은 5만가구로 현재의 7배였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미분양 매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건설가의 고분양가와 수요예측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정부와 공기업이 떠안아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초 서울을 포함해 규제지역을 풀면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명목으로 전매제한, 실거주 의무, 중도금 대출 제한, 무순위 청약자격 등의 규제도 대거 폐지함에 따라 둔촌 주공 등 일부 단지의 계약률도 기대 이상으로 높아진 상황이다.
정부는 미분양을 사주더라도 건설사의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매입 단가를 분양가 이하로 크게 낮추고, 업체가 HUG에 판 미분양을 되사간 뒤 시장에 분양할 때는 분양가 이하로 팔도록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