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發 주가조작 이어 파생상품 사기까지 기승 증시박스권엔 수익 옵션양매도 시장 급변동하면 깡통 찰 위험 "AI가 안정수익 보장" 유혹 후 몇개월간 이자주다 사라지기도 "키코·DLF 데자뷔" 우려 나와
"중소기업에 3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줬던 2008년 키코 사태를 연상케 합니다. 사기 업체의 말만 믿고 돈을 맡긴 후 몇 개월의 수익금에 만족했다간 나도 모르게 일당이 원금을 갖고 사라질 수 있어요."
21일 B자산운용사 김 모 대표는 이처럼 밝히면서 "과거에 옵션 전문 투자자에게 돈을 맡겨서 6개월 동안 수익금을 받아 행복했던 적이 있었다"며 "그러다 갑자기 코스피가 급락했고 옵션 양매도에서 손실이 크게 나면서 원금이 전부 날아갔고 그 투자자 역시 잠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금융사기 업체들이 주식에서 선물옵션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전문성과 옵션 양매도 전략의 안정성을 홍보하고 있는데 시장 상황마저 양매도 기법이 잘 통해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SG증권발 주가 조작 사태를 계기로 개별 주식에 대한 감시를 삼엄하게 진행하는 가운데 옵션은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여서 사기 피해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옵션 양매도는 콜옵션(살 권리)과 풋옵션(팔 권리)을 동시에 매도해 돈을 버는 전략이다. 주식 지수 등 기초자산이 예상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수익을 내지만 그 밖으로 벗어나면 손실이 무한대다. 과거 환율 파생상품인 키코에 투자한 중소기업들이 큰 손실을 봤던 것처럼 위험이 큰 파생상품이다.
최근에 이런 방식이 통하며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것은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의 변동성이 작년보다 확연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코스피200의 일별 등락률은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일평균 0.78%에 그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0.93%였다. 코스피200이 전일 대비 1% 이상 상승 혹은 하락한 거래일은 작년 37일에서 올해 27일로 줄었다.
특히 올해 5월 들어서는 단 하루도 1% 이상 출렁거린 적이 없었다.
양매도를 활용한 사기 행각이 최근 박스피(코스피200 주가가 박스권에서 움직임)를 만나 횡행하고 있는 셈이다. 주식·옵션 등 증권 사기의 유형과 형태는 변화하고 있지만 본질은 하나다. 높은 수익률과 수익 확률을 강조하면서 리스크는 전혀 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주가 조작 사건의 경우 그럴싸한 소문을 낸 후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리는 일이 많았다.
광물 등 원자재를 대량 확보했다는 얘기를 띄우는 식이다. 아프리카 등 투자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구속력 없고 실체 없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것도 흔한 수법이었다.
최근에 터진 SG증권발 주가조작은 2~3년간 주식을 꾸준히 띄워서 거래량이 폭발했을 때 모두 팔고 나오는 수법이다. 분산된 프로토콜(IP)로 당국의 감시를 피해 '완전 범죄'를 노렸으나, 미리 주식을 파는 투자자들이 생기면서 그간 행적이 적발됐다.
주식이나 옵션 등을 활용한 증권 사기는 일반 투자자가 검증하기 어려운 개념에 편승한다. 옵션 양매도 역시 내용 자체가 어려우니 사기 일당에게 좋은 먹잇감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투자 기법이 고난도여서 돈을 맡겨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 증권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투자자들은 해당 회사가 투자자문업을 받은 업체인지, 투자일임계약서를 통한 투자 권유가 이뤄지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또 '매월 두 자릿수가 넘는 수익률을 보장한다' '지인을 소개해주면 인센티브를 주겠다' 등도 전형적인 증권 사기 유형이므로 걸러야 한다. 옵션 사기 집단은 100% 원금 보장은 물론 매월 10~20%의 안정적 수익을 내준다며 '피라미드' 사업구조를 만들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안전마진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안전마진"이라며 "추가 투자를 유치해야 매매에서 손실이 나도 당분간 버틸 수 있고, 그러다 자신들의 몫만 챙기고 도주할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기업형 피라미드로 갈수록 피해 규모는 커질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당국은 사태 파악도 못하고 있다.
투자자문업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들이 투자일임계약(투자자 돈을 직접 맡아서 운용) 없이 돈을 끌어모은 탓에 손실이 발생해도 투자자들은 구제받을 길이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별 주식이 아닌 선물옵션 거래는 사실상 감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