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을 요리처럼"…넷플릭스, '예능 편집실' 만든 이유

입력 : 2023.06.08 15:39:22
제목 : "영상을 요리처럼"…넷플릭스, '예능 편집실' 만든 이유
편집 최적 공간에서 한국 예능 경쟁력 확대…'후반 작업' 능률 강화 주력

[톱데일리]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조리를 잘못하면 도루묵이 되듯이 '포스트 프로덕션(후반 작업)'도 마찬가지다. 영상 촬영이 좋은 음식 재료를 사는 과정이라면, 후반 작업은 요리가 제때 나올 수 있도록 편집, 컴퓨터그래픽(CG), 믹싱, 색보정 등을 거쳐 완성하는 과정이다."

8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넷플릭스 예능 편집실에서 콘텐츠 후반 작업을 총괄하는 하정수 디렉터는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 예능 콘텐츠에서 점점 중요도가 부각되는 후반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편집 운영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넷플릭스 예능 편집실은 지난해 6월 오픈한 공간으로 4층 규모의 건물이다. 콘텐츠 제작 환경을 지원하는 '미디어빌리지테크'와 협력해 마련한 공간으로 특히 예능 창작자를 위한 쾌적한 환경 제공에 초점이 맞춰졌다. 총 22개의 개인 편집실과 회의공간, 휴식 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예능 편집실 오픈 이후 '솔로지옥 시즌2' ,'코리아 넘버원', '성+인물: 일본편'과 지난 달 30일 공개한 '사이렌: 불의 섬' 등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이곳에서 영상 후반 작업을 거쳐 완성됐다. 현재는 연내 공개를 앞두고 있는 '성+인물: 대만편'에 대한 후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다른 장르가 아닌 예능 편집에 주목한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우리나라 예능 콘텐츠의 특징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한국 예능은 30~40대의 카메라 촬영이 이뤄지는 만큼 통상 4~5대 정도로 촬영되는 드라마보다 편집 과정에 훨씬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넷플릭스는 국내 예능 편집실을 도입하기 위해 미국 LA, 뉴욕 등 지역에 위치한 편집실을 직접 방문해 자료 조사를 하고 해당 시설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예능 콘텐츠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관찰 예능 등 순간 포착이 요구되는 장르의 편집 등 후반 작업을 위한 최적의 장소를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하정수 디렉터는 "편집실이 1인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라며 "외국과 비교해 한국 예능의 차이점은 카메라를 많이 쓴다는 점인데 많게는 200대까지 쓰기도 하는 만큼 프로듀서(PD)들이 많다는 것이고 많은 편집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반 작업은 주로 촬영 이후부터 최종 완성하는 단계를 일컫는다. 원본 데이터를 백업해 자료화 하는 '디지털랩' 단계를 거쳐 영상 편집, 이미지 색보정, 시각특수효과(VFX), 음향 편집과 믹싱 작업, 마스터링, 기술적 결함을 확인하는 QC(Quality control) 과정을 거친다.

넷플릭스의 경우 완성된 오리지널 콘텐츠가 전 세계 동시 개봉하는 만큼 마스터링 이후 단계인 더빙, 자막, 마케팅, 심의 등 과정이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보통 이 과정에서 2~3달 가량 시간이 소요되는데 개봉 국가에 따른 현지화 과정까지 모두 거치고 나면 플랫폼에서 공개된다.

하 디렉터는 "후반 작업은 시청자들이 보기 전에 작품을 실제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며 "이 과정을 책임지며 작품의 완성도를 책임지는 '포스트 어드바이저' 역할이 중요 한데 예산 관리 및 진행, 후반 공정 뿐 아니라 스텝과 소통, 최종본 납품까지 전 단계를 맡는다"고 말했다.

예능 편집실 공간을 열고 나서 편집자간 소통 문제도 개선됐다. 김인식 PD는 "다른 방송국의 편집실은 공간이 잘게 쪼개져 있고 여러 프로그램이 나눠 써서 서로 소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여기선 팀 전원이 편집실을 이용하며 한층 전체를 쓰기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다"고 말했다.

편집 과정에서의 강화된 소통 방식으로 제작 기간도 단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최근 성+인물 시리즈 등 넷플릭스에서 처음 도입한 '미드폼(Mid-Form, 회당 30분 안팎의 러닝타임으로 제작)' 장르의 시도도 편집 예능실 오픈 이후 생겨난 변화다. 미드폼 콘텐츠는 30분 내외의 짧은 러닝 타임으로 몰입감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김인식 PD는 "기존 넷플릭스 콘텐츠는 제작 기간이나 시즌 텀(간격)이 길다 보니까 원하는 타이밍에 공개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특히 계절감이 두드러지는 프로그램의 제작 과정이 길어지는 아쉬움을 미드폼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향후 기존 방송 채널의 예능 콘텐츠처럼 시청자의 반응을 반영한 정기 방영 콘텐츠 제작까지 노려보겠다는 목표다. 김 PD는 "넷플릭스 오리지 널 예능 중에 매주마다 방영되는 콘텐츠는 없다"며 "편집 과정을 조금 더 유연하게 하다 보면 한국 시장 내에서 정기 방영 프로그램이 넷플릭스에서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국내 진출 이후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리즈를 시작으로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더 글로리' 등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오징어게임은 미국에서 에미상 6개 부문을 수상하고 역대 비영어 TV 부문 콘텐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넷플릭스는 국내 창작 생태계와의 동반 성장을 위해 한국 콘텐츠 투자는 물론 콘텐츠 완성도와 효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4월 넷플릭스는 앞으로 4년 동안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를 한국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넷플릭스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투자한 총금액의 2배 규모다.

최근엔 국내 창작자 생태계와 프로덕션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높은 수준의 한국 콘텐츠 제작을 위한 방안을 함께 나누는 'N 프로덕션 스토리(N Production Story)' 워크숍을 개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과의 협력으로 한국 프로덕션 파트너 144개사가 참여했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별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넷플릭스가 1153만명으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CJ ENM 계열의 티빙 515만명, 쿠팡플레이 431만명, SK스퀘어 자회사 웨이브 392만명, 디즈니플러스 180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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