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VC 모럴해저드] 심사역 개인투자 난맥상, 자율규제로 풀어야
입력 : 2023.07.17 17:18:37
제목 : [기자수첩] [VC 모럴해저드] 심사역 개인투자 난맥상, 자율규제로 풀어야
[톱데일리]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 영화 '베테랑'의 빌런(악당) 조태오의 대사다. 벤처캐피털 투자 심사역의 개인투자 관련 취재를 진행하면서 여러 차례 마주쳤던 말이기도 하다. 그동안 문제 되지 않았던 것을, 그리 큰 문제도 아닌 것을 들춰낼 필요가 있냐는 취지다.
심사역들의 개인투자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오간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누구도 자신 있게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불법인지 구별할 수 없다. 관련 규제가 정비돼 있지 않은 까닭이다.
벤처캐피털의 행동강령을 정한 벤처투자촉진에관한법률(벤처투자법)은 임직원 개인투자에 대해서 별다른 기술을 하지 않고 있다. 시행규칙, 고시를 찾아봐도 개인투자 허용범위는 모호하다. 선관주의를 위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의명제만 존재하다 보니 벤처캐피털별 지침도 천차만별이다. '개인투자를 문제 삼는 사람이 문제'라는 인식이 업계에 퍼지게 된 배경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는 모럴 해저드를 감시와 결부해 설명한다. 자신의 행동이 관측되지 않을 때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가 일어나기 쉽다는 것이다. 심사역들이 개인투자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도 비슷하다.
취재 결과 벤처투자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도 심사역 개인 투자 관련 별도의 자료나 통계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무부처가 추적에 사실상 손을 놓은 형국인데, 벤처캐피털이 자체적으로 나서 심사역의 개인투자를 규제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개인투자 논란을 심사역 개개인의 도덕성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현상을 왜곡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익 극대화는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인간의 자연스런운 태도다. 욕망을 규율하기 위한 시스템이 부재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중기부는 심사역 개인투자 추적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내부고발이나 제보가 없이는 관련 자료를 입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임직원 비위가 드러나면 출자사업에서 페널티를 받게 되는 상황에 어떤 벤처캐피털이 제보하려 들까 싶다.
주무부처가 규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벤처캐피털협회 등 관련 단체로 감시 권한을 이양해 자율규제 하는 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 외부에서 메스를 들이밀기 보다는 업계가 원칙을 정해 자정작용에 나서는 것이다. 신인도에 민감한 벤처캐피털의 특성을 생각하면 자율규제는 심사역 개인투자 난맥상을 푸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개인투자 현황 파악을 위해서 일정 기간 자진신고 기간을 두고 페널티를 면제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부 벤처캐피털 전문경영인들조차 개인투자를 진행한다 하니 이러한 유화책 없이는 통계 수집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단계는 문제 인식이다. 어떤 문제가 존재하는지 모르는 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jshi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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