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구원투수 최주희, '적자 탈출' 카드는
입력 : 2023.07.21 15:39:50
제목 : 티빙 구원투수 최주희, '적자 탈출' 카드는
CJ ENM에 부담 안기며 적자폭 지속 확대…해외진출·사업재편·합병 방안 꺼낼까[톱데일리] 국내 OTT(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티빙의 수장이 교체됐다. 수익 개선의 한계에 부딪혀 양지을 전 대표가 물러나고 새로 부임한 최주희 대표가 적자 늪에 빠진 티빙을 구해낼 적임자로 낙점됐다. 최 대표가 티빙의 플랫폼 역량 강화를 위해 사업구조 재편과 경쟁사와의 합병 카드까지 꺼내들지 OTT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이달부터 최주희 신임 대표가 티빙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사업을 지휘하게 됐다. 1982년생 최 대표는 OTT 업계 최초 여성 리더일 뿐 아니라 CJ그 룹 계열에서도 최연소 대표라는 수식어를 차지한 인물이다. 콘텐츠와 이커머스 분야에서 비즈니스 전략을 이끌어온 플랫폼 전문가로 통한다.
앞서 최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쳐 월트디즈니코리아에서 아시아·한국 사업 전략을 담당하며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출시 준비를 담당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의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거쳐 최근까지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트렌비의 비즈니스 총괄 대표로 전략·세일즈·마케팅·IT 등 사업 전반을 총괄했다.
◆ 출범 후 내리 적자, 3년새 영업손실 폭 20배 ↑
최 신임 대표에겐 당장 수익 개선이라는 당면 과제가 놓여 있다. 티빙은 지난 2020년 출범 이후 3년 내리 적자가 확대됐다. 연매출은 2020년 155억원에서 2년 만에 2476억원으로 16배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61억원에서 762억원을 거쳐 1120억원까지 무려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금까지 결손금만 1887억원에 달한다.
넷플릭스가 장악한 OTT 시장에서 티빙도 콘텐츠 제작 규모를 과감히 키웠지만 수익성으로 연결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티빙이 집행한 영업비용(3667억원) 중 콘텐츠 관련 비용만 1169억원 들은 데다, 콘텐츠 판권 등에서 발생한 무형자산 상각비만 1404억원으로 넷플릭스를 제외한 국내 OTT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최주희 대표 이전 티빙의 수장들이 사임한 배경에도 수익성 악화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1년 초부터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해 온 콘텐츠 전문가 이명한 전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 사임하고, 홀로 남은 양지을 전 대표도 글로벌 출시 모색 등 티빙의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결국 지난달 사임했다.
3년 연속 적자가 불어난 상황이라 단순 콘텐츠 제작 확대에 대한 최 대표의 부담감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콘텐츠 제작 역량을 위해 티빙은 CJ ENM 분사 이후 올해에만 '방과 후 전쟁활동', '결혼과 이혼 사이 2', '마녀사냥 2023' 등 지금까지 110여편이 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쏟아냈지만 여전히 '킬러콘텐츠' 확보 면에선 갈 길이 멀다.
티빙의 독자 생존 기반이 흔들리고 있지만 모회사 CJ ENM에 기대기도 어렵다. CJ ENM은 최근 몇 년간 부진한 성적을 거두다 올해 1분기 영화 '유령'과 '카운트'가 손익분기점을 크게 밑돌면서 영업손실 503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어닝쇼크' 수준의 부진으로 오히려 티빙으로부터 600억원의 운영자금을 빌리기도 했다.
티빙의 적수로 지목되는 웨이브와 사정이 다소 다른 지점이다.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는 모회사 SK스퀘어로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SK스퀘어는 지난해 12월 지상파 3사(KBS, MBC, SBS)와 함께 9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지난 6월엔 웨이브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25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 내실다지기·해외진출·구조조정·합병…꺼내들 카드는?
최 대표의 과거 이력을 보면 향후 사업 전개 방향을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다. 관련 업계는 최 대표가 글로벌 OTT 론칭 경험이 있는 점을 들어 국내 OTT 중 해외 진출이 가장 늦는 티빙에 맞춤형 전략을 제시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이커머스 분야의 실적 반등 경험을 신규 비즈니스 확대로 연결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플랫폼 분야는 다르지만 앞서 이커머스 분야에서 거둔 최 대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최 대표는 W컨셉의 최고전략책임자 재직 당시 세일즈 조직을 총괄 운영하며 매출을 294억원(2017년)에서 5년 만에 1368억원(2022년)으로 4배 넘게 끌어냈다. 2019년 적자로 돌아섰던 이익도 다시 흑자로 되돌렸다.
트렌비에선 지난해 기준 거래액 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0%나 성장시켰다. 트렌비가 집중하던 중고사업 프로젝트 '셔틀'을 성공시키는 등 신규 사업 기반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한 운영 효율화, 리세일 비즈니스 성장 등을 통해 올해 3월 들어 2019년 이후 3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당장은 최주희 대표 체제에서 넷플릭스에게 내준 시장 주도권을 회복하며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작업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3년 전만 해도 성장 잠재력이 컸지만 이미 '레드 오션'으로 변한 OTT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력 확보와 수익성 담보라는 두 가지 어려운 과제를 동시에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구창근 CJ ENM 대표가 최주희 티빙 대표를 직접 선임한 만큼, 향후 티빙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CJ ENM은 지난해 말 구창근 대표를 신임 대표로 맞은 이후 올해 초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조직을 통합해 기존 9개 본부에서 5개 본부로 개편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최악의 경우 자체 플랫폼을 포기하고 웨이브와 합병하는 방안도 남아 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은 수 년 전부터 제기된 방안으로 티빙 등 수익성 악화로 고민하는 CJ ENM이 웨이브와의 합병을 생존전략으로 삼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합병은 그간 OTT 업계의 대표적 출구전략으로 꼽히며 KT의 '시즌'도 지난해 말 티빙에 흡수됐다.
티빙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킬러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콘텐츠의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수익성을 낼 계획"이라며 "앞서 발표한 해외 진출 계획도 글로벌 OTT 시장을 예의주시하며 어떤 시점에 어떤 방식이 좋을지에 대한 검토를 계속 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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