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형건 캡처6 부대표 "탄소중립 핵심 'DAC' 관심필요"

입력 : 2023.07.24 11:22:08
제목 : [인터뷰] 박형건 캡처6 부대표 "탄소중립 핵심 'DAC' 관심필요"
미국 실리콘밸리 기후테크 스타트업…아시아 '탄소직접포집' 산업 저변 넓힌다 "우리나라 DAC 기술 10년 뒤처졌다…하루 빨리 시장 장악 나서야 할 때"

[톱데일리] "탄소 직접공기포집(Direct Air Capture, DAC) 기술은 전 세계에서 이미 확고한 입지를 다진 기후기술(기후테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술력이 10년 정도 뒤처져 있다. 세계가 DAC을 중심으로 어떤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지, 우리나라가 뒤늦게 따라잡을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지 파악해 하루빨리 DAC 분야에 뛰어들어야 한다"

톱데일리는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의 기후테크 스타트업 캡처6(Capture6)의 박형건 부대표를 지난 19일 만났다. 박형건 부대표는 소풍벤처스와 카카오임팩트 주최의 DAC 기술을 알리는 행사 참여를 위해 1년 반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박 부대표는 "한국의 공공기관과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CCUS)과 더불어 DAC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위와 같이 말했다.

◆ 캡처6, 에단 코헨-콜·루크쇼스 공동설립…올해 초 박형건 부대표 합류

캡처6는 경제학자 출신의 에단 코헨-콜과 에너지 분야 전문가인 루크 쇼스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프로젝트 진입 장벽이 높고 큰 비용이 드는 DAC 분야에서 '가격 경쟁력 혁신'을 가져오겠다는 뜻에서 이들은 캡처6를 설립했다. 현재 미국에 본사가 있고 뉴질랜드에 자회사가 있다.

박형건 부대표가 캡처6에 합류한 건 올해 초다. 박형건 부대표는 외국계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처음 경력을 쌓고 이후 산업은행 공채로 입사해 2014년까지 근무했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에서 '탄소시장 보고서'를 쓴 계기로,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소속되면서 '기후기술'과 첫 인연이 만들어졌다. 이후 송도에 위치한 국제기구 녹색기후기금(GCF), 문재인 정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1기 위원, 미국 기후 전문 재단인 클라이밋워크스에서 기후기술 분야 경력을 쌓았다.

박형건 부대표는 "4~5년 전부터 DAC에 관심이 많았다. 넷제로를 달성해야 하는데, 기배출된 탄소의 제거 없이는 힘들다고 생각했다"며 "DAC은 결국 나무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적은 면적과 적은 비용으로 공기 중 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미 대기 중에 상당한 양의 탄소가 배출됐는데, 이를 포집하고 없애는 기술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분야(클라이밋워크스)에 뛰어들었다"며 "그러다 우연히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에단 코헨-콜과 캡처6를 알게 되었고, 더 늦기 전에 스타트업의 세계에 뛰어들어서 사업을 꾸려보고 싶은 마음에 합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 수수료 수입 등 매출처 다각화 추진...가격 경쟁력도 제고

특히 그는 캡처6만의 사업적 접근방법이 마음에 들었다. 글로벌 DAC 업체들은 탄소제거권(CDR크레딧, 탄소 제거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에 매출 100%를 의지하는데, 캡처6의 프로젝트는 CDR크레딧 외에도 다양한 매출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캡처6의 DAC프로젝트는 매출의 3분의 1만 CDR크레딧에 의존할 계획이다. 나머지 3분의 1은 수처리시설이나 담수화 시설에서 추가로 물을 만들어, 이 물을 판매해 매출을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3분의 1은 탄소 포집 과정에 전기분해 등으로 나온 수소, 염소, 염산, 리튬 등을 판매해 만들어 낼 계획이다. 캡처6 자체로는 개발사업을 통해 DAC 프로그램 개발 수수료, 기술공급 로열티, CDR크레딧판매 수수료 등 수수료 사업을 중심으로 매출을 올릴 방침이다.


고객들의 기존 공정시스템에 DAC기술을 접목하는 것 역시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단순하게 기존의 농축수(소금물) 하수처리장이나 담수화시설에 캡처6가 DAC 공정을 통합 설계하는 식이다.

박 부대표는 "다른 업체들의 DAC는 자체 공정을 짓기 때문에 공정 설립에 드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 세계 최대 DAC업체인 스위스 클라임웍스가 4000톤 규모의 상업시설을 만드는 데 14년이 걸렸다"며 "우리는 기존 방식을 대신할, 파트너와 협업해서 단기간에 스케일업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 사업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수처리업체 부강테크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부강테크와 함께 기술 공동 개발 및 수처리와 담수화 시설에 DAC 기술을 통합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단순한 공정으로 가격경쟁력도 잡았다. 다른 DAC업체들의 CDR크레딧보다 캡처6의 CDR크레딧이 200달러 수준으로 다른 업체의 5분의 1 가격에 불과하다는 게 박 부대표의 설명이다.

박 부대표는 "현재 실증사업 설계하고 있고, 해당 실증사업이 올해 4분기 착공에 돌입할 것"이라며 "내년 3분기 안에 파일럿 시설이 가동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 단계에서 상업화 구축을 논의하고 있는 파트너사들이 있어, 빠르면 내년 혹은 늦으면 내후년 상업화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캡처6는 현재 글로벌 수처리 업체들과 맺고 있는 협력관계를 다양한 글로벌 기술기업들로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각국의 수자원관리 업체나 유니레버(생활용품 업체), 바스프(종합화학 업체)와 같은 글로벌 업체들도 잠재 고객으로 꼽힌다. 매년 가장 많은 CDR크레딧을 구매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도 CDR크레딧 판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아시아, 개도국 시장 정조준…추가 투자 유치

캡처6가 아시아 DAC 시장의 저변 확대를 노리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른 DAC업체들이 유럽, 미국에 국한되어 사업을 전개하는 것과는 다른 전략이다. 실제로 캡처6는 우리나라, 일본 아시아 지역을 비롯해 남태평양 키리바시, 케냐 등에서도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부강테크와 전개하고 있는 한국 사업을 교두보 삼아, 중동 지역에 진출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이외에도 일본과 담수화 시설이 많은 싱가포르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GCF 등에서 개발도상국 관련 업무를 많이 맡았다. 선진국에 DAC 기술이 집중돼 있는데 이걸 개도국 쪽으로 확대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DAC 기술을 활발히 사용하고 혁신적으로 CDR크레딧을 사용하는 예를 많이 만나고 싶다"며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기술기업들이 CDR크레딧을 사용해 발생시킨 탄소를 상쇄시키는 활동을 다양하게 전개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캡처6는 이런 기술력으로 프리 시리즈A 단계까지 총 620만불(약 8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브릿지라운드에는 한국의 브릿지인베스트먼트, 소풍벤처스 등도 참여했다. 이외에도 Carbon to Value, Third Derivative 등의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로부터 선발돼 관련 프로그램을 밟아나가고 있기도 하다.

박 부대표는 "올해 3분기에서 4분기 사이, 3000만~5000만달러 수준의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계획하고 있다"며 "전략적 협업이 가능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등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기후테크 산업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며 "특히 DAC을 비롯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많이 만들어져, 글로벌 환경자금의 유입이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톱데일리
정혜인 기자 hyeinj@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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