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연기금인 중앙적립기금(CPF)의 자산관리는 국부펀드 중 하나인 GIC(싱가포르 투자청)이 맡고 있다. 싱가포르는 GIC 외에도 국가 예산으로 조성한 국부펀드인 테마섹도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과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지만 국부펀드임에도 벤처투자 및 비상장주식(사모펀드), 대체투자 비중을 대거 늘리는 등 유연한 투자를 통해 장기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일례로 싱가포르 정부의 펀드매니저격인 GIC는 최근엔 사모펀드(비상장주식),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도 집중해 시장보다 높은 성과를 뜻하는 ‘알파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부동산 자산 비중은 전년도 8%에서 10%로 늘렸다. 사모펀드도 전년도 15%에서 17%로 증가했다.
특히 GIC는 부동산 시장에 적극적인 투자자다. 지난 2021년에만 110건의 거래에 345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최근엔 일본 프린스 호텔 15개와 레저 부동산 16개를 매입 했다.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SFC),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강남 강남파이낸스센터(GFC) 등 한국 오피스 시장에 투자를 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 축인 테마섹은 지난 20년 동안 테마섹의 연평균 수익률은 8%에 달한다. 결산일인 2022년 3월 기준 테마섹의 순 포트폴리오 가치는 4030억 싱가포르달러(약 382조원)에 달한다. 지난 2002년 770억 싱가포르달러(약 73조원)에 불과했던 순 포트폴리오 가치는 꾸준히 성장을 지속해 20년 만에 5배 증가했다. 테마섹의 2022년 3월 기준 연 수익률은 5.8%다. 글로벌 증시 약세장이 2021년 말부터 진행됐음에도 양호한 성적이다.
권기정 NH투자증권 싱가포르 법인장은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딜 소싱 노하우가 쌓일 수 있었다”며 “테마섹, GIC는 한국과 다르게 글로벌 상황에 걸맞게 투자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인정해주기에 국부펀드지만 마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기업처럼 일한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현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테마섹은 싱가포르 정부의 국부를 관리하는 문지기이면서 적극적인 공격수”라며 “2022년 기준 테마섹은 총 610억 싱가포르달러를 투자했고 370억 싱가포르달러를 매각하는 등 활발한 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IE대학교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2021년 글로벌 국부펀드 중 투자를 가장 활발하게 한 곳은 테마섹으로 추진한 딜 건수만 125건에 달했다. 전체 국부펀드 중 27.9%의 비중이다.
테마섹의 자산관리 전략은 안정적, 공격적인 투자를 병행하면서 매크로(거시경제) 상황에 걸맞은 유연한 대처능력이 거론된다. 최근 중국 내 기술주 하락이 심해지자 포트폴리오에서 과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 상품을 줄이고 자국 비중을 늘렸다. 2022년 기준 테마섹의 지역별 포트폴리오 구성은 싱가포르(27%), 중국(22%), 미국(21%) 등 순이었다.
특히 테마섹은 포트폴리오에서 비상장주식의 비중이 52%로 절반 이상이다. 비상장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체적으로 보면 우량한 싱가포르 회사들이 36%로 대부분이며 그 뒤로 자산운용업(20%), 민간·벤처기업(26%), 사모펀드(18%) 순이다. 비상장 주식의 가치는 장부가치로 평가되는데 이를 시장에 적용하면 포트폴리오의 10% 가치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년 동안 비상장 주식의 내부 수익률은 16.2%로 상장 자산(6.7%)을 앞질렀다. FTX 사태로 평가손실을 입게 됐지만 테마섹은 가상화폐도 공격적으로 일찍이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마섹은 “(투자 대상 중) 민간 기업 일부는 초기 단계 기업으로 미래의 기회를 더 잘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초기 단계 회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을 달성하고 매력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재무부 관계자는 “GIC는 장기적으로 정부 자산을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했다”며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정부가) GIC에 포트폴리오 변경 투자 권한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168 로빈슨 로드에 위치한 캐피털 타워의 모습. 싱가포르의 연기금(CPF)의 적립금을 위탁운용하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위치한 곳이다. GIC의 20년 장기 수익률은 7%에 달한다. <사진=차창희 기자>
싱가포르 168 로빈슨 로드에 위치한 캐피털 타워의 모습. 싱가포르의 연기금(CPF)의 적립금을 위탁운용하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위치한 곳이다. GIC의 20년 장기 수익률은 7%에 달한다. <사진=차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