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넷플릭스, 적에서 동료로…'세기의 소송' 마침표
입력 : 2023.09.18 14:53:17
제목 : SKB-넷플릭스, 적에서 동료로…'세기의 소송' 마침표
소송 취하하고 서비스 협력 전환…3년간의 길었던 공방전 종료[톱데일리]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둘러싸고 벌여온 소송을 서로 취하하고 화해에 나서기로 했다. 전 세계에서 주목한 '세기의 소송'이 막을 내리며,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CP(콘텐츠사업자)와 ISP(인터넷사업자) 간 비용 지불 논쟁도 일단락될 전망이다.
◆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
18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서로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과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이날 취하할 예정이다. 양사간 구체적인 협상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호 소송 취하를 전제로 최근까지 막판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는 소송 취하와 함께 서비스 제휴에도 나섰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SK텔레콤까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모바일 환경과 IPTV(B tv) 등에서 시청이 가능한 넷플릭스 결합 상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규 요금제 외에도 SK텔레콤의 구독 서비스 'T우주'에도 넷플릭스 결합 상품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기술 협력도 추진한다. 대화형 UX(사용자경험), 맞춤형 개인화 가이드 등 AI(인공지능) 기술로 소비자 친화적인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넷플릭스와 모색할 예정이다. 이번 협력의 범위를 다른 해외 파트너사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최환석 SK텔레콤 경영전략담당은 "SK텔레콤이 축적한 기술을 접목해 고객들에게 더 나은 미디어 서비스 환경 제공을 위한 대승적 합의의 결과물"이라며 "앞으로도 AI 컴퍼니로의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국내외 다양한 플레이어와 상호 협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3년 넘게 끌던 법적 소송, 극적 타결
끝이 보이지 않던 법적 공방이 종식됐다. 그간 SK브로드밴드는 글로벌 CP(콘텐츠사업자)인 넷플릭스의 급증하는 트래픽량을 해결하기 위해 망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넷플릭스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인 SK브로드밴드가 이용자와 계약관계에서 부담할 업무를 전가한다고 맞서 왔다.
망 이용료 관련 분쟁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9년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 중재를 요청하면서다. SK브도르밴드가 트래픽이 폭증하고 있고 비용 부담이 한계에 이르고 있는데 넷플릭스가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 달라는 요청이었다.
넷플릭스가 방통위의 중재를 거부하면서 분쟁은 격화됐다. 지난 2020년 4월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듬해 6월 1심 패소 판결을 받자 항소에 나섰다.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 지급액 결정을 요구하며 부당이득 반환 반소를 제기하며 소송 장기전 국면에 돌입했다.
최근 2심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양사의 입장차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 SK브로드밴드 상대로 낸 넷플릭스의 항소심이 지난 7월 10차 변론기일까지 진행됐지만 여전히 망 연결 과정에서 '무정산 합의' 여부와 이용료 감정 방식 등에 대한 의견이 갈리며 치열한 공방이 지속돼 왔다.
◆ 한치의 양보 없던 대결…5G급 태세 전환 배경은
통신 업계는 그간 넷플릭스에 강경하게 맞섰던 SK브로드밴드가 갑자기 태세를 바꾼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2019년 메타(구 페이스북)과도 협상을 진행해 SK브로드밴드 망 이용대가를 받아낸 적이 있는 만큼, 넷플릭스와의 소송전에도 필사적으로 임하는 모습이었다.
SK브로드밴드가 입장을 바꾼 배경엔 3년 넘게 소송을 끄는 동안 법적 소모전으로 인한 피로감을 유발한 것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SK브로드밴드는 경쟁사 KT와 LG유플러스와 달리 넷플릭스를 자사 IPTV에 제공하지 못하면서 미디어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상대적 열세 속에서 사업 확장의 발목이 잡혀 있던 셈이다.
넷플릭스도 사법 리스크 부담이 상당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는 앞선 1심에서 망 이용이 유상이어야 한다는 판결을 받은 만큼 향후 2심과 최종심에서 패소할 경우, 망 이용료 지불에 대한 국제적 선례를 만들며 망 이용료 분쟁이 다른 국가들로 번질 우려가 있던 상황이었다.
양사의 소송 취하는 소송 주체 SK브로드밴드가 아니라 SK텔레콤 주도로 협상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소송을 취하하는 대가로,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에 상응하는 경제적 혜택을 SK브로드밴드에 제공하기로 하고 넷플릭스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KT나 LG유플러스와 달리 SK 쪽에서는 SK텔레콤이 모바일을 맡고 SK브로드밴드가 IPTV 사업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이번에 유무선 함께 넷플릭스 번들 상품으로 내놓는 것을 중점적으로 협상이 진행됐을 것"이라며 "NDA(비밀유지계약) 사항이 있어 외부로 알려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망 이용료 논쟁 '흐지부지'…향후 쟁점 변화는
앞서 이번 소송은 국내외 통신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전세계 코로나19 팬데믹 아래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트래픽 폭증 문제로 이들이 망 사용 대가를 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잇따랐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도 관련 논의가 불이 붙었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가 국내외 ISP와 CP 간 망 사용료 논쟁 양상에 일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분쟁은 우리나라 국회의 이른바 '망 사용료 법' 발의 배경이 됐고, 우리나라 외에도 빅테크 CP의 폭증하는 트래픽으로 '망 공정기여' 여론이 불고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세기의 소송'으로 떠올랐다.
현재 국회에서는 망 사용료 법이 국민적 관심사나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린 상황이다. 여야 대치로 관련 법안 통과가 미뤄지며 장기화 되고 있어 이후 법제화 작업에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합의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외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준비하는 빅테크 관련 정책에도 노선 변화가 예상된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한국의 망 이용대가 분쟁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의 전향적인 전략적 합의가 도출됐다"며 "가장 쟁점이 되었던 망 이용대가에 대한 지급여부가 명시적으로 담기진 않았지만 실질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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