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차입 100조 시대] [SK온] 올해 나가는 돈만 14조...유동성과의 전쟁

입력 : 2023.09.22 16:01:41
제목 : [SK 차입 100조 시대] [SK온] 올해 나가는 돈만 14조...유동성과의 전쟁
1조원대 영업손실 속 단기채무 5조 대응....CAPEX 7조·LG엔솔 합의금 1조까지 단기 자금으로 '버티기' 돌입…모회사 추가 지원 불가피

[톱데일리] SK온은 매 순간이 살얼음판이다. 아직 사업으로 벌어 들이는 돈은 없다. 그런데 써야 할 돈은 올해만 14조원에 이른다.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성차입금만 5조원이 넘고 ▲여기에 올해 2차전지 사업확대를 위해 계획한 설비투자비(CAPEX) 7조원이 더해진다. ▲그리고 수율문제로 영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1조원대로 예상되고 ▲또 1조원 규모의 LG에너지솔루션 합의금 지급문제가 있다.

유동성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시기다. 계속해서 비는 곳간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채워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SK온이 최근 적극적으로 단기자금조달 창구를 찾고 있는 것에서 그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



◆ 총차입금 13조의 40%가 단기성…CP·유동화 증권으로 급한불 대응

SK온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3조원이다. 3조원은 SK온 개별 기준, 나머지 10조원은 SK온의 미국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 채무다. 연결 총차입금은 처음 분사했을 때 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0조8000억원, 올해 상반기 13조원으로 불어났다. 이중 40%가 단기채무다. 올 상반기 보고서에서 밝힌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채무(사채, 차입금, 리스부채)는 5조3000억원이다.

단기채무를 제외하고도 감당해야 할 자금이 쌓이고 있다. 연간 4조~5조원 수준이던 자본적지출(CAPEX)은 올해 7조원으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만 약 4조8000억원을 썼다. 앞으로도 지속될 투자다. SK온이 밝힌 사업계획 상 설비 투자를 위해 쓰겠다고 한 비용만 39조원에 달한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14조6000억원을 사용했고, 아직 24조5000억원의 투자가 남아있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에 지불해야 하는 합의금도 고려해야 한다.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하기로 한 합의금 2조원 중에 지난해 1조원의 지급을 마쳤다. 올해는 매출액에 연동해 1조원을 한도로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했다.

반면 지출을 상쇄할 수입은 아직 없다. SK온은 매년 적자가 커지고 있다. 분사 첫해(2021년) 연간 영업손실 3192억원을 기록했고 2022년엔 1조726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6441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SK온은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단기조달 창구를 이용해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지난해 3조5000억원의 금융권 단기차입을 일으켰고, 매출채권 유동화도 활용했다. 22일 기준 실질 조달자가 SK온인 유동화 증권 중 만기가 남아있는 것은 에스씨제일차 3-1, 피씨씨제삼차, 에스씨제일차 2-1, 비케이씨에스제십이차 등 8개의 유동화증권 총 1324억원규모다. 카드 매출대금이 유입되면 유동화 증권 자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단기 급전을 마련한 셈이다.

최근에는 기업어음(CP)시장까지 문을 두드렸다. 지난 19일 SK온은 내년 3월 만기 CP를 발행해 총 1000억원을 조달했다. SK온이 CP를 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급전이 필요한 만큼 조달이 용이한 CP물을 적극 활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경쟁사는 안정 궤도 진입…늦어지는 흑자전환

안정을 찾아가는 경쟁사들은 더욱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삼성SDI는 현금창출 효자노릇을 하며 소리없는 강자로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가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고, 삼성SDI가 이에 버금가는 825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LG그룹도 LG에너지솔루션의 반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454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원 이상으로 뛰었다. 올해 상반기 2조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LG전자의 실적을 바짝 따라가고 있다.

반면 SK온을 둘러싸고 시장에서는 적잖은 실망감이 퍼져나오고 있다. 그간 SK그룹을 괴롭힌 대형 적자의 원인, '수율 개선'이 요원한 탓이다. 키움증권은 SK온의 수율을 70% 이하로 추정하고 있다. 경쟁사가 90%대인 점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여전히 신규 공장을 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율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의 흑자전환 목표 시점은 이미 여러차례 미뤄졌다. SK이노베이션과 SK온이 컨퍼런스콜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8년에는 2020년을 흑자전환 시점으로 잡았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2021년에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실패했다. 2021년 EBITDA는 마이너스(-) 2412억원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 설정한 영업이익 흑자전환 목표 시점은 2022년이다. 하지만 2022년이 되자마자 말을 바꿨다. SK온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연내 손익분기점(BEP)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결국 SK온은 지난해 1조원대의 영업손실을 냈다. 마지막으로 SK온이 제시한 흑자 시점은 내년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분간 모회사의 추가 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된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SK온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부족자금 2조원을 지원(관련 기사)한 데 따른 자본 확충이다. 문제는 주주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유증 계획 발표(23일) 직후 주가는 13.7% 하락한 15만5267원으로 떨어졌다. 주주돈으로 SK온을 살리려 한다는 실망감에서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의 발행가액과 SK온의 조달 자금도 축소됐다. 발행가액은 주가 하락으로 인해 최고치 15만8900원에서 13만9600원으로, 이에 따라 유증 규모는 1조3000억원에서 1조1433억원으로 감소했다. 오는 10월5일 신주 상장을 앞두고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저점으로 평가되는 15만6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화학사업을 담당하는 중간지주사다. 일각에서는 다른 자회사 배당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다른 자회사가 번 돈을 배당으로 끌어와 SK온에 지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업계는 "SK온 지원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이 다른 계열사 재무안정성 고려 없이 배당을 급격히 높이면서 주요 계열사 재무안정성을 훼손한다면 계열사 신용등급 하방압력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SK온 관계자는 "1년 내 만기도래 차입금을 어떻게 상환해야 할지는 계획을 다 갖고 있다"며 "외부 자금을 조달하거나 내부에서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안은 외부에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톱데일리
정혜인 기자 hyeinj@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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