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VIG파트너스 이철민·신창훈 공동대표 5인 파트너 체제로 조직개편 대기업 비핵심 사업부·계열사 내년 상반기 이후 매물 나올듯 펀드 모집 1조원 이상 목표
지난 4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이철민(왼쪽)·신창훈 VIG파트너스 공동대표가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의 혹한기가 내년 상반기까진 지속될 전망입니다. 향후 옥석 가리기·양극화 장세가 본격화될 것을 대비해 당분간은 투자 자금 모집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철민·신창훈 VIG파트너스 공동대표는 1년 넘게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M&A 시장 상황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VIG파트너스는 기존 대표(박병무·신재하)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정연박·한영기·한영환 부대표 3명이 새로운 파트너가 되는 '세대교체' 조직개편안을 최근 발표했다. 이는 국내 독립계 사모펀드(PEF) 중에선 최초로 세대교체를 시스템화한 것이어서 주목받았다. 세대교체안을 발표하고 첫 언론 인터뷰에 나선 두 공동대표는 "PEF 주요 출자 기관과 거래 파트너인 기업 의사결정권자들의 연령대가 점차 젊어지고 있다는 점이 세대교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조직을 정비한 VIG파트너스는 당장 대형 투자처를 찾기보다는 1조원 이상을 목표로 하는 5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내년 말까지 마무리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녹록지 않은 시장 주변 여건 등을 감안한 결정이다. 고금리 상황에서 주식·채권 투자로 손실을 본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여력이 크지 않아 자금을 모집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있고, 매도자들은 M&A 시장에서 여전히 고금리 상황을 외면하며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M&A 시장의 침체가 내년 하반기 이후 서서히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고금리 현실을 받아들인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비핵심 사업부 혹은 한계 계열사를 정리하려고 할 테고 이에 따라 저가 매물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투자를 집행하지 않아 남은 드라이파우더(미집행 약정액)가 쌓여 있고, 아시아 시장에선 일본 호주 한국 정도가 투자할 만한 곳이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부터는 뉴노멀에 적응한 M&A 시장이 조금씩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대표는 "현재 VIG파트너스는 펀드레이징과 함께 기존에 운용 중인 3호 및 4호 펀드의 투자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VIG파트너스는 새롭게 결성한 5호 펀드를 통해 기존보다 투자 규모가 크고 다양한 업종의 인수·합병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VIG파트너스는 상조회사 프리드라이프(4호 펀드·2600억원), 이스타항공(4호 펀드·1100억원), 스타비젼(3호 펀드·1375억원), 바디프랜드(2호 펀드·2300억원) 등 1000억~2000억원대 규모의 투자에 집중해왔다. 이 대표는 "5호 펀드는 10~12개 기업을 인수할 예정인데, 건당 최대 5000억원 규모 투자도 집행할 예정" 이라며 "해외에서도 팔릴 수 있는 기술 기반의 소비재, 예를 들면 메디컬·바이오 분야 쪽 기업 투자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VIG파트너스는 지난해부터 본격 진출한 사모대출(사모 크레디트) 분야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모대출은 채권을 발행하기엔 규모가 크지 않고 은행 대출을 하기엔 신용이 부족한 기업이 약 500억원 단위의 대출을 일으키는 데 유용한 서비스다. 고금리 상황에서 자금 조달 수단으로 떠오르며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사모대출 시장이 1조4000억달러까지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2021년 말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며 사모펀드도 사모대출펀드(PDF)를 다룰 수 있게 됐고, VIG파트너스는 사모대출 전문 자회사 VIG얼터너티브크레딧(VAC)을 설립한 바 있다.
신 대표는 "VAC는 3억달러의 부동산 크레디트 투자 중심의 블라인드 펀드와 500억원의 벤처 크레디트 펀드 1개를 운영 중에 있다"며 "부동산 펀드 집행 속도가 다소 늦춰진 것 외에는 크게 다른 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이리얼트립에 500억원을 투자한 벤처 크레디트 펀드는 예상보다 빨리 더 좋은 성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유사한 투자 기회도 계속 발굴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