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취임 3주년] ② 해법 못찾는 중국·러시아…차선책 신흥국 돌파구될까

입력 : 2023.10.17 16:15:00
제목 : [정의선 회장 취임 3주년] ② 해법 못찾는 중국·러시아…차선책 신흥국 돌파구될까
'장기 부진' 중국, 재무부담 확대 속 군살?기 돌입…라인업 조정·공장 매각 가동 중단된 러시아, 철수설 지속…처리방안 고심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신흥국서 활로 타진…아세안 입지 확대 모색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3주년(10월14일)을 맞았다. 고가차 중심의 믹스개선을 중심으로 한 판매 개선과 우호적인 환율(원화 약세) 등에 힘입어 연거푸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활발하다. 전동화 등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과 밀접한 소프트웨어 부문 강화를 비롯해 신시장 발굴에 적극적이다. 다만 과제 역시 적지 않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전기차 관련 대중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수요 위축과 가격경쟁력 등의 차원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셈법이 한층 복잡해진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 시장에서의 부진과 매각 이슈 그리고 숙원인 지배구조 개편 관련 이슈도 상존한다. 톱데일리는 그룹 회장 취임 3주년을 맞은 정의선 회장의 성과와 주요 과제를 짚어 본다.

[톱데일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경영실적은 준수한 편이지만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국 시장과 철수 가능성이 심화한 러시아 지역의 처리 방안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3분기 누적 중국 권역 판매(이하 도매판매 기준)는 17만5358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중국 판매는 5만7700대로 15.1% 줄었다.

현대차·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은 약 7년 전 시점부터다. 2016년까지 현대차는 연간 판매량 100만대, 기아는 60만대 이상을 줄곧 유지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이슈 등으로 2017년 이후 점유율 하락과 판매량 감소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좁아질 대로 좁아진 중국 내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4대 전략' 수립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자동차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현대차·기아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인 까닭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현지화 연구·개발(R&D) 강화 ▲전동화 상품 라인업 확대 ▲수소연료전지 기술 사업 본격화 및 수소 산업 생태계 확장 ▲브랜드 이미지 쇄신 등을 골자로 한 4대 전략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사업이 활로를 찾지 못하자 현대차그룹은 '군살빼기'에 돌입했다. 중국 내 판매 라인업을 현재 13종에서 8종으로 축소하는 한편,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가 차종 위주로 정비에 나섰다.

더불어 중국 사업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생산중단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판매 위축 속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일정부분 정리가 불가피했던 까닭이다.

현대차는 지난 2021년 중국 1공장을 매각한 이후 나머지 공장에 대한 가동 중단과 동시에 추가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내 공장 규모를 기존 5개에서 2개로 축소하는 게 골자다. 2개 공장만을 가동해 이를 글로벌 모델 생산을 통한 신흥시장 수출 확대 전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시장에서의 장기 부진에 현대차그룹은 판매 및 경영실적 발표 시 중국을 제외한 성과를 별도로 제시하고 있다. 지정학적 문제 등이 얽혀 있어 뚜렷한 개선 시점을 예 측할 수 없는 만큼 중국 지역 성과에 과중한 비중이 쏠리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성격으로 읽힌다.

중국에서의 거듭된 부진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베이징현대(BHMC) 관련 지분법손실 규모는 약 1203억원에 달한다.



기아는 전기차(EV) 라인업 확대를 통한 입지 재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가장 빠르게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기아의 성공은 기아 글로벌 전략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하며, 전동화 모델을 통해 약화한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와 경쟁력 회복을 꾀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오는 2027년까지 6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아는 중국법인(KCN)의 완전자본잠식 등 경영악화가 잇따르면서 운영자금 대출을 위해 3억1225만달러(한화 약 423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 부진은 타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사업 부진 속 현대제철은 중국 법인 '현대스틸 베이징 프로세스'와 '현대스틸 충칭'의 매각에 나섰다. 이들 법인은 자동차 강판을 재가공해 현대차와 기아의 베이징공장과 충칭공장에 납품하 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중국 못지 않게 러시아 시장도 고민거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지난 3월부터 러시아 현지 생산과 완성차 및 부품 수출이 중단됨에 따라 현대차 러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다. 지난 2011년 현지 생산을 시작한 지 10여년 만이다.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의 국유화 위협, 전쟁 장기화로 생산과 수출 재개 시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대차의 올해 누적 러시아 판매는 263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4% 급감했다. 이로 인해 계속해서 철수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공장 매각과 관련해 "다양한 처리 방안을 두고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인도 등 신흥국서 활로 모색

현대차그룹은 주요 지역의 부진을 상쇄하기 위한 일환으로 신흥국으로 눈을 돌려 활로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합작공장 설립, 타 브랜드의 현지공장 인수 등에 나서며 수출 교두보 구축 및 아세안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곳 중 하나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현대차가 아세안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주력하고 있는 핵심 지역이다.

현대차는 아 세안 권역 내 자사의 첫 번째 완성차 생산거점인 인도네시아를 발판으로, 아세안시장 공략에 나서 현지 선도 브랜드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자동차 브랜드 중 최초로 EV(아이오닉5) 현지 생산과 판매체계를 구축하고, 충전 인프라 확장 등에 주력하고 있다.

배터리셀 합작공장(HLI그린파워(Hyundai LG Indonesia Green Power)도 건설했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인도네시아 현지에 건설한 배터리셀 합작공장은 현재 시험생산을 거채 내년 배터리셀 양산을 앞두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9월 처음으로 현장을 방문해 양산준비 현황을 점검했다. 내년 배터리셀 양산이 본격화하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배터리셀부터 완성차까지 현지 생산·판매 체계를 갖춘 유일한 브랜드가 된다.

현대차그룹은 원자재 조달 및 수출 등 전략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 및 채굴량 세계 1위다.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인도네시아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아세안 국가들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에서의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GM인도법인(GMI)의 탈레가온 공장 인수에 나섰다. 지난해 인도 시장점유율 14.5%로 2위를 기록한 가운데 공장 인수로 추가적인 생산능력을 확보해 시장 수요에 맞춰 다양한 차종을 투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는 연간 약 13만대 수준의 완성차 생산능력을 보유한 해당 공장을 단계적 설비 개선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전기차 현지 생산체계 구축도 타진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의 전기차 판매 규모는 약 4만8000대로 승용차 시장 내 비중이 1.2%에 불과하지만, 2021년 대비 3배 이상 시장이 확대됐다. 현대차는 탈레가온 공장 인수를 통해 주력 제품군인 내연기관 모델의 생산능력이 추가로 확보되는 만큼, 기존 첸나이 공장의 여유 능력을 신규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5월 첸나이 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주(州)와 협약을 체결하고, 올해부터 10년간 전기차 생태계 조성과 생산설비 현대화 등에 2000억루피(한화 약 3조2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톱데일리
권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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