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꼼꼼한 LG家 김영식 여사, 유언장 확인은

입력 : 2023.10.23 08:40:32
제목 : [기자수첩] 꼼꼼한 LG家 김영식 여사, 유언장 확인은
50년간 LG家 맏며느리·안주인 자리 지켜..상속분쟁 과정서 면밀함 재확인 유산 목록 점검·재분배 등 합의과정 주도…뒤늦은 분쟁 의도는

[톱데일리] 재계 서열 4위인 LG그룹의 안방마님 김영식 여사는 예상보다 더 우직하고 꼼꼼했다.

사별의 아픔 속에서도 다소 불편할 수 있는 가족간 유산 분배 문제를 차분하면서도 묵직하게 풀어 나갔다. 합의서 작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고, 김 여사의 의견을 들어 재산분할합의서 내용은 추가로 두 차례에 걸쳐 다시 수정됐다. 그의 꼼꼼한 성격 덕에 2018년 5월 故구본무 선대회장 작고 후 그 해 6월부터 시작된 상속분할 합의 과정은 만 넉 달을 꼭 채운 10월 말에야 끝이 났다.

최근 열린 LG 오너일가 상속소송 첫 변론기일에선 당시 유족들이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누고, 어떤 과정을 통해 합의에 이르게 됐는지 일련의 상황이 세세하게 공개됐다.

김 여사는 자신과 두 딸이 나눠 갖기로 한 유산인 미술품 감정 목록도 꼼꼼하게 살폈다. 누가 어떤 작품을 받는 게 좋을지 미술품 명단을 보며 작품명 옆에 상속자 이름을 하나하나 직접 수기로 적었다. 일부 미술품은 상속 재산이 아니라 김영식 여사 본인 소유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20세에 시집와 50년을 재벌가 맏며느리로, 안주인으로 살아온 영향인지, 법정 증인을 통해 구전으로 들은 김 여사의 일처리 과정은 냉철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날 피고인 구광모 LG 회장 측이 제출한 증거 자료도 흥미로웠다. 구 회장 측은 김 여사의 자필 서명이 들어간 여러 건의 문서들을 증거로 냈다.

현장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김 여사는 ▲故구본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미술품을 누구에게 나눠줄 것인지를 자필로 적은 미술품감정평가서를 비롯해 ▲선대회장의 경영재산(㈜LG 주식 등 그룹 경영권 관련 자산)을 구광모 회장이 상속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가족 합의서 ▲조부인 故구자 경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LG 주식 전량도 구광모 회장에게 넘긴다는 합의서 등 모두를 직접 챙겼다. 특히 ▲당초 구광모 회장 몫이었던 ㈜LG 상속 주식 중 구연경·구연수씨에게 '2.52%' 비율로 추가 분배한다는 합의서도 당사자인 두 딸의 사인 없이 자신이 가족을 대표해 합의를 봤다고 서명했다.

이러한 사실들을 조합해보면 김 여사가 재산분할 합의를 주도했고, 합의서 내용도 수 차례 수정할 정도로 그 과정도 주도 면밀했다는 점이 미루어 짐작된다. 실제 김 여사는 경영재산인 ㈜LG 주식을 구광모 회장이 모두 상속한다는 것이 골자였던 1차 합의를 끝낸 이후 딸들에게 추가로 ㈜LG 지분을 더 줄 것을 요청해 2.52%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냈다.

이후 또 한 차례 합의서 수정을 요청해 구 회장에게 돌아갈 경영재산 중 일부를 털어 본인과 구연경씨가 관련된 재단 및 기관 6~7군데에 기부하게 했다. 추가로 들어간 비용만 수억 원대다.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실리를 챙기려한 모습이다.

이 지점에서 드는 의문 하나. 이렇듯 철두철미한 성격인 데 왜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유언장은 확인하지 않았을까? 왜 유언장이 '있는 줄 알았다'고만 하고 직접 '확인' 하진 않았을까?

김영식 여사를 비롯한 세 모녀는 줄곧 구광모 회장 측이 유언장이 있다고 자신들을 '속였다', '기망했다'는 표현을 써왔다. 여기에 '세 모녀'라는 단어가 결합 하며 약자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것이란 일부 사회적 인식도 형성됐다.

하지만 첫 재판에서 확인된 면면은 김영식 여사 주도 아래 5개월 간 충분한 합의를 거쳤고, 또 그 과정에서 세 모녀 측에게 돌아간 이득도 늘었다는 점이다. 故구본무 선대회장이 갑작스레 망인이 돼 황망한 상황에서 합의를 맺었다는 원고 측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LG의 3대 주주로 4.2%의 지분을 보유한 김영식 여사를 포함해 1조3000억원이 넘는 자산을 분배 받은 세 모녀가 사회적 약자라는 설정도 다소 진부하다.

LG 오너일가를 둘러싼 상속재판은 한국 경제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권을 다투는 소송이다. 무리한 주장보다는 명백한 증거를 바탕으로 사실을 가려내는 것이 소송의 당사자는 물론이고 LG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도 옳은 방향이 될 것이다.


톱데일리
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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