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나온 '청년 백수' 28% 취업 늦어져 또 학원비 폭탄 로스쿨 등 도피성 진학 증가 기업 재교육비 취준생에 전가 교육훈련 시간 10년새 절반↓ 인재 입도선매 계약학과 확대
◆ 퓨처스쿨코리아 ◆
졸업하고도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을 전전하며 사교육비 부담에 시달리는 취업준비생이 늘고 있다. 25일 서울 대치동 중심가에 있는 한 코딩학원에 홍보 안내문이 걸려 있다. 한주형 기자
지난해 경상북도의 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최 모씨. 최근에는 취업 준비차 아예 서울 노량진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학원비는 물론 고시원 비용과 생활비까지 하면 아끼고 아껴도 한 달에 200만원 가까이 든다. 최씨는 "서른이 다 돼 가는 나이에 어쩔 수 없이 부모님 도움을 받아 가며 취업을 준비 중"이라고 토로했다.
막대한 사교육비를 들여 대학에 입학하고, 적지 않은 등록금을 내며 고등교육을 받고도 취업전선에서 외면 받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취업준비생'이라는 또 다른 신분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취업전쟁을 벌이는 '취업 사교육'시장은 낙후된 한국 교육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미취업 상태인 15~29세 '청년 백수'는 올 5월 현재 126만명에 이른다. 재학생과 휴학생을 제외한 최종학교 졸업자 452만명의 28%에 달하는 규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청년 고용률은 47%에 불과했다. 취업도 바늘구멍이지만 취업을 위한 준비 기간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4년제 대졸자의 첫 취업 평균 소요 기간은 8.2개월로 1년 전(7.8개월)보다 0.4개월 증가했다.
취업까지의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취업 준비 비용도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취업 콘텐츠 플랫폼 캐치가 지난 8월 청년 구직자 158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2%(829명)가 '작년에 비해 취업 준비 비용이 늘었다'고 답했다. 또 취업을 준비할 때 가장 많은 비용을 쓰는 항목은 '학원비 및 온·오프라인 수강료'(37%)였다.
김정현 진학사 캐치 부장은 "과거엔 기업이 뽑아서 가르친다는 문화가 강했지만 지금은 이미 실무 교육이 돼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고 전했다. 주요 대기업의 경우 삼성을 제외한 대부분 그룹이 공채보다는 수시·상시 채용으로 신입 직원을 선발한다.
김 부장은 "공채가 없다는 것은 신입을 선발한 이후 단체 교육 문화가 사라졌다는 것"이라며 "현재 기업들의 상시 채용도 중고 신입이거나 적어도 인턴 경험이 있어 현업에 바로 투입이 가능한 수준의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용부의 '기업훈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의 채용 예정자 1인당 평균 교육훈련 시간은 15.4시간, 교육훈련 비용은 8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10년 전인 2013년 각각 31.9시간, 19만7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기업들의 재교육 비용이 고스란히 취업준비생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취업도 어렵고 취업시장에 쏟아부을 돈도 부족한 청년들이 대학원이나 로스쿨처럼 '도피성 진학'에 나서는 일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 졸업자들은 넘쳐나지만 인재 찾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은 부실한 실무역량을 보강할 대학 교육의 업그레이드를 주문하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대학 커리큘럼이 이론 중심이라 프로젝트성으로 현장성과 협업을 강조하는 기업의 요구 수준을 맞추지 못한다"며 "현재 지원자들의 스펙에서 인턴 경험이 강조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전했다.
기업들이 그동안 대학과 손잡고 '계약학과' 신설에 공을 들인 것도 실무인력 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이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계약학과는 전국적으로 총 759개다. 재학생은 2만350명 수준이다. 2019년과 비교해 계약학과는 14.7%, 재학생은 21.2%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