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분기 최대 영업익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입력 : 2023.10.26 16:39:13
제목 : 현대차, 분기 최대 영업익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3Q 영업이익 3조8220억, 전년比 146.3%↑…판매증가·믹스개선·기저효과 등 영향 전동화 전환 가속화 속 수요 위축 등 우려…10조 규모로 확대한 충당부채도 상존

[톱데일리] 현대자동차가 3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실적 모멘텀을 이어갔다. 다만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 위축 등 더진 전기차 시장 속도 등은 고민거리다. 특히 고질적 문제인 중국과 러시아 권역의 판매 위축 지속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및 고금리 등은 현대차 실적 성장의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3Q 영업익, 12년 만에 최고치 경신…중국·러시아 판매량 지속 감소는 숙제

25일 현대차는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3분기 영업이익(이하 연결재무제표 기준)은 3조8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3% 증가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3분기 기준 최대 기록이다. 기존 3분기 최대 영업이익은 2011년에 기록한 2조989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작년보다 8.7% 늘어난 41조30억원, 당기순이익은 133.9% 증가한 3조30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앞서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현대차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한 40조원, 영업이익은 131.5% 늘어난 3조6000억원으로 전망했다.



3분기 매출 성장은 판매대수 증가와 제네시스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 등이 주도했다. 3분기 글로벌 판매량(이하 도매판매 기준)은 104만55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특히 고가차종인 SUV 판매 비중은 전체의 54.7%로 전년 동기 대비 4.1%포인트(p)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제네시스 판매 비중은 4.9%에서 5.1%로 늘었다.

전반적인 판매는 증가했지만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중국 권역의 판매는 5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3.8% 감 소했고, 러시아 권역은 1만1000대로 39.0% 감소했다. 매출원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1%포인트(p) 낮아진 79.4%를 기록했다. 부품 수급 상황 개선으로 인한 가동률 상승과 원자재 가격 인하의 영향이다.

영업이익 증가폭이 큰 배경에는 물량 증가, 믹스 개선 외 지난해 3분기 판매보증충당금 설정에 따른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의 3분기 판매관리비는 4조63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1%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판매관리비에는 2조3930억원(일회성 품질비용 1조3602억원 포함) 규모의 판매보증비가 반영됐는데, 올해 3분기에는 해당 규모가 8090억원으로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175.8%로 지난해 말 대비 5.6%p 감소했다. 3분기 말 현금은 20조31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80억원 늘었다.

◆ 전기차 시장 위축 우려…미국 대선 전후 변화도 클 듯

호실적을 기록한 현대차지만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 전기차시장의 동향이 예전과 사뭇 다른 영향이다.

주요 시장인 유럽(EU)의 경우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이끌 동력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오는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강력한 배출규제인 '유로(Euro)7' 도입 결정 지연과 독일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이 작용하고 있다.

최대 자동차시장 이자 현대차가 주력하고 있는 시장인 미국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너럴모터스(GM)은 2024년 중반까지 북미에서 누적 40만대 배터리전기차(BEV)를 생산하겠다는 기존의 전동화 전략을 공식 철회했다. BEV의 수요 둔화와 가격 경쟁 심화, 대선 이후 미국 친환경차 지원 정책 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한 조치다.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 대선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만약 공화당이 집권하면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감속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입법화된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취소할 수는 없지만, 보조금 지급에 대한 세부 규정을 까다롭게 할 가능성이 높고, 연비 규제는 대폭 낮출 것이 확실히다"면서 "이 경우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전환은 2~3년 정도 숨 고르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이러한 글로벌 시장 동향을 주시하는 가운데 시장 수요에 맞춰 속도 조절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전기차 부문이 주요 시장에서 허들을 만나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기대했던 것에 비해 전기차 판매가 낮아질 수 있겠지만 전략적으로 급하게 줄이지는 않을 것이고, 각 시장 수요에 맞춰 조절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하반기 미국 전기차 공장에 대한 부분은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점을 견지했다. 그는 "미국 공장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받는 측면에서 의사결정을 통해 빠르게 진행하는 성격인 만큼 관련 공사를 늦출 계획은 없다"면서 "2024년 하반기 양산일정 자체를 늦출 계획은 없고,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타사가 받고 있는 보조금을 현대차도 받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국외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신형 전기차 출시 등으로 인한 라인업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전 대비 수요가 위축된 상태다. 내수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대차도 이러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전기차 판매가 2876대로 전년 동기 대비 63.5% 감소했다.



한편 투자은행업계에서는 세타엔진 등 관련 10조원 규모로 확대한 판매보증 충당부채에 대한 우려도 지적한다. 세타엔진은 줄곧 현대차그룹의 품질경영에 발목을 잡아온 리스크 요인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09년 개발한 세타2엔진에서 떨림과 시동꺼짐 등의 결함이 발생함에 따라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한 467만대의 차량 엔진을 평생 보증해주기로 했다. 선제적 고객 보호 조치의 일환이었다. 이후 리콜을 비롯한 대규모 품질비용이 줄곧 수반됐다. 이와 같은 판매보증 관련 충당부채 규모는 지속 증가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0조원을 넘어섰다.

서강현 부사장은 "실제 집행 대비 충당부채 규모가 과다할 수 있지만, 보수적 회계기준에 맞춰 비용을 산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환급 가능성을 말할 수는 없다"라며 "수리 일정에 맞춰서 진행 중이라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톱데일리
권준상 기자

해당 기사는 톱데일리(www.topdaily.kr)에서 제공한 것이며 저작권은 제공 매체에 있습니다. 기사 내용 관련 문의는 해당 언론사에 하시기 바랍니다.
Copyright ⓒ True&Live 증시뉴스 점유율1위, 인포스탁(www.infostock.co.kr)

기사 관련 종목

02.06 15:30
현대차 203,500 1,000 -0.49%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2.06 19:50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