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농심] ③ 신동원, '백산수' 향한 무리한 진심

입력 : 2023.11.13 17:12:08
제목 : [유통진단] [농심] ③ 신동원, '백산수' 향한 무리한 진심
걷히지 않는 제주삼다수 그림자…2025년 생수매출 1조 달성 '까마득'

[톱데일리] 신동원 농심 회장이 야심차게 도전한 생수 브랜드 '백산수'가 올해로 출시 10주년이 넘었지만 시장 내 존재감 확대에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과거 농심이 품에서 떠나보낸 국내 부동의 1위 생수 '제주삼다수'와 비교하면 백산수는 초라한 실적을 내며 계획보다 사업 확장이 더딘 상태다. 2025년까지 중국 시장 중심으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던 약속도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 제주삼다수 잃고 백산수 출시 '꿩 대신 닭'

신동원 회장은 일찌감치 생수 사업을 미래 성장 발판으로 낙점했다. 백산수 출시 이전부터 생수 사업에 대한 의지를 품었던 농심에게 사업 확장의 기회가 찾아왔다. 1997년 제주삼다수를 출시한 제주도 산하 제주개발공사가 유통망의 강점을 지닌 농심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제주 삼다수 출시 첫 해인 1998년, 생수사업을 포함한 농심의 음료 매출은 278억원(비중 2.6%) 수준이었다. 이후 제주삼다수는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1위 생수 브랜드로 성장, 농심의 음료 매출을 크게 끌어 올렸다. 농심이 제주삼다수를 마지막으로 판매하던 2011년 농심의 음료 매출은 전체 연매출의 21.5%인 4000억원 규모로 확대했다. 그러나 이 시기 농심에 유리한 불공정 계약 논란이 불거졌고, 제주도와 불화가 깊어지며 농심은 2012년 제주삼다수를 떠나 보내야했다. 소송까지 벌였지만 농심은 재판에서 패하고 말았다.

제주개발공사 덕에 제주삼다수로 돈을 쓸어 담던 농심이 빠르게 눈을 돌린 것이 백산수였다. 이미 내부적으로 자체 생수브랜드 론칭도 고심하던 차이기도 했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라면, 스낵 등 국한된 사업 한계를 넓히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백산수는 신동원 회장의 작품이다. 신동원 회장이 선친 고(故) 신춘호 회장 아래 부회장으로 있던 시절 직접 나서 챙긴 포트폴리오가 바로 백산수 생수 사업이었다. 신 회장은 2012년 백산수 출시 후 기존 공장을 연간 100만톤의 생수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정비한 뒤 2015년 생산 확장에 들어갔다.

백산수를 향한 남다른 애정은 그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신동원 회장은 "백산수는 처음부터 국내 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 미국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해 시작한 전략 사업"이라며 "지난 50년간 농심이 라면으로 2조원 기업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 100년 농심의 역사는 생수가 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백산수가 자체 생수 브랜드라는 점에서 농심이 거는 기대도 컸다. 농심은 중국 길림성 정부의 인가를 받아 수원지 보호지구에 위치한 안도현 이도백하진의 내두천을 수원지로 정하고, 삼다수와 결별 이전인 2010년부터 중국에서 백두산 천연광천수를 생산해 왔다. 백두산을 수원지로 삼아 백두산 천지의 청정한 이미지가 주는 효과에 착안했다.

물론 생수 사업을 향한 농심의 과도한 열정이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당초 농심이 백산수의 수원지를 백두산으로 밝힌 것과 달리 실제 수원지인 내두천은 백두산과 42km 거리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백산수 표기에 수원지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아 뒤늦게 중국산 물이란 논란을 빚기도 했다.



◆ 백신동원의 '보물단지' 될까, '애물단지' 될까

신 회장은 앞서 2025년까지 백산수를 중국 전역으로 판로를 넓혀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목표까지 단 2년여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과의 괴리는 크다. 지난해 농심의 백산수 등 음료 총매출은 1599억원, 전체 매출에서의 비중 5.1%에 그친다. 제주삼다수를 판매했던 2011년 음료 매출 4663억원(비중 21.5%)보다 한참 뒤처진다.

농심의 음료 사업 부문 매출은 백산수 외 카프리썬 등이 포함된 수치다. 백산수만 따로 놓고 보면 실제 성과는 그보다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중국 연변지역에서 백산수 사업을 관장하는 자회사 '연변농심광천음료유한공사' 기준으로는 매출 690억원, 순손실의 23억원의 성적에 그쳤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농심의 해당 백산수 제조 자회사가 사업적으로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일부 커지고 있다. 해당 중국법인은 올해 상반기 344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전년 동기(333억원) 대비 3% 성장에 그쳤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9억원에서 19억원으로 오히려 10억원 상당 뒷걸음질 쳤다. 지표상 작년 하반기 손실 폭이 컸던 만큼 올해 역시 같은 패턴이 이어질 경우, 연간 실적이 작년보다 더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농심이 제주삼다수를 잃은 타 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제주삼다수는 이후 광동제약의 품으로 넘어가 현재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기준 제주삼다수 제품 하나만으로 29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광동제약 연매출(8505억원)의 34.8%를 차지할 만큼 비중도 크다. 생수 사업 수혜를 입은 광동제약이 제약에서 음료 사업으로 점점 눈길을 돌린 것도 제주삼다수의 성장세와 무관치 않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연간 매출의 60% 수준에 육박하는 4847억원이 비타500, 헛개차 포함 음료 관련 사업에서 나왔다. 병원영업 부문은 매출의 7.4%, 약국영업은 11.0% 수준에 불과했다.

앞으로 백산수가 뛰어넘어야 할 허들은 제주삼다수만이 아니다.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와 함께 쿠팡, 이마트, GS25, CU 등 여러 유통 업체에서도 값싼 PB 생수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닐슨IQ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생수 시장 점유율은 삼다수 42.8%, 아이시스 13.0%, 백산수 7.6% 등인데 백산수 점유율은 과거 대비 하락세다.

농심은 지난 2014년 백산수 투자 확대 결장을 하고, 연간 목표 판매량을 72.7% 가량 늘릴 당시만 해도 점유율 확장에 자신이 있었다. 당시 신동원 회장은 한 자릿수 생수 점유율을 10%대로 올리고, 세계 최대 생수시장인 중국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농심도 현재 백산수의 확장 한계성을 인지하는 분위기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농심은 국내 음료 시장이 수요는 안정적인 반면 신규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이 대단히 치열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먹는 샘물 분야에서의 백산수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 백산수 매출은 26% 성장했고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는 매출 1000억원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며 "온라인을 통한 생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할인점 온라인몰 등 입점처를 확대했다. 오프라인은 전국에 걸쳐 탄탄하게 구축된 영업망을 활용해 생수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통업계는 농심이 백산수의 수익성 증대를 위해 향후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심은 지난 2018년 백산수의 출고가를 평균 7.8% 인상한 후 지금까지 5년째 가격을 동결해왔다. 물가가 오르고 있는 데다 매출 목표치 달성을 위해 농심이 백산수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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