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털기 바쁜 증권사···줄줄이 실적부진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입력 : 2023.11.19 17:07:30
3분기 증권사 실적 분석
투자 부동산 가격 하락에
채권평가손실 악재 겹쳐
충당금 대거 반영 영향


올해 2분기 차익결제거래(CFD) 미수금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의 충격을 간신히 넘겼던 증권사들이 3분기에도 시장의 눈높이에 못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각종 충당금 적립에 따른 이익감소에 더해 고금리로 인한 채권평가손실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고금리 지속에 따른 조달여건 악화와 수익성 저하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투자은행(IB) 부분 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분기 시장의 기대에 못미치는 7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CJ CGV 전환사채 미매각 평가 손실과 해외 상업용 부동산 평가 손실 등으로 인해 약 120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부동산 손상차손에 불확실성이 있어 순이익이 바뀔 우려가 있다”면서 “고금리 환경 속에서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도 일회성 비용을 대거 털어내면서 올 3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못미쳤다. 지배주주 순이익은 1008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45% 가량 감소했다. 3분기 채권랩 관련 손실 200억원, 파생결합증권(DLS) 관련 소송 패소 손실 300억원, 일본 태양광 발전소 평가 손실 300억원 등 총 800억원의 일회성 비용을 반영한 영향이 컸다.

올 상반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메리츠증권 역시 부동산시장 침체 영향으로 3분기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5% 줄어든 1617억원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영업외이익 부문에서 투자상품 관련 충당부채를 적립하면서 3분기 당기순손실 18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3분기 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71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IB부문이 9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모펀드 사적화해 등을 반영한 충당금을 300억원 가량 설정하면서 당기순손실 역시 143억원으로 확대됐다. 다올투자증권도 올 3분기 영업손실 324억원을 기록했는데 부동산 PF 충당금 추가 설정의 영향이 컸다.

IB부문은 4분기에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도 뚜렷한 업황개선이 나타나긴 힘들어 보여 증권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식·채권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도 반등할 수 있지만 부동산·PF 시장은 실질적인 이자비용 하락이 가시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의 경우 3분기 누적 IB부문 영업이익은 1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33억원이 줄었다.

다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은 충당금이나 손상차손 반영이 적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한국투자증권은 인수주선 수수료가 늘어나며 전통IB수익이 전분기 대비 18% 증가했고 브로커리지 관련 이자수익도 전분기 대비 10% 늘었다. 삼성증권도 금리상승과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 감소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난 1510억원의 지배주주순이익을 거뒀다. 키움증권 역시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로 4분기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지만 3분기에 202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완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내년부터는 금리 하락에 따라 채권운용 환경이 나아지고 증시 반등으로 브로커리지 수익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주요 증권사들에 대한 저점 매수를 고려해볼만할 때라는 의견도 나온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들은 올해 선제적으로 부실에 대비한 대규모 비용을 반영했기 때문에 기저효과로 성장이 가능하다”면서 “현재 국고채 3년물 3.88%인 금리가 내년말 2.9% 정도로 하락하는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채권 평가 이익은 늘어날 것이다”고 전망했다.

현재 증권업종의 순자산이익률(PBR)이 0.4배로 낮은 수준이라 주가 반등 여지는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특히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등에서 자사주 매입 등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바 있어 증시 분위기가 반전될 경우 상승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 부문은 투자자예탁금, 거래대금, 신용공여 잔고 등 모두 작년말 저점까지 하락했기 때문에 조정이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트레이딩 부문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식과 채권 시장의 반등과 함께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7.09 16:00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