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농심] ⑫ 늘어난 온실가스, ESG 관리 '경고등'
입력 : 2023.11.28 11:57:14
제목 : [유통진단] [농심] ⑫ 늘어난 온실가스, ESG 관리 '경고등'
배출량 증가세 뚜렷…'친환경 투자' 매출比 0.1% 수준[톱데일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농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 이슈가 대두되면서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서 농심의 온실가스 배출 관리가 향후 ESG 경영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최대 온실가스 배출량 경신…원인은 '신라면' 구미공장
농심은 지난해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꾸리고 ESG 경영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병학 대표이사 사장이 위원장으로 사외이사 3명과 함께 ESG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오너경영인인 신동원 농심 회장은 ESG위원회 명단에서 빠져 있다.
ESG 경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농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나고 있다. 농심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농심이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은 19만4403tCO2eq(이산화탄소환산톤, 이하 톤)으로 전년(17만6068톤)보다 약 10.4% 늘었다. 첫 온실가스 배출량을 집계한 2019년 이래 최대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직접배출(Scope 1) 8만8477톤, 간접배출(Scope2) 10만5926톤으로 집계됐다. 친환경 설비 도입 등 지난해 8090톤의 온실가스 감축에 나섰지만 제조 공정에서 전력, 열 등 에너지 소비로 발생한 간접배출량이 2021년(8만8552톤)보다 대폭 늘어난 것이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농심에 따르면 구미공장에서 사용하는 외부 스팀계수 변경으로 인해 지난해 배출량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농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스팀 사용량은 330TJ(테라줄)로 전년 사용량(305TJ) 대비 늘었다. 농심 구미공장은 국내 신라면 최대 생산 공장으로 총생산량의 약 75%에 이른다.
농심은 현재 국내 안양, 안성, 아산, 부산, 구미, 녹산, 포승 등 7개 공장과 해외 중국 상해, 심양, 청도와 미국 등 4곳까지 총 11곳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제품 생산 과정에서 연료 및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원천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사업적 한계도 분명하다.
◆ 매출 1억당 온실가스 배출량 6.2톤…삼성전자보다 높아
농심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호황을 누렸다. 지난해 매출은 연결기준 3조129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5% 급증했다. 온실가스와 연관해 보면 농심의 매출 1억원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6.2톤으로 삼성전자(4.9톤)와 KT(6.1톤) 등 국내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보다도 상대적 배출량은 많았던 셈이다.
경쟁사와 비교해도 농심의 배출량은 두드러진다. 농심의 라면 경쟁사 오뚜기는 자회사 오뚜기라면을 포함해도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13만9076톤, 삼양식품은 1만5401톤이었다. 각각 농심 배출량의 72%, 8% 수준이다. 스낵 경쟁사 오리온은 6만7703톤, 빙그레 5만9514톤으로 배출량이 각각 농심의 3분의 1 수준이다.
농심은 현재 연관배출(Scope 3)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해당 지표까지 추가되면 향후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리스크는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연관배출은 제품 생산이나 기업 운영 전 과정에 내재된 온실가스를 포괄적으로 의미하는데 원료 공급업체 등 협력사가 많은 경우 연관배출은 직간접배출의 10배 이상 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시총 200대 기업 가운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업체의 50%에 이르는 70개 기업이 온실가스 연관배출량을 산출해 공시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Scope 3 공시 의무화' 움직임에 따라 국내에서도 의무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 농심도 연관배출 관리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심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유통업체들이 Scope 3 배출량 감축을 목적으로 물품 공급업체에 기후변화 관련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며 "농심도 공급망 내에서 발생되는 탄소배출량을 추적하기 위해 공급망에 대한 환경평가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배출량 감축 노력 실효성 도마…친환경 투자, 매출의 0.1%
농심은 최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 2018년부터 본격 탄소감축 시스템을 구축해 지난해 본격적으로 설비 확장에 나섰다. 본사와 배송 지점에 LED 조명 교체와 함께 아산공장과 인천 복합물류센터에 태양광 발전기 등을 도입해 탄소 감축에 나섰다.
특히 농심은 신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등 라면 포장 간소화와 함께 친환경 소재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생수 백산수에도 무라벨 도입 제품 출시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실효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농심의 지난해 포장재 사용량은 2만8179톤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11.3% 늘었다. 플라스틱 감축량은 1634톤에 그쳤다.
이는 부실한 친환경 투자와도 연관되는 지점이다. 지난해 농심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약 34억원에 불과하다. 전년도 불과 7억원 투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했지만 여전히 친환경 대응으로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농심이 거둔 3조원 이상의 수익과 비교하면 총매출의 불과 0.1% 수준의 투자다.
농심은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 달성 계획으로 오는 2030년까지 2020년 배출량 대비 22.4% 감축을 목표로 두고 있다.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15만톤 수준으로 저감하겠다는 계획이다. 배출량의 5% 이상 영향을 주는 이슈가 발생할 경우 감축 계획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 환경관리 부실…ESG 등급 잠재적 리스크로 부상
온실가스 증가와 친환경 투자 부실은 농심이 최근 집중하는 ESG 경영상 잠재적인 리스크로 남을 우려가 있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올해 농심의 ESG 종합등급은 B+로 평가받았다. 구체적으로 환경 A 등급, 사회 A 등급, 지배구조 B 등급이었다. 지난해 종합등급 C에서 평가 기준 조정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
농심은 현재 라면 경쟁사 삼양식품에게 ESG 등급이 다소 밀리는 상황이다. 삼양식품은 올해 환경 A 등급, 사회 A+ 등급, 지배구조 A 등 급으로 종합등급 A를 받았다. 빙그레와 오리온 등 스낵 경쟁을 펼치는 기업들도 올해 종합등급 A를 받은 상황에서 농심의 ESG 관련 리스크 해소 과제가 더욱 부각된다.
현재 온실가스 증가 등 환경 요인 외에도 농심은 사회와 지배구조 전반 개선 과제가 놓여 있는 상황이다. 농심은 국내 시총 200대 기업 중 임직원간 보수 격차가 약 100배로 직원 평균연봉(5687만원)이 최하위 수준이다. 신동원 회장 일가의 높은 그룹 지배력으로 발생한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거래 축소라는 과제도 직면해 있다.
농심은 올해 생산공장 내 고효율 설비 교체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심은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외부열 도입, 전동화 등으로 농심 배출량 중 가장 높은 배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고정연소 배출을 줄이고 전기차 전환을 통해 이동연소의 배출도 저감할 계획"이라며 "계열사 감축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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