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2세' 김남정 Vs. 김준영, 세대교체 '진검승부'

입력 : 2023.12.07 10:54:48
제목 : '오너 2세' 김남정 Vs. 김준영, 세대교체 '진검승부'
'지배구조 정점' 하림과 동원 차기 회장 후보들…HMM 인수 '총력전'

[톱데일리] 동원그룹과 하림그룹간 HMM(에이치엠엠) 인수 신경전이 오너 2세들의 경영 능력 평가전으로 확장되고 있다. 경영승계 마무리 단계에서 사실상 지배구조 정점에 선 양 그룹 오너 2세들에게 이번 HMM 인수는 세대 교체를 위한 상징적인 업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시험 무대로 그 중요도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HMM 본입찰에서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의 2파전이 확정된 후 인수전 경쟁이 더욱 불붙고 있다. 앞서 각 총수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 회장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HMM 인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HMM 인수 결과를 바라보는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HMM 인수전이 사실상 오너 2세들의 경영 능력 시험 무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의 차남 김남정 부회장과 하림그룹 창업주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 엔에스쇼핑(NS쇼핑) 이사가 HMM 인수전의 핵심 역할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 M&A 입증 절실 '김남정' Vs. 경영 첫발 '김준영'

김남정 부회장은 지난 2019년 김 명예회장 퇴임 후 현재 그룹 경영을 총괄하며 이번 HMM 인수에도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정 부회장은 물류, 포장재, 2차전지 소재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는데 HMM을 인수하면 해상운송과 항만, 육상을 아우르는 유통망을 완성할 수 있다.

특히 동원그룹이 최근 지배구조를 개편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데다 동원산업이 지난해 매출 9조원 달성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김 부회장이 4년 넘게 회장 자리에 오르지 않는 데에는 새 시대를 선포하기 위한 상징적인 업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마치면서 경영 승계를 거의 마무리지었다. 동원산업과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으로 인한 지배구조 단일화 방안이었다. 김남 정 부회장이 지분 68.27%를 보유했던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활용해 김 부회장은 단숨에 지분 43.15%로 동원산업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김 부회장은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직후 '제2의 창업'을 준비하겠다며 인수합병(M&A) 의사를 표명한 만큼 HMM은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과업으로 꼽힌다. 올해 초 한국맥도날드와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에 참전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왔기에 HMM까지 놓친다면 후폭풍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하림그룹에서도 김홍국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 이사가 HMM 인수전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김준영 이사는 이번 HMM 인수에 하림그룹 재무적투자자(FI)로 동참한 JKL파트너스의 시니어매니저(수석운용역)로서 사실상 HMM 인수와 관련된 실무를 지휘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홍국 회장은 2012년 김준영 이사에게 올품 지분 100% 증여를 시작으로 승계 첫 단추를 뀄다. 이후 10여년간 올품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해 현재 올품과 그 100% 자회사 한국바이오텍이 하림지주 지분 각각 5.78%, 16.69%를 보유하게 했다. 사실상 김준영 이사가 보유한 하림지주 지분은 22.47%로 김 회장 지분 21.1%를 넘는다.

김 이사가 현재 하림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만큼 경영 능력 입증이 절실한 시점이다. 게다가 올해는 하림그룹 내 경영진으로 첫발을 내딛는 시기이기에 HMM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가 막중하다. 경영권 승계까지 한 걸음만 남겨두고 있어 이번 인수전이 김 이사의 업무 능력을 대외적으로 입증하는 시험대인 셈이다.

김 이사의 승계를 둘러싸고 업계에 만연한 편법 의혹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HMM 인수 등 자신의 경영 능력으로 직접 해소해야 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말 하림그룹 계열사들이 일감몰아주기로 올품을 부당 지원해 이익을 챙기게 했다고 판단해 하림지주를 비롯한 계열사들에 과징금으로 약 49억원을 부과했다.



◆ 불붙는 '쩐의 전쟁'…자금 확보 사활 '골머리'

현재 산업은행이 HMM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이르면 이달 초 우선협상대상자가 나올 예정이다. 본입찰에서 인수 희망가로 하림그룹은 6조4000억원, 동원그룹은 6조3000억원을 제시해 하림이 조금 더 높은 가격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산업은행이 하림을 상대적으로 더 유력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그룹 오너일가의 의지가 어떻든 결국 자금력 우위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갈릴 전망이다. 하지만 수 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을 만큼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의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아 업계에서는 본입찰 전부터 회의론이 불거져 나왔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자칫 유동성 위험 등에 빠 질 수 있어 '승자의 저주' 리스크도 우려된다.

우선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은 당장 6조원 이상의 인수가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HMM 주가는 지난 6일 종가기준 1만6140원으로 시가총액은 약 11조원에 이른다. 산업은행 지분 57.9% 상당이기에 지분 가치로만 6조원을 넘는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7조원을 상회할 수 있다.

동원그룹에서 HMM 인수 주체로 나선 동원로엑스는 항만 하역과 물류 운송 부문에서 지난해 1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현금성자산은 625억원에 그쳤다. 다만 동원산업이 약 1조3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에 계열사 유상증자,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약 3조3000억원을 자체 조달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를 통해 3조원의 자기자본에 인수 금융 3조5000억원 등 최대 6조5000억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HMM 인수 주체로 나선 팬오션이 3분기 기준 5697억원의 현금 기반 영구채 발행과 자산 유동화로 자체적으로 3조2500억원 수준의 현금성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동원과 하림 모두 HMM을 살 정도로 자금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시도를 하다가 재무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양쪽 그룹 오너 모두에게 이기는 쪽도 지는 쪽도 없는 싸움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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