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인수 갤러거 쇼핑파크 1500억원 규모 리파이낸싱 해외 상업용 부동산 위축 불구 이례적 대출금 차환 성사 주목
하나증권·MDM자산운용이 2018년 영국 대형 쇼핑몰 인수 당시 일으킨 대출에 대한 리파이낸싱(대출차환)에 성공했다. 국내 기관투자자가 출자해 유럽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펀드 중 첫 사례다.
계속되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겹치며 지난해부터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돌파구를 찾은 사례여서 더욱 주목된다.
7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하나증권·MDM자산운용은 2018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영국 갤러거 쇼핑파크 인수 당시 빌린 대출금에 대한 차환을 최근 마무리했다.
총 리파이낸싱 규모는 9000만파운드(약 1500억원)이고, 기간은 3년(2+1년)이다. 기존에 대출을 줬던 도이체판트브리프방크(pbb), 아레알에 더해 새롭게 영국계 금융사인 애슈비캐피털이 이번 거래에 참여했다. 리파이낸싱 주관사는 CBRE다.
갤러거 쇼핑파크는 영국 버밍엄 북서쪽 웬즈버리 M6교차로 9번 국도에 위치해 있다. 대지면적은 7만4000여 ㎡, 연면적은 3만3000여 ㎡ 규모로, 영국 내 상위 10위권 내에 들어가는 프라임급 대형 쇼핑파크다. 창고형 판매시설 3개동과 식음시설 3개동으로 이뤄져 있다. 2018년 하나증권·MDM자산운용의 갤러거 쇼핑파크 인수는 한국 부동산 펀드 최초로 영국 내 대형 소매점을 매입한 건이었다. 인수 가격은 1억7500만파운드(약 2900억원)에 달했다.
이번 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기관투자자가 출자해 유럽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펀드들 중 첫 번째 리파이낸싱 성공 사례라는 점 때문이다.
계속된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미국·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크게 위축돼 있다. 미국 부동산시장 정보업체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고점이었던 지난해 7월 말 대비 올해 5월 기준 각각 18%, 21% 정도 급락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펀드에 대출을 해준 다수 해외 은행은 손실을 우려해 대출 만기 자금의 차환을 주저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펀드 운용사들은 헐값에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2013년 1억달러를 투자한 시카고 상업용 빌딩이 대출을 갚지 못해 프랑스 은행에 압류될 위기에 놓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지스자산운용 역시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고 80% 손실을 본 독일 트리아논 빌딩 관련 펀드 기한이익상실(EOD)을 최근 가까스로 3개월 연장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78조원에 달하며, 이 중 일반 공모로 모은 자금이 2조원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업계 간담회를 통해 "해외 대체투자 펀드 손실이 증가하고 있으니 이에 대한 사후 관리·투자 회수에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영국 갤러거 쇼핑파크 리파이낸싱 건도 당초엔 대출금 차환에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하나증권·MDM자산운용이 유럽 현지에서 발품을 판 끝에 리파이낸싱에 성공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당장 감정평가액은 떨어질 수 있지만 갤러거 쇼핑파크를 계속 가져가면 시장 회복기 때 우량 자산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고 다녔다"며 "계속되는 설득에 대주단의 신뢰를 얻어 리파이낸싱에 성공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건에 대해 국내 기관들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자산이 가격 하락에 따른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적극적 대처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