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기업 결산] [카카오] ③ '자율경영' 한계 봉착, 2024년 '책임경영' 전환
입력 : 2023.12.25 08:30:08
제목 : [30대 기업 결산] [카카오] ③ '자율경영' 한계 봉착, 2024년 '책임경영' 전환
사법리스크, 경영진 비위 등 최대 위기
창업자 김범수 쇄신 외치며 다시 전면에[톱데일리] 카카오는 올해 외부 문제 뿐만 아니라 내부 경영진의 비리까지 연이어 터지며 창립 이래 가장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결국 지난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김범수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직접 쇄신위원장으로 나서며 경영진 교체 등 강력한 쇄신을 예고했다. 특히 그동안 경영진에게 사업 전권을 맡기던 '자율경영'을 버리고 '책임경영' 체계를 구축해 간다는 구상이다.
김범수 센터장은 지난 11일 약 2년 10개월 만에 임직원 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각 계열사 대표 등 경영진에게 전권을 주던 일괄적인 자율경영 체제를 공식적으로 철폐했다. 그는 "그동안 열정과 비전을 가진 젊은 대표이사(CEO)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마음껏 기업을 키워나가도록 하는 자율경영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중앙집권식 경영 방식으로 무게추를 옮기겠다"며 "항해를 계속할 새로운 배의 용골(선박 하단의 중앙부를 앞뒤로 가로지르는 배의 중심 축)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가겠다.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카카오는 '유망한 CEO 100명을 길러낸다'는 비전으로 수평적 기업문화와 각계열사의 대표에게 스톡옵션과 전권을 위임해 외연을 확장하는 자율경영 체계를 고수해 왔다. 하지만 올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연이어 발생하며 인적 쇄신과 경영 체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카카오는 2021년 말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의 주식 먹튀 논란부터 올해 김기홍 카카오 전 재무그룹장(부사장)의 법인카드 유용, 배재현 투자총괄대표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카카오 투자전략부문장의 배임 혐의 등 경영진 리스크가 연거푸 터졌다.
여기에 지난 11월 28일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개인 SNS를 통해 카카오 경영진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면서 내외부 인적 쇄신 요구에 기름을 부었다. 김정호 총괄은 카카오의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는 오지훈 자산개발실 부사장을 겨냥해 제주도 본사 공사 등의 시공사 선정에 비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오지훈 부사장이 해당 주장을 전면 부인하면서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김정호 총괄은 김범수 센터장이 그룹 쇄신을 위해 직접 선임한 인사로 카카오그룹의 인사 및 감사를 총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김정호 총괄을 앞세워 김범수 센터장이 대대적인 경영진 비위 뿌리뽑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카카오는 11월 출범한 경영쇄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쇄신 정책을 예고한 상태다. 경영쇄신위의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김범수 센터장이 맡아 직접 쇄신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또 이달에는 외부 감시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준신위)'를 본격 발족시키며 쇄신의 속도를 붙이고 있다. 카카오 내부 인사로는 김정호 총괄이 유일하게 준신위 상임위원으로 발탁됐다.
김정호 총괄의 폭로로 카카오 경영진의 내부 비위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하면서 내년 임기를 앞둔 카카오 및 주요 계열사 경영진의 대규모 교체는 물론 파격 인사도 예상된다. 그동안 카카오그룹 경영진에는 김범수 센터장과 오랜 시간 동거동락한 측근들이 주요 경영진을 차지해 왔기 때문이다. 내년 3~4월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주요 계열사는 모회사 카카오를 비롯해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7곳 이다. 김범수 센터장은 앞서 언급한 임직원 간담회에서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카카오는 지난 13일 홍은택 현 단독대표 후임으로 정신아 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신임 단독대표로 내정하는 등 경영진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정신아 내정자는 카카오 최초의 40대 여성 대표로 기존 카카오 대표들처럼 김범수 센터장과 카카오 창립 초기나 이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인물이 아니다. 정신아 내정자는 지난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하며 카카오 공동체와 인연을 시작했다. 현재는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그룹 쇄신의 기본틀을 구상하고 있다.
정신아 내정자도 자율경영이 아닌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이어받게 되어 더없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성장만을 위한 자율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 카카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톱데일리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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